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핫도그

by 송이안

| 낳자마자 어미가 죽어서 누군가 키워줘야 해요

| 하얀색이에요

라는 말에

우리 집 첫 강아지 새하얀 말티즈를 떠올리며

내가 가족이 되겠다 했더니만

아... 검은 바탕에 흰털이 드문드문 있는...

아... 이젠 동네에서도 잘 보지 못해서 동네개도 아닌...

음... 한국사니까 한국개...


그나마 성격은 털털하겠구나 기대했는데, 외모와 완벽하게 미스매치

박힌 돌들한테 으름장 놓는 공주마마인데

집 나가면 더 이상은 개가 아니오, '겁' 그 자체가 되신다

따라서 공주마마께옵서는

똥을 싸고도 남았을 집에서 공원까지의 길을
10분간 내내 고이 안겨서 이동하신다


한낮은 이제 제법 뜨거워 거리는 반팔부대로 가득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쩍 존재감을 드러내는 뱃살

나는 단연코 외투로 대응한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더운 차림새로

묵직한 그녀까지 안고 걸어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

그렇게 도심 속 탁 트인 공원에 도착한다


인공지능 이전에 인공자연이 있었더랬다

공원이 탁 트였다 함은 나무가 우거지지 않았다는 의미

푸르게 펼쳐진 잘 깎인 잔디밭 군데군데

현재 나무인 나무가 과거 나무였던 벤치와 짝을 이뤄 자리한다

나도 인공자연 속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기미주근깨의 자연 배양을 느끼며

먼지, 꽃가루, 송진가루, 새똥이 가득한 벤치에 살며시 자리해 본다


더위와 품의 열기로

문자 그대로 Hot dog인 그녀는

한낮의 더위로 아무도 나서지 않은 공원이라

이제야 마음을 놓는다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털 흰 털

긴 허리로 씰룩대는 궁둥이

볼품없는 짧은 다리여도 자박자박 옮기는 발걸음으로

공주마마께서 분부하신다

언니! 나는 이제 백성들이 뿌려놓은 오줌의 흔적을 찾아 나서고 싶어


그렇게 나름대로 분주한 탐색 속에서 그녀는 비로소 공원의 주인이 된다

핫도그 공주님의 '동그란 맘 속에 피어난 How is that life?'

그녀는 이 순간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한

분홍 혓바닥을 환한 미소사이에서 드러낸다

동그란 콧구멍을 벌름댄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더위와 무게로 정신줄을 놓친

그러나 리드줄은 놓칠 수 없는 개념시민,

피로한 그녀의 인공언니가 있다


매우 자연스럽고도 인공적인 위계질서,

나는 핫도그 공주님에게 충성스럽다.

작가의 이전글숙주, 나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