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면 되었다
2심 통과 안되면 뭐 어때
급한 것 하나 없고 안 되도 그만이다
내가 즐겁지 않으면 오늘이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딱 재미있을 만큼만 밀도있게 시간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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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어제 밤 써 두고 저장 버튼을 누르지도 못했다.
오늘 자리에 앉은 시간은 밤 10시 16분, 어제보다 조금 앞선 시간.
침대를 벗어나 컴퓨터 앞에 앉은 내 자신에게 쓰담 쓰담을 보낸다.
어제는 글을 쓴 것과 달리 정말 즐겁지 않았던 밤.
자리에 앉아 깊은 현타가 왔다. 정말 그만하고 싶었다.
쓴 분량은 300여쪽이 넘고 인용한 논문도 250편이 넘으나,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모르겠다.
무엇을 찾았는지, 한 문단은 커녕 한 줄도 말을 못 하겠다.
마치 인간 챗지피티 딥러서치 기능이 된 기분이었다. 그것도 일 년이나 걸려서.
정말 많이 읽은 것을 알겠어
그 현상을 기술한 것은 알겠어
그런데 so what
너 말고도 다 아는 거잖아
이 기분으로 앉아 있다 마침 대학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자정을 넘긴 시간, 줌 회의를 시작한다.
한 시간정도의 대화 후의 결론을 기록해 둔다. 내가 답하지 못했던, 그리고 답해야 하는 두 가지 질문
1. 앞으로 어떤 논의가 이어져야 하는가?
2. 내 연구를 통해 이 이론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해서 내가 지금까지 길을 잃었던 것.
나에게 공부란, 늘 억지로 버텨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늘 독하게 공부를 했다.
대학 이후로는 그 독하게 하는 공부는 전부 내려놓았다. 허덕허덕 사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공부를 향해 달렸다. 직접 이렇게 의미를 연결하는 공부, 쉽지 않다.
처음으로, 내가 재밌(으려고노력하)는 공부를 해 본다.
분명 그 인간 딥리서치처럼 사는 그 순간에도 반짝이는 덕후의 순간이 있었을 것.
찾아가보자. 조금씩.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