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청취자의 입장에서 카코포니의 음악을 들으면 고통스럽다. 고통스러우면서 동시에 인간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기도 한다. 특별한 청취 경험이다. 이 음악을 만든 인간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나는 과거에 또 얼마나 힘들었던가, 이런 감정이 들면서 마치 카코포니가 '고통의 여신'처럼 느껴진다. 이 세상의 고통을 내가 다 감당해줄게, 함께 슬퍼해줄게, 이런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하다.
카: 음악을 하기 이전, 일반적인 삶을 살 때 나는 슬프고 힘들 때도 세상은 슬프고 힘들어할 시간을 주지 않는 듯했다. 표출할 자리도, 토해낼 사람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슬픈 일이 있어도 그냥 지나가는 것 같다. 음악 속에서 내가 슬퍼서 우는 것은 분명 맞다. 하지만 청취자나 시청자가 나의 작품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좋겠다고도 동시에 생각한다.
일반적인 사회에선 온 감정을 다 거세시키면서 살아야지 잘 살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야 일을 잘하고 인간관계를 잘 맺는다. 하지만 나는 슬픔에 매몰되어도 괜찮은 입장이다. 그래서 청취자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위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 수록곡 중 ‘계속’을 편곡해준 오빠가 해준 말인데, ‘카코포니의 음악은 하강하는 음악이 아닌 상승하는 음악이며 에너지를 주는 음악’이라고 했다. 나 또한 그렇다고 믿고 있다. 그러고 싶다.
송: 멘탈이 건강할 것 같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우울증으로 고생을 한다. 하지만 카코포니는 건강한 정신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대화가 아닌 음악을 통해서도 많이 받는다.
카: 맞다. 겪은 일들에 비해 굉장히 건강한 멘탈을 갖고 있다. 잠도 못 자고 아무것도 못하며 우울해하는 시기가 종종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결국 계속 괜찮아진다. 어떻게든 내가 괜찮아질 수 있는 루틴을 만든다. 그래서 운동이 가장 중요한 일과다.
사람들이 나를 멋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공연을 열어도 매진이 되지 않고 앨범도 많이 팔리지 않으며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한다. 때로는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에 맴돌게 된다. 우울증이란 게 결국 한 가지 생각을 맴돌며 겪는 정신병이지 않은가. 나는 그래서 운동으로 잡생각을 없앤다. 그리고 열심히 일한다. 객관적인 나의 실력을 늘려버리는 게 우울증 퇴치에 가장 좋더라.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도 스스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일반 소비자에겐 들리지 않겠지만, 나로서는, 그리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느낄 수 있다. ‘어떻게 이것까지 신경 쓰면서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악적인 고민을 엄청나게 했다. 그래서 힘이 들 때마다 내 음악을 들었다. ‘나 이 정도까지 하는 사람이야, 이렇게 까지 만들었으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맞아’ 이런 생각으로 버텼다. 1집, 2집에서는 타고난 부분에 기댔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음악을 대했고, 많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송: 음악적인 성장은 무엇을 통해서 배우는지.
카: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 머릿속의 구상이 실현될 때까지 하고 또 한다. 악기 세션과도 다양한 시도를 한다. 마스터링도 9번 바꾼 곡이 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어쨌든 끈질기게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고 나아진 걸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송: 음악을 할 때 레퍼런스가 있는지.
카: 레퍼런스는 없다. 결이 비슷한 이상향이 있으면 비교를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그냥 머릿속에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완벽히 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비교하지 않는다.
송: 사람의 성장을 가로막는 큰 감정 중의 하나가 바로 ‘질투심’이라고 생각한다. 열등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질투하지 않는 건 타고난 건지.
카: 어렸을 땐 질투심이 많았다. 외모적으로 타고난 사람은 너무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질투심이 많았기 때문에 공부도 잘했던 것 같다. ‘쥬마루드’ 할 때에도 전 남자 친구가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었기에 열등감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 잘하는 사람을 보면 마냥 좋다. 건강하게 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송: 코로나가 종식되면 해외 공연 계획도 있는지.
