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허 백> 단평
※ 이 리뷰는 <브링 허 백>의 결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올여름 가장 기다렸던 공포 영화 중 하나인 <브링 허 백>이 6월 6일 개봉하였다. A24 배급사의 신규 호러 작품이자 <톡투미>로 주목받았던 대니 필리포우, 미하엘 필리포우 두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먼저 보고 온 친구의 말에 의하면 '굉장히 무섭다'는 평을 들었기에 살짝 긴장하고 보러 가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영화의 장르가 호러임이 분명하지만, 궁극적으로 상실감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는 굉장히 잘 만든 공포 영화이면서 동시에 최근에 관람했던 영화들 중에서 감정적으로 제일 와닿은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는 다소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스너프 필름처럼 보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의식이 행해지는 장면이 녹화된 비디오 화면으로 보이다가 갑작스럽게 종료된 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각장애인인 파이퍼와 오빠인 앤디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홀로 남겨지고, 이후 그들은 새엄마인 로라에게 입양된다. 해맑아 보이는 로라의 집에는 입양된 다른 아이인 올리버가 있었고, 이들은 로라 집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그 집에 적응한다. 하지만 로라가 앤디에게 기묘한 행동을 하면서 앤디와 파이퍼 간에 조금씩 거리감이 생기고, 앤디는 그 집에서 점점 고립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 올리버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서 로라에게 숨겨져 있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고, 로라의 비밀로 인해 파이퍼와 앤디는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된다.
초반 관객들은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파이퍼와 앤디의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영화 중반 이후 로라의 이야기가 드러나면서부터는 로라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된다. 처음 파이퍼와 앤디가 로라의 집에 도착했을 때 집에서 나던 시끄러운 음악 소리는 로라라는 캐릭터가 다소 괴짜 같다는 느낌을 주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드러난 진실에 따르면 아직 빙의가 완전하지 않았던 올리버를 진정시키기 위함이었으며 영화 처음에 나왔던 인트로는 죽은 자의 영혼을 돌아오게 하기 위한 의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통해서 관객들은 로라가 죽은 자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어떤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다.
파이퍼와 앤디의 입장에서 봤을 때 로라는 너무나 명백한 악인이다. 하지만 자신의 죽은 딸을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로라가 이러한 일들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영화를 보고 있던 관객들은 양가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브링 허 백>에서 로라는 분명 악인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공포 영화의 무자비한 살인마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는 아니다. 영화 속 묘사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로라는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해 왔던 상담가이기도 했고, 오랜 시간 같이 일했던 동료는 앤디의 말보다 오히려 로라 존재 자체를 더욱 신뢰하기도 했다. 그러한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로라는 너무나도 멀쩡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딸을 잃게 된 이후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게 되자 로라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광인이 되었다. 영화는 로라의 모든 이야기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사와 정황들을 통해 관객들이 유추하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로라의 이야기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자식을 잃은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더불어 감정적으로 내몰리게 된 로라가 폭주하면서 저지르는 일들을 볼 때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영화에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정서는 죽은 이에 대한 상실감과 슬픔이지만, 영화 초반부터 이 정서가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스너프 필름과도 같이 연출된 주술이 행해지는 초반 장면은 연출 자체가 참신한 것은 아니나 영화 초반 분위기를 압도하는 인트로로서는 탁월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의식이 낮은 비디오 화질로 재현되는 순간 관객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이 영화에서 얼마나 두려운 것을 보게 될지 공포를 느낀다. 인트로부터 공포 영화임을 정확하게 드러낸 영화는 공포 영화 틀을 잘 유지하면서도 로라의 이야기가 다 밝혀지기 전까지는 올리버라는 존재를 통해 공포감을 고양시킨다. 특히 영화 속에서 충격적인 장면들은 의문의 존재가 빙의된 올리버가 어떤 행동들을 하는 장면들인데, 보통 영화에서 묘사되는 수위를 아득하게 넘어버리는 강한 묘사들로 다소 고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영화는 공포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여러 변칙적인 부분들을 보여준다. 주인공처럼 보였던 앤디가 결국 죽거나, 주술을 행하는 로라가 전문가가 아니며 자신이 실제로 행한 주술에 대해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그러면서 동시에 막판에 모든 이야기가 공개되는 공포 영화의 법칙에서 벗어나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도 영화의 모든 이야기를 다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영화 속 곳곳에 숨어있는 단서들을 끌어모아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게 만든다. 영화 초반 파이퍼와 앤디가 로라의 집에 들어갈 때 바닥에 그려져 있던 흰 선(영화 중반 이후 대략적인 내용이 공개된 뒤 하늘에서 집을 비출 때 이 흰 선이 집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영장 입구 바닥에 써져 있던 '캐시가 여기 있다'는 문구, 비디오화면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주술 등. 특히 로라가 행했던 주술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정확하게 그 주술의 정체가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관객들은 이 주술을 통해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올 수 있고 로라가 같은 조건을 갖고 있는 파이퍼에게 이 주술을 행하려고 하는 것을 알지만 이 주술이 어떤 종교로부터 유래된 것인지, 이 주술을 통해 등장한 존재가 영화 속에서 잠시 나왔던 것처럼 정말 악마가 맞는지는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결국 로라는 파이퍼를 죽이지 못한다. 영화 초반 로라는 죽은 캐시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한 번만 더 듣고 싶다고 말하는데, 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 파이퍼가 "엄마!"라고 외치자 그동안 버텨왔던 로라는 파이퍼의 한 마디에 무너지고 만다. 공포 영화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데, 이는 나 혹은 타인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상실감과도 이어진다. <브링 허 백>에서는 이러한 공포와 상실감이 더욱더 연결성을 갖는다. 캐시를 잃은 상실감으로 인해 이성을 잃은 로라는 앤디와 파이퍼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되었으며, 이미 아버지를 잃었던 파이퍼는 로라로 인해서 더 큰 상실을 겪게 된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이 소화되지 못하자 그 슬픔은 내부가 아닌 외부를 향하여 타인을 공격하는 형태로 변모하였다. 하지만 타인과 자신이 결국 같은 슬픔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을 알게 되자 로라는 더 이상 타인을 희생해서 자신의 상실을 채우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상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죽은 자신의 딸을 끌어안고 스스로의 끝을 맞이한다.
서사의 탄탄한 빌드업보다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와 더불어 샐리 호킨스의 명연기, 그리고 꽤나 사실적인 고어한 묘사로 공포 영화로서 갖출 것을 충분히 갖춘 이 영화는 공포 영화와는 다소 멀어 보이는 상실감과 슬픔이라는 정서를 통해 살짝 궤를 달리하는 색다른 공포 영화가 될 수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호러는 아니지만, 공포 영화의 팬들로서는 꽤나 만족할만한 영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