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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미 May 26. 2020

04. 음악덕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이현파

유튜브 '왓더뮤직' 안에 그는 어떤 메시지를 녹여낼까


송혜미(이하 ‘송’): 자기소개 부탁한다.

이현파(이하 ‘이’):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을 운영하고 기획하고 있는 스물여덟 살, 크리에이터 이현파다.


송: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이: 채널의 기본적인 모토는 ‘밑도 끝도 없는 음악 이야기, 알면 유익하지만 몰라도 상관없는 음악 이야기’다. 대중음악과 공연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다양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매스미디어가 소개해주지 않는 음악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다변화된 음악 리스너들의 취향에 맞춘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송: 크리에이터 이외에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이: 우선 졸업을 앞두고 있는 사회학과 대학생이다.


또한 온라인 공간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18년부터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서 현재까지 300편 이상의 글을 기고했다. ‘이현파의 비바 라 비다’라는 이름으로 음악이나 영화를 중심으로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다.


그리고 마포구에 있는 ‘소셜살롱; 문토’에서 ‘뮤직나잇아웃’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금은 6월 12일에 시작되는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채널 ‘왓더뮤직’에 관하여
'내가 왓더뮤직을 만든 이유' 중 이종원 님 [출처: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


송: 두 명이 운영하는 채널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함께 시작했는지.

이: 영상편집을 업으로 하던 종원이 형(종원리)이 재미있는 걸 한번 만들어보자며 먼저 제의했다. 둘 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접점이 있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기술 및 편집에 관련된 부분은 전적으로 형이 담당한다. 내용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다양한 장르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는 내가 담당한다. 영상에 내가 많이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나 혼자서 하는 줄 아는데, 형의 기술력이 없다면 나는 유튜브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 분업이 잘 되고 있는 채널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두 사람이 하는 채널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려 한다.


송: ‘왓더뮤직’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이: 영상을 준비하며 꽤 많은 공을 들인다. 나름대로 퀄리티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이에 비해서 빠르게 반응이 오지 않는 것 같다. ‘왓더뮤직’의 영상보다 퀄리티가 낮은 영상들이 더 많은 인기 끌 때 고민에 빠진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길래, 우리가 전략이 부족했던 걸까.’라며 말이다. 그럴 때 더 나아가야 할 동력이 떨어진다고 느낀다. 그래서 영상이 널리 노출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사람들이 어떤 아이템을 좋아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한다.


송: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어려움이 없었는지.

이: 시행착오를 몇 번 겪었다. 초반에 ‘두아 리파(Dua Lipa)’와 ‘케이티 페리(Katy Perry)’에 대해서 다룬 영상이 있었다. 뮤직비디오를 30초 이상 쓰다 보니 심의에 걸려서 영상이 블록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음원을 최소한으로 쓰려한다. 어차피 음악은 다른 채널에서 들어도 되지 않은가. 우리는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채널이기 때문에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만큼의 음악만 쓰려고 한다.


송: 채널 ‘왓더뮤직’으로부터 구독자가 어떤 메시지를 받기를 원하시는지.

이: 함께 듣고 함께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게 첫 번째다. 평범한 우리의 삶, 크게 대단할 것 없다고 생각되는 삶 속에서 음악만 한 것이 없다. 쉽게 접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쉽게 안식할 수 있다. 음악은 여러 사람이 함께 듣고 따라 부르고 춤출 때, 그리고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가장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시간에 음악을 듣는 일도 소중하지만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대중 지향적이다 보니 내게 그런 가치관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채널을 보면서 사람들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고 음악이 우리 삶에서 얼마만큼의 의미를 차지하는지, 당신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인지,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음악도 존재한다며 추천해주고 시야가 새로이 확장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왓더뮤직의 다양한 콘텐츠 [출처: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


송: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음악을 리뷰하고 있다. 음악의 다양성이 주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 많은 사람들이 기호와 취향에 따라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한 음악 중에서도 인생 곡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감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의 다양성에 대해서 파고들다 보면 기존의 음악 감상보다 더욱 즐거운 감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힙합의 매력을 몰랐던 사람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가사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아이돌 음악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 아이돌 음악의 작품성과 깊이를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이 모두 음악의 다양성에서 오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장르가 다르다고 해서 서로 우위를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다른 형식과 표현법으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음악이 옳은지, 무엇이 더 나은지 판단하기 보다는 서로 어떤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송: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선 다양한 음악을 애정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맞다. 나의 슬로건 중의 하나가 ‘비틀즈부터 오마이걸까지’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의 god, 미국의 도트리(Daughtry), 영국의 오아시스(Oasis), 그리고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까지 다양한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바뀐 게 아니라 추가되는 것이더라. 어떤 걸 좋아하게 된다고 해서 다른 게 싫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에게 그러한 취향이 축적되어 온 것 같다.