카: 하고 싶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만약 1집이나 2집을 내고 상업적으로 잘 풀렸다면 이번에 영화를 못 찍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너무 빨리 잘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 스스로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인다. 원래 보컬 연습을 잘하지 않는 편인데, 요즘 연습을 하며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많이 발견하고 있다. 가능성을 발견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너무 버티기 힘들어서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않았기에 더욱 배우고 성장할 여지 또한 많다는 건 사실이다. 만약 내가 소속사에 있었다면 입김에 휘말려 영화는 꿈도 못 꿨을 거다.
지금은 홀로 많은 기획을 하면서, 예술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경영자로서도 살고 있다. 그래서 지금 소속사에 들어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입장도 생각할 수 있고, 여러 제작 프로세스도 이해할 수 있으니까. 무명의 시절이 있어서 이상한 것도 많이 도전해보고 많이 늘고 있다. 빨리 잘되길 바랐던 게, 나는 참 작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은 아직 준비가 안돼서 제대로 된 기회가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점차 준비가 되어가고 있고, 거의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관력에 관하여
송: '직관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브런치에 올린 1집 작업기 중 'Comme un poisson dans le ciel'에 관한 글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경험해야만 알 수 있지 않다. 때로는 경험하지 않은 것을 더 잘 알 수 있다. 우리 자신 안에 답이 있다면 말이다. 그 길이 아닌 곳을 걸어본 적은 없지만, 나는 다른 길을 알 것만 같았다. 말들이, 지식들이, 오히려 흐리게 만든다. 나의 안에 모든 답이 있다. 아이들이 신과 가깝듯, 우리는 사실 본디 모두 깨우친 존재들이다. 직관 한 줄이 책 한 권보다 정확하고 무겁다.’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직관력보다 지력을 우선시하고, 때로는 직관력을 등한시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카코포니는 직관에 민감한 사람인 것 같다. 음악이던 영화던 기술적인 지식을 많이 필요로 할 텐데, 깊은 전공 지식이나 경험 없이도 좋은 작품을 내는 것이 그 방증인 것 같다.
카: 맞다. 직관력이 좋다. 그래서 음악이던, 영상 편집이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해낸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 건 무의식에 많은 것들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영화를 봤고, 너무 많은 책을 읽었고, 너무 많은 공부를 했다. 대학생 때도, 경영학과 전공이 안 맞아서, 불문학과를 복수 전공했고, 경제학과 수업도 들었다. 대학원 수업까지 들을 정도였다. 원래 지식에 대해 집착이 심한 편이었다.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외무고시를 준비하면서도, 정치, 경제, 국제법 등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별 의미 없음을 깨달았다. 내가 공부하는 지식들은, 랜덤 하게 발생하는 어떤 상황들을 논리로 묶어 만들어낸 이론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정치, 경제, 국제법을 잘하기 위해선 직관을 통해 세상을 보고 참신한 생각을 통해 창의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이론을 사용하는 건 별 의미가 없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식을 별로 믿지 않게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며 무언가를 온몸으로 느끼고 거기서 내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베이스는 중요하다.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선, 좋은 음악을 많이 들었어야 하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되고, 어떤 교양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식 안에서는 현상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행력에 관하여
송: 많은 이들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코포니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바로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를 실현을 시킨다.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카코포니는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어떤 에너지로 어떻게 현실화시키는지 궁금하다. 사람을 어떻게 모으고 또 그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영업하는가.
카: 나는 사람을 잘 보는 편이다. 살면서 한번 만날까 말까 한 깊은 관계를 나는 살면서 많이 맺어왔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에 관해서도 직관력이 생긴 것 같다.
보통 함께 일할 사람을 찾을 때,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피드 몇 개, 얼굴 정도 보면 나와 잘 맞을지 판단할 수 있다. 사람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나와 잘 맞을 것인가'만 확인하는 것이다. 김문독 사진작가와도 그런 인연으로 지금까지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한편으론 이런 자신감도 있다. ‘내 음악은 좋고, 당신도 나와 함께 일하면 도움이 된다, 이런 작업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나와 함께 하면 당신에게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 정도의 자신감과 믿음은 있는 것 같다.
한 번은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서, 인터넷에 일본어 과외를 검색했고 그중 프로필 사진을 보고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에게 연락했다. 실제로 그렇게 한 번에 만난 일본어 선생님과 친해졌다. 마침 영화를 공부하신 분이라, 1집 '로제타'와 2집 '귀환'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해주셨다.
