드디어 주말이다. 주말을 기다린 이유는 드디어 마음 놓고 할 일을 쳐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평일의 나는 정신 좀 차리고 책상 앞에 앉게 되는 시간은 밤 열한 시. 도저히 찬찬히 생각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는 핑계이다).
마감 시간이 가진 힘을 믿는다. 내일까지 논문 초록 한 개, 연구회 신청서, 그리고 무엇보다 교감 자격연수 원고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그 효율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기에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인생을 미룰 것인가. 그날 그날 할일의 체크리스트를 완수하던 과거의 나 어디 갔나. 이렇게 고민하던 나에게 남편이 해준 위로가 있다. 끝까지 미루는 사람은 그만큼 고민을 오래 하는 것이라는. 그 말이 엄청나게 위로가 되었다. 맞다. 늘 출퇴근길에, 무의식중에, 멍 때리며 그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생각을 꺼낼 때다.
역시나 빈 페이지에서의 시작은 힘들다. 작년 교감연수 원고를 꺼내본다. 대상자도 다르기에, 그리고 전달할 핵심 내용은 같기에 적당히 표지갈이만 하면 그만이겠으나 그러기는 싫다. 올해부터 한 다짐이 있다. 연수 강의 의뢰가 들어오면 매번 연수 원고를 새롭게 쓰기로. 거기다 이 연수는 교감 자격연수다. 오신 분들 한 분 한분이 각각의 학교를 담당하시는 분들. 그렇게 생각하니 무게가 남다르다.
그러나 역시나,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힘들다. 이 때 꺼낸다. 바로 옵시디언의 "주운것" 폴더를. 평소 그때 그때 생각나는 지점들, 재미있는 링크들, 사진들, 자료들을 "주운것" 폴더에 모으는 습관이 있다.
옵시디언의 메모장은 휴대폰 메모와 무엇이 다른가?
옵시디언을 "간증"하고 다닐 때 한 선생님이 한 질문이다. 평소 메모를 휴대폰에 하고 있으며 이것도 검색이 된다. 맞는 말이다. 나 또한 휴대폰 메모장에 이렇게 운영하는 폴더 구조가 있다. 그러나 다른 지점은
다양한 형식의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다. 링크, 이미지, 심지어 pdf 파일 등을
생각의 블럭을 조합할 수 있다. 즉 끄적거린 메모를 조합할 수 있으며
해당 생각의 원본을 클릭 한 번으로 되돌아가 확인할 수 있다.
생각에 #태그 를 붙인다면, 이 태그끼리 연결되어 시각화된다(그래프뷰)
옵시디언은 위 역할을 수행한다. "자료"를 모으고, 나의 생각을 더해 "정보"로 만들고, 이를 조합하여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 여기에 통찰과, 지혜와,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의 역할이다.
03 주운것의 폴더 내용을 뒤적거린다. 그간 생각의 모음들이 담겨 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자료가 있다. SNS에서 주운, 이 논문의 요약글이다. *지금 드는 생각인데, 이 요약글의 원작자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이것도 함께 기록해두어야겠다.
다행히 원본 링크가 있다. 들어가서 원문을 찬찬히 읽어본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나온, 프록터 앤 갬블(P&G)사 대상 AI와 협업에 대한 실증연구이다. 마침 내 원고는 온라인 교무실, 그리고 AI와의 협업 가능성을 다루는 원고이다. 딱이다! 이렇게 장표 한 장이 뚝딱 만들어진다.
이렇게 한 땀 한 땀 내 생각을 조합한다. 물론 이렇게 한 장 만들고 또 하루를 논 것은 (안) 비밀이다. 그래도 괜찮다. 내겐 아직도 옵시디언의 "주운것"의 주머니가 있다. 스쳐 지나가는 자료를 잡아 넣어놓은 생각의 주머니. 이제 꺼내서 조합하기만, 그리고 나의 생각을 한스푼 더하기만 하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