물론 상대적으로 덜 듣는 장르가 있기는 하다. 기본적으로 록음악을 좋아하지만 스펙트럼이 넓은 메탈 내에서 잘 듣지 못하는 하위 장르가 있다. 그럼에도 가리지 않고 들으려 애쓰고 있다.


송: 가장 애정 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이: 스토리 전달에 힘썼던 콘텐츠들을 애정 한다. 아티스트의 철학, 고뇌, 그들이 음악에 담아내고자 했던 세계, 이런 요소에 집중했던 콘텐츠들이 있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나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이 그러하다.


덧붙이자면, 직접 내한 공연을 다녀오기도 했고 조사에 있어서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던 ‘유투(U2)’ 영상도 좋아한다. 그리고 초반에 만들었던 영상은 퀄리티나 노련미에서 떨어지지만 우리 채널의 시작을 알렸다는 의미에서 애정 한다.


'프랭크 오션이 누구인가?' [출처: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

송: 조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고 개인적인 가치관을 녹이는 작업에도 힘쓰는지.

이: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아를 담아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운영 초반에는 지식 전달에 급급하기도 했다. 교양 과목의 교과서를 읽어주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때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담아내는 과정이 부족했다. 음악 콘텐츠를 빌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담아내는 과정은 계속해서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한다. 사랑과 평등을 지지한다.’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또한 ‘그린데이(Green day)’ 영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녹여냈다. 음악 산업에 대한 견해를 담아내려 하기도 한다. 지금도 그런 영상들을 몇 개 준비 중이다.  


송: 개인적인 가치관을 녹여내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에는 늘 반대세력이 존재하지 않는가.

이: 반대세력이 있다. 나는 싫다면 떠나라는 입장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성소수자 혐오 반대 의견에 대해서 타협할 수가 없다.


음악 속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분들, 그리고 우리 채널에 관심이 있는 음악 팬이 생기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이슈에 관하여
'새소년. 새로운 록스타의 탄생!' [출처: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


송: 대중음악이 주는 예술적인 가치와 윤리적인 가치 사이의 균형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 있다면.

이: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겠지만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래퍼 ‘스윙스’의 곡 중 ‘예술에 윤리라는 잣대를 언제까지 들이댈 것이냐’라는 식의 가사가 있었다. 물론 모든 음악이 도덕 교과서에 나올 법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절대 타협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면 넘어서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의 인격이나 정체성을 짓밟는 방향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 잘못을 한 개인이나 권력자에 대해서 분노하고 비판하는 것과 내가 싫어하는 대상에 대해 욕하고 험담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송: 뮤지션도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있는지.

이: 동의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든 것이 어떠한 파급효과를 갖고 오는지에 대해서는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 현시점에서 한국 대중음악이 갖고 있는 강점과 약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 한국 대중음악은 퀄리티가 좋다. 음악 산업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영미권과 비교해봐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가장 상업적인 케이팝의 영역에서 보면, 영미권이나 유럽 등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도 한국 대중음악의 색채까지 녹여낸 음악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편, 한국에 케이팝만 있는 것처럼 비추어지는 점이 아쉽다.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부흥하지 못하고 있다. 매스미디어는 케이팝 이외의 음악들을 소개하는 데에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페이스 공감’이나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같은 프로그램이 거의 전부이다. ‘스케치북’ 같은 경우에도 유희열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인디 밴드가 출현하는 장면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에도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을 만한 양질의 음악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음악들이 다양하게 공생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물음표를 떠올리게 된다.


송: 힙합과 트로트 장르의 인지도는 많이 올라간 데에 반해, 락 혹은 밴드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아쉽게 느껴진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우선, 세계적으로 새로운 록스타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2000년대 이후 ‘테임 임팔라(Tame Impala)’나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와 같은 훌륭한 밴드가 있었지만 이 밴드들 역시 아주 대중적인 스타가 되지는 못했다. 록밴드가 과거만큼 지지받지 못하는 건 전 세계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또한 한국 리스너들의 성향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수동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실시간 차트의 영향을 잘 받는다. 실시간 차트에 없는 음악에는 관심을 갖지 않거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매스미디어의 영향을 잘 받는다. 쇼미더머니가 힙합을 유행시키면 힙합을 많이 듣고 TV조선의 ‘내일은 트로트’ 시리즈가 유행하면 덩달아 트로트를 많이 듣는다.


한편,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보니 ‘10cm’나 ‘혁오’가 무한도전을 통해서 대중적인 스타가 되기도 했다. 매스미디어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밴드 음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젊은 세대로 하여금 멋지다고 여겨질 만한 록스타가 더욱 등장해야 한다. ‘잔나비’나 ‘새소년’ 같은 밴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송: 한국 리스너들이 수동적인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지.

