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결국 300여쪽을 넘겼다. 물론 다시 읽으면 부끄러움 투성이에 매일 매일 윤문의 늪에 살겠지만.
아니 내일 모레 심사를 받으면 어짜피 또 갈아 엎을테지만
끝났다. (1차 심사용 원고가).
나의 1년. 이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누군가 그랬다. 박사는 돈, 건강, 성격 중 하나를 버리게 된다고.
올 한해의 소감을 되짚어보자면 나는 셋 다 버렸다.
하루 대학원에 오갈 때마다 십만원씩 썼다.
- 기차비(대부분은 미리 예매를 못 해서 1.5배 가산금을 냈다)
- 주차비(수서역의 주차비는 어마무시하게 비싸다. 4급지일때가 좋았다)
- 택시비(기차역에 내려서 대학원까지 가려면 택시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 그리고 이동에서 드는 잡비를 고려하면 10만원은 훌쩍이다.
내려가는 기차에서는 생각한다. 오늘 10만원 어치 배움을 얻어올 수 있을까.
올라오는 기차에서는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행복했다. 이만하면 되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 딱 버틸 만큼의 체력이 있었고 그만큼만 행복했다. 그만하면 되었다.
매일 책상에 앉아있는 척도 겨우 했을까. 이제 마무리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올 한해 가장 용기가 되었던 것은 절대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긍정적으로 보시는 교수님 덕분이었다.
김샘은 할 수 있어. 김샘은 잘하잖아.
절대 아닌 상황에서도 그 교수님의 말씀 덕분에 버텼다.
아니 버텼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 그만큼 열심히 아득바득 안 했으니까.
올 한해를 시작하며 되새긴 문구가 있다. 이왕 하는거 꾸역꾸역 하지 맙시다.
꾸역꾸역 하지 말자. 내 시간, 내 돈, 내 체력.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닌데 꾸역꾸역 할거면 하지 말자.
지금도 이 다짐은 유효하다. 그 시간이 10분일지언정 나는 딱 내가 재밌는 만큼만,
아주 아주 기준을 낮게 잡고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기준은? 3장 윤문하기; 다시 읽기; 참고문헌 정리하기
그런데 이슈가 있다. 어림잡아 참고문헌은 250개가 넘는다.
워드와 조테로가 연동되어 있어 지금까진 딸깍하면 생성되었지만 이제는 한글이다.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일까. 10초 고민하다 챗지피티를 켠다. 지피티는 이렇게 쓰는 것.
나의 든든한 파트너. 최적의 경로 설계자. "써 줘"라는 위탁의 대상이 아닌 "how"를 알려주는 파트너.
오늘도 딱 재미있을 만큼만 하고 자자. 이만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