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iang khong May 2. 2022
출산을 하고 배마름이 온 암컷을 나는 마름이라고 부른다.
출산후 힘이 딸리는 마름이는 먹이경쟁에서 밀려 갈수록 말라간다. 물생활을 일여년 해온 사이 나는 가끔 마름이들을 만났다. 그 아이들은 소금욕을 해주거나 먹이를 듬뿍 줘도 결국 용궁에 갔기에 이제는 그냥 둔다.
작은어항으로 온 마름이는 약간 유령 같았다.
안그래도 하얀 피부가 더 투명해졌다. 힘없이 둥둥 떠다니며 어안이 벙벙해진 마름이를 일인자인 안시 쭙쭙이가 가만 둘리 없다.
쉬익쉬익 마치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쭙쭙이는 마름이를 공격한다. 꼬리부터 낚아채 커다란 입으로 쭙쭙대면 보통은 얼마안가 죽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꼴이 보기 싫어 나는 따로 부화통에 넣어줬다.
부화통에 들어간 마름이가 머리를 부딪쳐대며 싫어한다. 그 모습에 또 마음이 약해져 풀어준다.
어항안에선 약한 아이들은 공격대상이다. 지나가던 플래티며 구피들까지 쪼아대고 마름이의 피부에 상처가 난다. 마름이는 툭 불거진 아가미로 가쁘게 숨을 쉰다. 두눈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다. 고통스럽다고.
저멀리서 느릿느릿 애플스네일이며 새우들까지 다가온다.
먹이는 부족하고 아이들은 늘 배고프니까. ( 먹이과다지급은 아이들 전체에게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먹이는 적당히 주려고 노력중이다)
다시 부화통에 넣었지만 또 싫어하니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차라리 안보는게 마음이 편할텐데...
붕어마름이나 여과기에 숨은 마름이를 쭙쭙이가 집요하게 쫒아다닌다. 큰 눈을 부리부리 흡뜨며 다시 이리저리 쉭쉭쉭 날아다닌다. 그 와중에 또 어디선가 작고 까만 치어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진다.
암컷 구피들을 주욱 훑어본다. 한마리의 암컷의 똥꼬에 치어꼬리가 끼어있다. 너로구나! 나는 얼른 뜰채로 잡아 부화통에 넣어주지만 충격을 받았는지 치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유난히 까맣고 배가 통통한 치어가 물위로 떠오른다.
한쪽에선 죽는데 한쪽에선 태어난다.
처음 암컷들이 출산후 배마름이 오고 다음에 솔방울병이 왔다가 칼럼나리스병까지 찾아오는걸 봐왔다.
암컷입장에선 한달에 한번 하는 출산은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는 일이다. 그런데도 꼭 한달을 주기로 낳고 또 낳는다. 그리고선 먹이인줄 알고 득달같이 달려들어 먹어 치운다. 나는 자신의 새끼를 먹어치우는게 맨 처음엔 몹시 싫었다. 하지만 이젠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저것이 살기 위해 먹는게 아닐까 싶다. 죽음의 문턱에서 정신을 차리려고 살기위해 또는 엄청나게 불어날 물고기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작은 물고기지만 죽는건 슬프다.
이래저래 싱숭생숭한 날이다.
마름이는 거의 숨이 끊어져가고 있다.
오늘 태어난 치어들이 있는 부화통 옆에 세로로 길게 누워 있다. 눈에는 생기가 거의 빠져나갔다. 아주아주 간신히 숨이 붙어 있다. 내가 출산후 산후조리에 신경써줬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것이다. 내탓이다. 내가 부족한 탓에 저 작은 생명이 고통받고 있다.
앞으로 더 노력하자.
아이들은 내게 생명을 의지하고 있으니.
그냥 편안히 용궁에 잘 가기를.
출산중인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