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태국 도망기 31

싼캄팽 온천과 남자 친구의 빈자리

by Chiang khong

8.18. 목


2시 30분 썽태우는 2시 42분에 오고
3시 30분 썽태우는 3시 24분에 출발했다.


와로롯 삥강에 줄줄이 주차되어 있는 썽태우 중
'싼캄팽 온천'이란 표시를 단 노란색 썽태우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50밧이라는 정해진 가격이 있는데도 술에 취한 듯 눈이 풀린 운전사는
기어코 60밧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오토바이로 갔을 때는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려 금방 도착했지만
온갖 시골 마을들을 구비구비 돌아 달리니 거진 1시간이나 걸렸다.
입장료는 이미 100밧을 넘어섰다.

(계속 오르고 있다)

오는데 차비로 80밧을 썼으니 온천물에 발 한번 담그고
잘 가꿔진 정원 한번 거니는 대가로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개인 욕실을 쓰고 싶으면 추가로 돈을 20 또는 60밧을 더 내야 하고
코딱지 만한 미네랄 수영장은 50밧을
밖에 노천 온천에 있는 낙엽과 벌레들이 노니는 누런 물의 수영장은 10밧을 더 내야 한다.

마사지는 240밧이고 먹는 거며 기념품 모두 그냥 죄다 돈 돈이다!

아무리 입장료를 올려도 중국인들이 단체로 버스 타고 와서 펑펑 돈을 써주니 완전 배짱인 듯싶다.


좀 더 떨어진 도이사켓 온천은 개인 욕실이 40에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마실 수 있는 카페도 30~40밧.
마사지는 120밧인데 비해 가격이 세다.
(대신 오토바이가 없으면 썽태우를 전세내야 하는데 5~600밧이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온천물은 부들부들 뜨겁게 좋았고
미리 사갔지만 모자라 더 구입한 작은 계란 3알과 간장이 들어 있는 20밧짜리

계란 바구니의 계란은 훌륭했다.

우리와 같은 썽태우를 타고 왔던 일본 중년 부부와 벨기에 일가족은 실망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특히나 형이 태국의 어린 아가씨와 결혼해 시골에 궁전 같은 집을 짓고 살아

방문했다는 벨기에 아저씨는 오는 내내 친구인 H와 신나게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온천에 오자

갑자기 시무룩해 보였다.


거의 2시간을 발을 담그고 계란을 까먹다 엉덩이가 배겨 근처 숲을 산책하고

2시 30분 썽태우를 타러 간 시각은 2시 10분쯤.
썽태우 표지판엔 그 흔한 의자 하나 없어서 싼캄팽 표지판 아래서

H는 치킨을 먹고 나는 물을 쪽쪽 빨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나 2시 40분이 되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저번엔 남자 친구 오토바이를 타고 룰루랄라 떠났지만

만약 이대로 썽태우가 안 오면 6년 전처럼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야 되나 어쩌나 고민하고 있을 때쯤.
저 멀리서 빨강 썽태우가 오는 게 보였다.

우리는 후다닥 뛰어갔지만 썽태우는 그대로 유턴해서 사라졌다.
전방 500미터 에서 시간표가 적힌 정류장(?)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뒤 그대로 떠나버린 것이다.

(어쩌면 이 썽태우가 아닐 수도 있다. 싼캄팽 온천행은 보통 노란색 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표지판에 적혀 있는 시간이 성수기나 주말 기준일 수도.
이런 점이 태국 여행 시 아쉬운 점이다.
인도나 네팔은 아예 포기해 버리니까 괜찮다.
기대조차 안 하니까 실망할 일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태국은 관광대국이 아닌가. 동남아의 맹주. 태국. 조금만 신경써 주세용.)


아아...
우리는 다시 온천으로 돌아가 30분을 때우고 나서야 벨기에 가족과 합류
3시 24분 썽태우를 탈 수 있었다.
(3시 30분에 시간 맞춰 온 사람은....... 가슴을 치며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이 선생님인 H는 잠시도 말을 멈추지 않고

힘차고 신나게 벨기에 가족과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갑자기 태국 7년 거주자인 궁궐 같은 집의 소유자 형을 만나겠다고 내리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 썽태우가 4시 30분 출발이고 우린 이미 30분 정도 왔으니

고작 30분 이야기를 주고받자고 모험을 하는 건 아니올시다.
그 형 되는 분이 차를 태워줘서 싼캄팽 시내라도 데려다준다면 모를까.
더군다나 자기들끼리 신나게 벨기에 어로 회포를 주고받을 텐데 그럼 나는 뭔가.

단호히 거절하고 무려 1시간 40분이나 걸려 치앙마이 와로롯 시장에 도착했다.


하루 다 잡아먹었다.
그래도 마카로니며 옥수수며 잔뜩 사들고 소시지 빵이며 딸기 빵을 흡입한 뒤 집에 돌아오니
썩 괜찮은 하루 같았다.


오늘의 결론은 싼캄팽 온천 썽태우 시간표 믿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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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계란 한 30개쯤 만들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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