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멍...4

쭙쭙이와 쫍쫍이

by Chiang khong

맨처음 직거래를 통해 안시 2마리를 사오며 나는 생각했다.

'뭐 이렇게 못생긴 물고기가 다 있나...'


안시들은 노란색 작은 몸통을 여과기 뒤에 숨긴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먹이를 줘도 하트모양의 눈을 위로 치켜뜬채 내 눈치만 살폈다.

나는 이 아이들이 진짜 이끼만 먹고 사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종종 굶어죽는 안시이야기를

봤기 때문이다.

하루는 먹이를 듬뿍 주고 불을 끈뒤 잠시후에 다시 켜보니......

안시 두마리중 큰 녀석이 미친듯이 사료를 쭙쭙 거리며 먹고 있었다!

그래, 니 이름은 이제부터 쭙쭙이다. 작은 녀석은 쫍쫍이고!


아직은 어항이 하나였던 시절.

어항속 스펀지 여과기가 2개여서 쭙쭙이와 쫍쫍이는 각자 하나씩 여과기 밑에 붙어 살았다.

왠지 덩치가 큰 쭙쭙이가 수컷, 작은 아이가 암컷 같았는데 커가면서 쭙쭙이의 수염이 무럭무럭 자라는걸 보니 내 예상이 맞았다. 그즈음 나는 희망에 부풀었다.

아기 안시들이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안시 수컷은 부성애가 남달라서 알이 부화하는 동안 내내 지느러미로 부채질을 해주며 알들을 보살핀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 안시들은 샛노란 몸통에 작은 꼬리 지느러미가 달리고 새까만 단추같은 눈을 또록또록 빛내며 꼭 자기들끼리 뭉쳐 있댄다. 그 모습이 음료수인 쌕쌕이를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이 쌕쌕이라고 부른다. 그 귀여운 모습이 너무 보고 싶었으나......

나의 쭙쭙이와 쫍쫍이는 사이가 안좋아도 너무 안좋았다....

돼구피들이 죄다 먹고 남은 걸 코리들과 새우와 나눠 먹어야 하는터라 안시들의 몫은 적었고,

그걸 둘이서 또 나눠 먹으려니 이건 종족번식의 본능이 아니라 오로지 생존번식만이 남은 것이었다.

쭙쭙이는 쫍쫍이를 보는 즉시 마구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 메기같은 큰 입으로 올라타서 마구 쫍쫍이에게 쭙쭙쭙 하기 시작한것이다.

안그래도 겁이 많은 쫍쫍이는 쭙쭙이의 눈치를 보느라 여과기 밑에서 잘 나오지도 못했다.

먹이를 쫍쫍이 앞에 둬도 냄새를 귀신같이 맡고 쭙쭙이가 다가와 모조리 먹어 치웠다.

쭙쭙이의 하트 눈이 부리부리 하게 빛나며 쫍쫍이를 향하자 쫍쫍이는 여과기 뒤로 숨어 몇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쭙쭙이는 어항의 일인자가 되었다.


결국 쫍쫍이를 작은 어항을 하나 더 만들어 그곳에 둘 수 밖에 없었다.

쫍쫍이가 사라지자 쭙쭙이는 더 난리를 쳐대기 시작했다.

식탐만 크지 순둥순둥한 구피들과 멍한 강아지같은 코리들, 그리고 걸핏하면 잡아 먹히는 새우들은 쭙쭙이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눈에 뵈는게 없는 쭙쭙이는 이리저리 부웅부웅 날아다니며 설치더니 날이 갈수록 포악해졌다. 결국엔 먹이를 먹는 구피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애지중지 키워서 분양하고 있는 나의 아름다운 오팔구피들을.....


나는 안되겠다 싶어 쭙쭙이를 다른분께 분양하기로 했다.

나보다 구피 수가 적고 쭙쭙이 마음에 들만한 신부가 있는 분을 찾고 찾아 무사히 분양한날.

뜰채에 안잡히려고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쭙쭙이때문에 여과기를 모두 꺼내고 30분을 고생한끝에 봉투에 담았다. 다행히 쭙쭙이는 새로운 곳에서 멋진 은신처도 받고 잘 살게 되었다.


그리고 작은 어항에 남은 쫍쫍이에게는 3마리의 친구 안시들이 생기게 되었고, 그 날 이후로

쫍쫍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집으로 분양가기전 쭙쭙이. 뜰채를 미친듯이 피하느라 쭙쭙이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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