이: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보아야 하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예술을 즐기는 경험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썸머쏘닉 페스티벌과 후지록 페스티벌을 관람했을 때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다양한 음악을 경험하게 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어렸을 때 많은 경험을 하면 다양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고 이에 대한 소비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한국은 그러한 문화가 덜 형성된 것 같다.


'[Vlog] 홍대에서 놀자! 잔다리 페스타 후기' [출처: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


송: 잔다리 페스타 컨퍼런스에서 ‘어떤 공간에서 공연을 하느냐가 그 체험 자체를 다르게 규정한다.'라고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이를 대체하는 온라인 콘서트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공연문화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는 시기인데, 이 혼란스러운 시기 속에서의 공연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사회는 시공간의 경계가 무의미해진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침대에서 귤을 까먹으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수의 노래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이다. 그리고 요즘엔 아티스트들이 과거에 했던 영상을 통째로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라디오헤드(Radiohead)'는 2016년 도쿄 썸머소닉 페스티벌 분량을 업로드했다. 팬들 입장에서는 퀄리티 좋은 VOD 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당장 북적거리는 공간에 갈 수 없다면 방에서라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준수하며 공연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이승환이 발라드 넘버 위주로 좌석 당 2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공연을 진행해서 성황리에 마쳤다. 물론 성공한 가수이기에 가능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와 비슷한 대체 모델들을 떠올려볼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문화예술 업계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다들 그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송: 코로나로 인해 개인적으로도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을 것 같다.

이: 나 같은 경우는 좋은 공연에서 받았던 에너지로 하루, 한 달, 길게는 일 년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요즘은 그런 게 없다. 1월에 퀸 내한 공연 이후 네 달째 공연을 관람하지 못하고 있다. 군인 시절 이후로 공연을 가장 오랫동안 못 본 시기이다.


이 시기를 빌어서 공연이나 음악을 즐길 기회가 없어졌을 때 어떻게 하면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얻으며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느 때보다도 술을 가장 많이 마시고 있다. 술은 줄여야 할 것 같다.


대중음악을 공부하는 방법에 관하여
'U2를 만났습니다. 실화야!' [출처: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


송: 대중음악을 깊이 있게 알아가기 위한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

이: 우선 나도 깊이 있게 안다기보다는 넓고 얕게 아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가장 좋은 방법은 뮤지션과 같은 공기를 공유하며 공연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앨범을 듣는 것이다. 요즘에는 싱글이나 EP 단위로 음원이 발매되기도 하지만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음악을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과거의 음악을 알아야 한다. 음악은 역사 속에서 어떤 맥락을 갖고 만들어져 온 예술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BTS’가 있기 전에 그들이 롤모델로 삼는 ‘빅뱅’이 있었다. 그리고 ‘빅뱅’ 이전에는 ‘원타임’, ‘원타임’의 배경에는 ‘양현석’이 있었고, ‘양현석’이 'YG엔터테인먼트'를 어떻게 세울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서태지와 아이들’을 떠올릴 수 있다. 또한, 케이팝 산업이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HOT’가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전에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이 가능하다는 힌트를 보여준 건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모든 음악이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점을 인식하고 대중음악의 역사에 파고들면 대중음악 공부가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아시스 vs 블러 브릿팝(Brit Pop) 전쟁' [출처: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


송: 대중음악을 공부하다 보면 정답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맥락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장르라는 것은 음악을 하나의 역사로서 대할 때, 이를 정리하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브릿팝’이라는 용어를 예로 들어보자. 이 용어가 생겨날 당시 영국 언론이 미국의 록음악에 대항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국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브릿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음악을 잘 이해하려면 역사적인 맥락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힙합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흑인의 삶을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송: 추천할 만한 대중음악 커뮤니티나 사이트가 있는지.

이: 힙합 매거진&콘텐츠 플랫폼인 ‘힙합엘이(HIPHOPLE)’, 다음 카페 중 ‘락 치킨(Rock Chicken)’이 있다. 디시인사이드에도 수많은 갤러리가 있지만 잘 이용하지는 않는다. 해외 매거진으로는 ‘빌보드(Billboard)’, ‘롤링 스톤(Rolling Stone)’, 그리고 짜디 짠 평점으로 유명한 ‘피치포크(Pitchfork)’를 참고하는 편이다.


얼마 전, 피치포크가 역사상 10년 만에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신보에 만점을 주었다. 힙합엘이에 들어가 보면 이 앨범이 만점을 받을만했는지에 대해 뜨겁게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또한 힙합엘이에 힙합이나 알엔비에 대한 가사 해석이 있어서 앨범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종종 다른 장르의 음악에 대한 가사 해석도 올라온다.


개인에 관하여


송: 음악을 왜 사랑하는지.

이: 영화 ‘비긴어게인’ 중 마크 러팔로가 한 말에 정확하게 공감한다.