송: 그렇게 만난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카: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나의 상황, 필요한 것, 자신 없는 부분까지도. 나는 강압적인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나의 지시를 따르는 입장이 아니라, 각자 자기실현을 하게끔 노력한다.
송: 카코포니만의 협업 스타일 또한 직관적으로 깨달은 것인지.
카: 그렇다. 이번 영화 촬영의 경우엔, 다행인 부분이 있었다. 예전에 영상 감독인 친구를 따라 조연출을 몇 번 했었다. 그때 pre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지, 감독의 입장은 어떤지, 여러모로 배운 점이 있었다. 대학교 방송반에서도 영상 피디였다. 보고 배운 것들이 있었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갖춰진 상태였다. 하지만 진짜 프로들과 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함께한 작업자들도 기가 막혔을 것이다. 그런데도 재미있으니 나와 함께 했다고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 기준이 명확할 수 없는 아마추어의 입장이라면, 전문가들의 말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송: 좁은 업계라고 생각한다. 작업을 하며 사람들과 잘 맞지 않을 때, 누군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카: 이번에 하면서 몇 명 잃었다. 이전에 함께 작업해오던 사람인데도, 이번 계기로 잘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저 사람이 원래는 나랑 안 맞았지만, 우연하게 몇 번의 기회를 같이 했구나. 안 맞는 사람이랑 몇 번 함께 한 것도 참 신기하다. 감사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 그 사람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이전에 함께 작업할 때는 참 행복했는데, 이번 작업은 잘 맞지 않네요’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헤어졌다.
사실 사람을 잃는다는 건 슬프다. 하지만 그 계기를 통해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통해서 나와 방향성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기회가 된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 더 성장한 것 같다. 'Reborn'을 만들며 'Reborn' 했다.
문소문
송: 2인 밴드 문소문의 멤버이기도 하다. 문소문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지.
카: ‘거누(문소문의 기타리스트)’가 자다가 일어나서 꿈에서 기타 멜로디를 들었다며 연주했다. 그래서 나도 그 위에 얹어 노래를 불렀다. "좋은데, 할래?" 해서 시작하게 됐다. 일이 이렇게 까지 커질 줄 몰랐다.
송: 카코포니와 문소문은 각각 추구하는 게 다를 것 같다.
카: 문소문은 리얼 악기 위주로 재미있는 실험을 하는 게 주된 방향이다. 거누와 음악 취향이 비슷하다.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기준도 비슷하다. 그래서 작업도 정말 빨리 한다. 문소문은 재미있게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좋은 메시지를 담으려 한다. 또한, 카코포니는 크고 화려한 무대가 어울린다면, 문소문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문소문이 오히려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돈을 좀 벌었다.
송: 다양한 미디어를 잘 활용한다. 문소문 1집에서는 온라인 게임도 만들었다. 미디어 활용에 대한 특별한 가치관이 있는지.
카: 큰 의미는 없다. 그저 메시지에서 시작할 뿐이다. 문소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중이 멀게 느낄 것 같았다. 대중이 직접 메시지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다 게임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었다. 예산을 줄이기 위해 게임 그래픽도 직접 그리고 게임 로직도 직접 짰다. 그리고 코딩이 가능한 선배에게 의뢰했다. 그랬더니 진짜 게임이 만들어지더라. 너무 신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송: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나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카코포니는 여전히, 그리고 미래에도 자기 자신에 대해 계속 고민할 것 같은지.
카: ‘Reborn’ 안에서는 한번 파괴하고 끝이 났지만, 사실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상황은 바뀌고 어쩌면 사람도 바뀔 것이다. 그때에 나의 새로운 면모들이 계속 드러날 것이다. 그때마다 나 자신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거대한 파괴는 한 번쯤 필요한 것 같다. 나는 1집을 통해서 큰 파괴를 했고, 그 덕분에 나 자신이 정의됐다고 생각한다.
송: 예술가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카: 자기 우울에 빠지기 너무 쉬운 직종이다. 그래서 돈이 부족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게 꼭 예술을 통한 벌이가 아니어도 괜찮다. 돈은 완전한 행복을 주진 않지만 우울해지지 않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 너무 힘들어서 좋은 것 좀 먹고 싶을 때,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은 너무 다르다. 좋은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실력을 높이는 것이다. 실력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려 한다. 타인이 보기엔 잘 돼 보여도, 손익분기점도 못 넘고,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고, 일이 없을 때도 있다.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믿기 위해선 잘해야 한다. 그렇게 실력을 키운다면, 기회가 오면 잘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송: 만약 카코포니에게 영감을 받아 꿈을 좇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무어라 말해줄 것 같은지.
