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밑에 사니까 벌레친구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
매일 청소하는데 언제 또 집 지었지
거실벽 모서리 아기 거미 한 마리
어제 그 아이는 아니겠지 얘는 좀 더 작잖아
보이지도 않는 연약한 거미줄
그 위 가장 안전한 어딘가에 앉은
점 같은 작은 거미
벌레컵으로 내보낼까
아 밖에 빗방울 떨어지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가여운가
아니 아무 감정 없는걸
신경 쓰지 않는 척 곁눈질로 보고 있자니
안녕, 귀여운 거미야, 이제 태어났니?
열린 창문으로 멀리서 산바람이 부드러운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아기에게 불어닥친 생의 첫 친구는
제법 매서운 태풍일 테지
둥-둥-
북을 치는지 저를 치는지
제 키만 한 북을 울리며
자신도 함께 흔들리는 전장의 장수처럼
흩어지는 바람에도 거미는 둥실둥실 거미줄을 탄다
온몸으로 제 우주의 진동을 받아낸다
그러니
오늘은 그냥 지켜본다
저 애는 그냥 저기 있을 뿐
산너머 하늘은 어스름 저녁
창밖에 내민 손바닥 위로 톡톡 차가운 빗방울
그러니까 둥둥 아기거미야
오늘 너는 거기 있으렴
호로로 흔들리는 너의 안식처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