That's what I love about music. All these banalities suddenly turn into beautiful pearls.

내가 음악을 이래서 좋아해. 모든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니까.

–영화 '비긴어게인' 中-


내가 슬플 때, 음악이 나를 더욱 슬프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 음악은 그 모든 장면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음악이 없어도 살 수 있겠지만 너무도 재미없는 회색 빛 삶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송: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곡을 들을 수 있다면 어떤 곡을 고르겠는가.

이: 유투의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선택하겠다. 이 곡은 종교적 함의로 가득 찬 앨범 ‘The Joshua Tree’의 문을 여는 곡이다. 깨달음을 향해서 끊임없이 달려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만약에 내가 이 곡을 나의 장례식에서 튼다면 사람들이 나를 이 노래와 같은 사람으로 기억해주지 않을까. 무언가를 향해서 쭉 달려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살았던 사람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을 선택하겠다.



송: 최근 고민이 있다면.

이: 유튜버로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채널을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우리 콘텐츠는 높은 퀄리티에 비해서 아직은 조명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큰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


개인으로서는 행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내가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또한 어떻게 하면 사랑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요즘은 스스로를 잘 알고 싶은 마음에 심리상담을 받기도 한다.


또한 직업적인 고민도 많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무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먹고사니즘에 도움이 될지 생각한다. 나에게 무기가 없는 것 같진 않다. 내 무기가 지닌 가치를 어떻게 하면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목표를 설정하고 수정하고 있는 시즌이다.


송: 막연하게나마 꿈이 있다면.

이: 글을 꾸준히 쓰고 무언가를 계속 배우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또한 나와 결이 맞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좋겠다.


또 미션이 있다면,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나 ‘코첼라(Coachella)’에 꼭 가고 싶다.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꿈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을 하면 신난다.


마지막으로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공연을 꼭 보고 싶다. 진보적인 메신저로서 노동계급을 대변하고 실존적인 고민들에 대해서 노래하는 미국 로커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말하길 ‘나는 대통령이지만 그는 보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없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감흥을 준다. 유투를 만나는 꿈은 이루었으니 이제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보고 싶다.


작가의 음악적 시선
Frank Zappa의 정규 앨범 'apostrophe(')'


한 가지를 향한 순수한 애정은 무엇을 만들어 갈지 생각해보았다. 휴식, 여가, 자기계발, 스트레스 해소. 많은 단어가 생각난다. 모두 맞을 것이다. 하지만 차마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무기'이다. 어린 음악덕후가 god의 노래를 들으며 과연 이런 다짐을 했을까. '대중음악에 대한 나의 지식과 가치관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야!'


나는 십몇 년 전쯤에 '오타쿠'라는 말을 접했다. '오타쿠'는 원래 한 가지에 몰두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단어였다. 그런데 일본의 한 성범죄 사건 이후 '집에만 틀어박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중독되어 사는 사람'이란 의미로 변색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는 '오타쿠' 대신 '덕후'이라는 줄임말을 사용하며 그 의미가 다시 밝은 빛을 띄우기 시작했다.


'오타쿠/덕후'를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괴짜로 여기며 편협한 생각에 빠져 살던 내가 언젠가부터 어떤 믿음을 갖게 되었다.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 자신이 좋아하는 몇 가지에 깊이 빠져 몰두하는 사람만큼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렵다. 학위나 자격증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결국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마련이다.


음악덕후 이현파 님의 삶이 그러하다. 핫한 페스티벌이나 콘서트가 삶의 낛이었고 개인적인 음악 청취의 시간이 하루하루의 원동력이었다. 사랑하기에 잊고 싶지 않았고 잊고 싶지 않기에 기록을 했다. 그런 음악덕후는 어느새 기자로서 300 편 이상의 칼럼을 기고했고 음악 리뷰 영상은 70개를 넘겼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 펼치지 못한 음악에 대한 꿈과 아이디어들이 팡팡 터지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덕후의 미래는 늘 연구대상이다. 기대되고 흥미진진하다.


그런 의미에서 노래 한 곡을 추천하려 한다. 내게 있어선 가장 '덕후스러워야 하는' 음악, 그래서 매력적인 '프랭크 자파(Frank Zappa)'의 'Don't Eat The Yellow Snow'이다. 자파의 색채는 이기적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해 이리저리 여행을 하는 사운드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겠지만 어느새 그의 음악 세계를 탐구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을 들을 때는 여유롭고 중독적인 기타 리프에 우선 집중하다가 청취의 영역을 천천히 확장하길 바란다. 그러면 그가 말한 것처럼 음악의 다양성이 주는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 것이다. '함께 듣고 함께 즐거운 삶', 음악덕후 이현파는 음악을 통해 자신이 맛 본, 이토록 즐거운 삶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것이 바로 음악덕후가 지닌 가장 사랑스럽고도 강력한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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