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iang khong
May 30. 2022
아침부터 마음이 좀 분주했다.
오늘은 보건지소에서 하는 한달 다이어트의 마지막 인바디 체크날이다. 틈틈히 체중계로 재봤는데 1키로만 빠져 있어서 실망이 컸다. 친구가,
"야! 1키로면 똥한번 싸면 빠지는거.ㅋㅋㅋㅋ"
하는 바람에 실망은 배가 되었다.
내가 이럴려고 라면,떡,빵,초코렛,아이스크림,단음료,과자를 줄여왔던가. 겨우 똥한번 싸면 빠지는 1키로때문에 만보를 걸으려 애쓰고 필라테스.요가,스트레칭을 하고 등산에 달리기에 단체운동에...... 덕분에 무릎은 다치고..... 겨우 똥 한번 싸면 빠지는 1키로 때문에......ㅠㅠ
허무해졌다.
그리고 어제밤부터 쫄쫄 굶다시피 한 나는 어서 인바디를 재고 뭔가 먹어야 한다는 마음에 자꾸만 급해졌다.
편한바지 그러면서도 안뚱뚱해보이는게 어딨더라.
옷장을 열어 수많은 검은색 고무줄 바지중 하나를 신중히 골랐다.
그래, 이거 원단이 까슬까슬한게 시원하겠구먼 해서 고른 바지를 다리에 쑥 넣으며 나는 놀랐다.
이 바지는 작년에 샀는데 치수를 다 확인하고 샀지만 원단이 거의 안늘어 나는 재질이라 허벅지에 걸렸던 바지였다. 돈 날렸네 하며 짜증이 솟구쳤지만 원단이 마음에 들어 구석에 쳐박아둔 바지.
그런데 그 바지가 맞았다.
좀 끼긴 했지만 어쨌든 들어갔다.
허벅지와 엉덩이를 거짓말처럼 통과한 바지는 허리까지 올라왔고 걸어도 터질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맞는구나. 바지가 맞는구나.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실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이었다.
정말 빠진걸까.
필라테스 덕분에? 만보 걷기 덕분에?
누워서 스마트폰할때 해줬던 다리운동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인바디 검사를 하러 보건지소로 향했다. 그리고.....
"체지방률이 3프로 빠지고, 골격근량은 1키로 늘었고요. 허리 둘레는 7센티 빠졌네요!"
의사선생님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인바디 검사지를 두손으로 꼬옥 집어들었다.
헉! 이렇게 많이 빠졌었어?
단지 덜 먹고 더 움직였는데 한달사이에 이렇게나?
영양선생님도 운동선생님도 칭찬해주셨다.
특히 운동선생님은 근육량이 1키로 늘어난건 정말 대단한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 말에 억지로 땀흘리며 플랭크와 브릿지 자세를 했던 시간들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같이 기뻐해주시는 모습에 마음대로 못먹게 하고 자꾸만 운동하라고 말해서 나는 짜증냈는데 하는 마음에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졌다.
다 나를 위한거였는데.
주인인 나조차도 돌보지 않아 점점 황폐해지고 거대해지는 이 몸뚱이를 신경써주셔서 그러신거였는데......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하셨을까.
나는 사과와 감사를 동시에 했다.
3끼도 챙겨먹고 야채도 많이 먹고 운동도 더 하게 된건 다 이분들 덕분이다.
이 상태로 더 노력해서 빼면 어쩌면 몸에 꼭 맞는 옷도 사입을 수 있겠다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12키로만 더 빼면 정상 체중이 된다.
집에 돌아온 나는 인바디 결과지를 장농에 붙히며 오늘부터 더 열심히 해보자고 속으로 다짐했다.
절때 포기만 하지 말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