쫍쫍이의 흑화
작은 어항에서 혼자 살아가게 된 쫍쫍이는 부쩍 외로워 보였다.
쭙쭙이의 구박 때문에 하얗게 빠지고 홀쭉해진 몸은 노랗게 색이 오르고 통통해졌지만
혼자만 안시여서 그런지 시무룩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쫍쫍이보다 덩치가 작은 아기 안시2마리를 입양하기로 했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면 참 보기 좋을것 같고 무엇보다 쌕쌕이들을 향한 열망이 아직 꺼지지 않았기에.....
직거래를 통해 받은 안시들은 지느러미가 긴 롱핀 안시였다. 그것도 한마리를 더 주셔서 3마리였다!
오옷! 하며 받아들고 온도맞댐과 물맞댐을 해준뒤 어항에 넣자 안시 3남매는 구석으로 스스슥 들어가 숨어 버렸다.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서 너무 귀여웠다. 막상 아기 안시들을 본 쫍쫍이는 뭔가 어안이 벙벙한 눈치였다.
그리고 다음날.
분명 먹이를 넉넉히 주는데도 아기 안시들은 얼굴도 잘 내밀지 않았다.
아직 낯설어서 그런가 싶어 스포이드로 먹이를 쏙 빨아서 앞에 갖다 주는데도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아기 안시들을 쫍쫍이는 또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이 터졌다.
지난날 쭙쭙이로부터 그렇게 구박을 받던 쫍쫍이가 아기 안시들을 마구 쫍쫍쫍 대며 괴롭히기 시작한것이다.
아기 안시들은 먹이를 안먹었던것이 아니라 쫍쫍대며 돌진해오는 쫍쫍이를 피하느라 못먹었던 것이다!
그와중에 한마리가 먹이를 먹지 못하고 하얗게 되더니 용궁행 티켓을 끊고 가버렸다.......
나는 겁이 덜컥 나서 아기 안시 2마리를 안시가 없는 큰 어항에 넣어 주었다.
쫍쫍이는 그제서야 원래의 수줍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보니 외로움은 1도 안느끼고 혼자서 잘 놀고 잘 먹었다.
큰 어항에 들어간 아기 안시중 한마리만 살아 남았다.
그 살아 남은 아기 안시는 이제는 지느러미 핀도 제법 커서 어항 여기저기를 부웅부웅 대며 잘 날라다니고
잘 먹는다. 그리고 흑화된 쫍쫍이는 오늘도 작은 어항의 일인자로 살고 있다.
덩치도 엄청 커져서 내 검지 손가락만해졌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애플스네일한테 경고라도 하듯이 등판을 쫍쫍쫍 해대기도 한다.
기분이 나쁠때는 제일 만만한 뾰족 달팽이들을 쫍쫍 대다가 퉤 하고 버린다.....ㅠㅠ
먹이가 모자라다 싶으면 당당하게 어항 앞으로 다가와 하트모양 눈을 치켜뜬채 계속 나를 압박해온다.
뽕잎을 배급하면 애플스네일이며 구피들을 머리로 마구 밀치며 그 큰입으로 뽕잎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마구
먹어 치운다. 그리고 길고도 긴 똥을 매단채 신이 난듯 어항 벽면을 쫍쫍쫍 댄다.
그 모습이 어쩐지 너무너무 귀엽다. ㅎㅎ
아아. 쫍쫍아. 아무래도 좋으니 그냥 내 곁에 오래오래 있어줘.
큰 어항의 아기 안시도.
작은 어항의 일인자 쫍쫍이. 나와 가장 오래 지낸 물고기다. 사랑한다. 오래 오래 건강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