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지기 친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돌아온 밤. 입맛도 없고 배도 고프지 않은데,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짜장라면 하나를 끓였다. 허한 마음이었을까?
정(情)이라는 단어에는 수분이 너무 많다. 한여름, 땀이 흥건한 타인의 손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그 질척거림과 닮았다. 나는 건조기에서 막 꺼낸 수건처럼 포슬포슬하고 따스하며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답게, 가볍게. 하지만 그런 나의 건조한 질서를 자꾸만 눅눅하게 절여버리는 것이 바로 이 ‘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의 법도를 세우고 그 질서에 따라 단정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예고 없이 침투하는 정은 단단하던 결심을 한순간에 흐물거리게 만든다. 떼어내려 할수록, 씻어내려 할수록 속수무책으로 번져가는 이 미련 앞에서 무력해지곤 한다. 하얀 셔츠에 튀어버린 짜장 국물처럼, 지우려 할수록 얼룩만 커지는 이놈의 감정을 나는 도대체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