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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edkingko Jun 08. 2017

1-2 고양이, 공존의 존재

#첫째, 이룸



며칠 후, 학교 옆 구석에서 엄마 고양이와 엄마와 똑닮은 털쟁이 한 마리,
아빠 고양이와 똑닮은 세 마리가 자기 집 마당 마냥 뛰어 노는 걸 발견했다.
본넷에 발자국 놀이하던 그 애들이었다.
사실 그 사이에 길고양이 사료 챙겨주는걸 깜빡했었는데
주변에 캣맘이 있는지 깨끗한 밀폐용기에 사료와 물이 담겨있는걸 발견했다.
냉면그릇의 '짜르르' 하는 소리는 없었겠지만 알아서 '쪼르르' 와서 먹었겠지 생각하니
‘ 밥주는 사람은 다 좋지? ’ 하고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그 사이 약간의 사연이 있었고, 게중에 인연이 닿았던 녀석은 엄마와 똑닮은,
크기로 봐서 아마 첫째였을 듯 싶었다. 엄마와 형제들을 잃고 홀로 다니는 놈을
(미안하지만) 빗자루로 눌러잡고 이름을 '자루' 라고 붙여줄 요량이었는데
어쩌다보니 학교의 이름 일부를 따서 '이룸' 이라 불러주게 되었다.

생긴건 참 귀여웠는데 똥은 생각보다 컸고,
오줌은 콸콸콸, 더욱이 그 냄새는 상상을 초월했다.
단언컨대 이후엔 학교와 인연 닿을 고양이는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한마리씩 더 늘어나면 모든 소모량과 배출량이 두 배씩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으므로.

더 중요한 것은 이때는 이룸이 이녀석이 학생들에게있어
교사보다 더 영향력있는 비선실세로 군림하게 될 것을 상상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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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고양이, 공존의 존재
#첫째,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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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광조, 대안학교인 꿈이룸학교의 선생님이자 야매작가

(@imagedoodler _www.instagram.com/imagedoodler )
그림 / 송혁,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가난해진 그림쟁이

(@songkingko _www.instagram.com/songkingk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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