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iang khong
May 31. 2022
1년이 걸렸다.
공복운동을 하기까지.
인터넷으로 수없이 검색했다.
체지방이 쭉쭉빠진다는 공복운동.
해야지 해야지 주문만 외우다가 1년이 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노 스트레칭까진 어찌어찌 하는데
그 다음에 일어나 헬스장 가는게 어찌나 귀찮은지......
이따 저녁에 하지, 뭐.
하다가 저녁이 되면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며 뒹굴다가
시간도 많은데 밤에 가지, 뭐.
시원할때 가서 땀빼고 오자.
하던게 밤이 되면 또,
아이고 너무 어둑어둑해졌네.
지금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엔 꼭 가자.
로 바뀌어 헬스장 안간게 몇번이던가......
어제 인바디 검사결과가 너무 잘나와 한껏 들뜬 나는
물들어 올때 노 젖는 심정으로 오늘 박차고 일어나 헬스장에 갔다.
오전 8시.
사람이 별로 없는게 내 기분을 한결 상쾌하게 해주었다.
느적느적 신발을 갈아 신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이클에 앉는다. 인스타 릴스를 보며 10에 맞춰놓은 무거운 패달을 돌리니 제법 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이 작은 땀방울들 덕분에,
그래, 나는 운동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바로 앞에는 남자 한명이 쓰러질듯 지옥의 계단을 오르고 있다. 등판이 땀으로 젖어서 원래는 밝은 회색인 티셔츠가 검은 색이 되었다. 나도 저정도로 해야 빠질텐데 말이지. 하지만 무릎을 생각해서 무리하진 말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달달이위에 종아리를 펴고 앉는다.
달달이가 끝나면 덜덜이 차례.^^;
(헬스장에 있는 대표 마사지기계)
아! 이것이 극락의 맛이로구나.
몹시 흐뭇해하며 가지고 온 보리차를 한모금 마신다.
그리고 나서 런닝머신으로 간다.
넷플릭스에서 요즘 핫하다는 우리들의 블루스를 켠다.
한지민씨 너무 이쁘게 나오네.
나랑 동창인데 학교 다닐때도 얼굴에서 빛이 났던 친구였다.
나도 저 친구처럼 날씬해봤으면....
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비교하지 말자.
나도 조금씩 빼면 되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10분이 흘렀다.
그런데 힘이 축 빠진다.
어어 더 해야하는데, 이제 막 드라마도 재밌어지고
몸도 달아오르고 있는데!!
허기진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직 근력운동은 하나도 안했는데 큰일이다.
하체비만인 난 다리 근력운동을 해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오늘이 공복운동 첫날이니 그냥 집에 가자 싶어 과감히 떨치고 나왔다.
오는길 갑자기 요쿠르트가 너무 땡겨 이마트에 갔더니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다들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는거란다.
헉. 아직도 그놈의 빵이 이렇게나 인기가 있구나.
속으로 놀랐다.
나도 빵 사다가 웃돈 얹어서 팔아볼까.
하는 마음도 살짝 들었다.
싼걸로만 몇개 안골랐는데도 15,600원이나 나왔다.
무시무시한 가격이다. 아니 이러면 뭐 먹을 수 있는게 없잖아. 아.오히려 잘되었나. 돈도 없으니 식비도 아낄겸 조금씩 먹다보면 살도 빠지고.
그렇게 덮어놓고 무리하게 조금씩 먹다보면 분노의 허기짐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우르릉 쾅쾅 폭발해서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4~5개씩 까먹게 되겠지.
다신 그러지 말자.
천천히 빼자.
덜먹고 더 운동하면 돼.
장을 보고 나오는데 빵집에 너무 맛있어 보이는 슈크림 빵이 방긋 웃고 있는게 보였다. 아.... 먹을까 말까. 가격도 2200원이라 싼데 ...... 예전같으면 아무 생각없이 덥썩 집다가 옆에 있는 소세지빵도 먹어볼까 하며 2개를 집었을것이다.
아까 요쿠르트 사는것도 설탕 많이 들어있을까봐 안샀는데 이 빵을 먹으면 운동한거 다 날아가겠네.
나는 고민을 하다 슈크림 빵 하나로 합의를 봤다.
대신 집에 있는 깻잎 뭉쳐놓을걸 잔뜩 먹기로 했다.
깻잎과 야채참치 그리고 슈크림빵.
5:2:3 비율로 먹어 치웠다.
확실히 야채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요새 화장실도 잘 가게 되고 소화도 잘 된다. 맹맹한 야채맛도 어느세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고......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 하나 지금부터 고민되기 시작하는 먹보인 나님아, 오늘 공복운동한거 진짜 진짜 잘했다.
조급해하지말고 지금처럼 뭔가 먹기 전에 늘 고민해보자. 내 몸은 소중하니까 좋은거 먹여주고.
끝까지 포기 하지만 않으면 된다.
힘내자!
의외로 깻잎이 맛나서 여러번 리필해먹음.
야채랑 친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