카: 열심히, 제발 열심히 해라. 대충 하지 말아라. 따듯한 말을 해주고 싶진 않다.
꿈을 좇는 사람 중에는, ‘이만큼 포기해서 꿈을 좇으니 그것만으로 무언가 보상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포기한 것에 매몰되어 있다. 포기한 거는 그쪽 사정이다. 꿈이면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해야 한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
송: 앞으로 무엇을 더 하고 싶은지. 또 무엇을 예정하고 있는지.
카: 연기를 더 제대로 하고 싶다. 이번에 '볼레로 닷컴'에서 연기하면서 그런 마음이 더욱 커졌다. 내 안에 끌어내고 싶은 감정이 많아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작품을 만나서 나를 조금 더 이끌어내게끔 하고 싶다.
내년엔 단독 공연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하시는 분께서 먼저 제안 주셔서 그분의 스토리보드에 따라 작곡한 작업이 있다. 그 애니메이션 작품이 곧 공개될 예정이다. 내후년엔 3집을 내고 싶고, 여러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송: 요즘 고민이 있는지.
카: 어떻게 하면 음악을 오래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폴댄스 기술을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 정도인 것 같다. 보통 고민할 시간에 그냥 하고 만다.
송: 꿈이 있다면.
카: 무너지지 않고 나를 잘 유지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모두 시도해보고 싶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고 실력도 점점 쌓아가고 있는데, 이 모든 걸 실현하기 위해선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작가의 음악적 시선
카코포니 1집 [和] 앨범 커버 [출처: 멜론]
내게는 여러 멘토가 있다. 스티브 잡스, 스티븐 코비, 무라카미 하루키, 힙합저널리스트 김봉현 작가 등. 그리고 카코포니 또한 내게는 오랜 멘토와 다름이 없다. 그녀를 직접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동안 그녀의 행보를 관찰하며 나는 여러 번 감동받고 놀랐으며 또 그녀의 작품 속에 빠져 배울 점들을 발견해왔던 것 같다.
사실 마음에 병이 생겨 그만두어야 했던 인터뷰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녀의 신보 'Reborn' 덕분이었다. 마음 병이 치료된 지는 오래였으나 인터뷰를 생각하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 왔던 나날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새로운 작품은 지독한 두려움을 넘어서 호기심에 불을 지폈고, 내 사고에 드리웠던 안개를 걷어주었다. 결국엔 나를 움직이게 했고, 오래도록 만나고 싶어 했던 그녀를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직접 목격한 그녀는 의외의 면으로 나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그녀의 작품이 많은 감상을 선사하는 만큼, 나는 그녀의 내면 또한 화려하고 복잡하고 때로는 환상적이고 그렇기에 몇몇 예술가들과 같이 허황된 일면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수수했고 현실적이었으며 복합적이긴 했으나 복잡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이토록 많은 일을 해내는 그녀의 태도를 언어로 정리하다보면 한 단어가 반복적으로 스쳐 지나가곤 했다. 바로 '단순성'이었다.
그녀에게는 단순한 구석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해보지 못한 일들을 척척 해내는지, 어떻게 매번 진화를 거듭하는 앨범을 선보이며,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하는지, 나는 궁금한 질문들을 어깨에 이고 그녀 앞에 내려두었다. 그러나 그녀의 답변은 그리 무겁지도 거창하지도 않았다. 그냥 하는 것,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고민할 시간에 움직이는 것'이 그녀가 전달하고 싶은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위 사진은 그녀의 1집 앨범 커버다. 슬퍼보이기만 했던 눈빛에서, 나는 이제 단단하게 힘을 머금은 단순성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번 신보 'Reborn'이 훌륭한 앨범임에도 나는 그녀의 1집 1번 트랙 '숨'을 추천하고 싶다. 이 곡은 음악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그저 해낸, 카코포니의 출발을 알리는 음악이다. 그래서 이 음악을 들으며 나는 종종 생각한다. 행동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