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가 아닌 것들의 이야기

'나와 내가 아닌 것들의 이야기' Intro

by 송희운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 본 적은 많지 않지만 살면서 가끔 힘든 순간들을 마주할 때면 그 이면에는 항상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이 있었던 것 같다. 괴로운 순간들이 올 때마다 나는 상담을 배우신 어머니 덕분에 다행히 내가 왜 힘든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마주하게 되는 사실은 내가 '나'라는 존재를 항상 밖에 있는 다른 것들과 결부시켜 더욱 힘들게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즉, 나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존재를 내가 아닌 외부에 있는 수많은 것들과 연결시켜 그것을 내 존재 자체에 대한 가치 혹은 판단으로 받아들여온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어려워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한다면 '나'라는 존재가 있는 그대로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나 자신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기에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 존재에 귀중함을 증명하는 많은 명언들을 마음속에 새기고는 했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너와 똑같은 존재가 없기 때문에 너는 있는 그 자체로 귀한 사람이다" 등등등. 이 모든 명언들은 우리의 자존감을 채워주고, 이 말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들었을 때는 충격을 받을 정도로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 나서 또다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느껴졌던 감동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 넓고 거대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 나라는 존재가 귀중하다고 홀로 소리쳐봤자, 아무도 들어주는 것 같지 않고 나 홀로 외치는 공허한 메아리 같이만 느껴진다. 나의 소중함을 타인에게 이야기해봤자, 타인은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반응조차 없는 것 같이 느껴지고 나의 소중함을 타인에게 말하면서 증명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그만큼 '나'라는 존재 위에 아무런 껍데기로 씌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어려운 일만 같이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지만, 각 사람들마다 자신의 존재를 결부시키는 것들은 천차만별이다. 회사, 업무 능력과 같은 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옷, 화장, 가방, 액세서리와 같은 지극히 사적인 것들까지 포함되는 경우들도 많고 심지어 결혼, 가족, 친구 등과 같이 인간관계들이 결부되는 경우들도 많다. 이러한 부분들이 아니더라도 내가 말하지 않았거나 혹은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부분에서 각자 존재를 결부시키는 경우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외부의 것들과 자신의 존재를 결부시키는 것은 아마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살아남기에도 벅찬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살기에 바빠 이러한 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세상이 벅찰 때가 있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해 받아들인다는 것이 오글거리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살아가는 것이 급한데, 이러한 것들이 내 인생에서 뭐가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를 표면으로 꺼내서 이야기를 하는 상황 자체가 굉장히 불편한 경우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니 이러한 것들을 아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내가 어떤 것들과 내 존재를 결부시키는지 깨닫지 않으면 내가 사는 삶이 더욱 괴로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였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치 소라게처럼 다른 껍데기를 내 몸 위로 덮어씌워 작아 보이는 스스로의 존재를 가리려고 애를 썼다. 그 모든 외부의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마주했을 때 오는 괴리감은 정말 큰 고통이었고, 특히 내가 스스로 씌운 껍데기가 어떤 이유든지 해서 좋지 못한 평가 혹은 피드백을 받게 되면 그것은 내 존재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다른 이들이 내 존재 자체에 대해서 언급을 한 것이 아닌, 내가 겉에 씌우고 있는 껍데기에 대해서 언급을 한 것임에도 그것이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충분히 구분하여 볼 수 있을 사실이나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이 껍데기와 밀착되어 살아왔었기에 이를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껍데기를 나와 구분해서 보게 되었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어떤 것들을 내 존재와 덮어 씌우고 있는지 계속해서 인지하고 직면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한번 깨달았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사는 동안 평생 안고 가야 할 내 인생의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나 자신이 어떤 것들을 나와 연결시키고 있는지 아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미 어떤 것들과 나 자신을 연결시키고 있는지 얼핏 이야기했으나, 내 속에서 느껴지는 것과 내가 이것을 입 밖으로 꺼내서 말을 함으로써 한 걸음 물러나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내 속에서는 그것이 옳고 맞는 것이라 느껴지는 것들도 정작 내 밖으로 나온 순간 '내가 왜 그렇게 느꼈지?'라고 허무해지는 순간들이 올 때가 있는 것이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가 어떤 것들을 나와 결부시켜 살아왔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다른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에 조금씩 나와 내가 아닌 것들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