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보내는 두 번째 추수감사절. 작년에는 칠면조를 구웠고, 올해는 호박 파이를 만들어 봤다. 코스트에서 5.99달러 하는 저렴하고 맛난 파이를 사 먹을 수도 있지만, 집 텃밭에서 농사지어 나온 몇 개의 단 호박이 있었기에 한 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루 전날 호박을 다 깎아 전자레인지에 돌려 퓌레를 만들고, 거기에 시나몬과 기타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 있는 믹스 제품을 약간 탔다. 호박이 달긴 했지만 파이 먹을 만큼은 아니어서 소금을 조금 넣고 설탕도 약간 넣었다. 추수감사절 당일에는 몇 개의 유튜브를 보고 그중에서 제일 해볼 만하다 싶은 것을 골랐다. 크러스트는 시판용으로 간단히 해결했고, 호박 퓌레와 계란, 무가당 연유(evaporated milk)를 넣고 섞어 커스터드를 만들어 준비된 크러스트 위에 부었다. 맛 감별사 2살 딸내미는 호박 커스터드가 꽤 맛있었는지 연신 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며 '으음~!' 소리를 내며 신나 했다. 450도 오븐에 15분, 이후 온도를 낮춰 350도에서 40분 정도 구워줬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정말 이게 되는 걸까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 나쁘지 않은 비주얼을 가진 호박 파이가 완성되었다. 칠면조와 햄, 매쉬드 포테이토 등으로 가득한 점심을 한가득 먹고, 후식으로 호박 파이에 휘핑크림을 얹어 넣어 먹었다. 시판 제품 보다 호박이 말할 수 없이 많이 들어간 것은 물론, 많이 달지도 않아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솔직히 놀랐다. 이게 가능하다니. 누군가에게는 포크로 휘적거리다 남겨진 비호감 파이였지만, 나에게는 추추 감사절을 준비하는 기쁨과 행복을 안겨 준 소중한 생애 첫 호박 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