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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환 Nov 18. 2021

한국 사람은 콘텐츠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 시즌1을 마치며

동료들과 함께 하던 작은 공부모임이 하나의 프로젝트가 됐습니다.


시작은 주니어 기자인 우리가 일 하는 한국 언론,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취재와 기사 작성 과정을 돌아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글로 엮다보니 언론과 뉴스에 대한 시민의 불신과 혐오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언론은 신뢰로 먹고사는데 불신의 아이콘이 된다면 기자는 사회적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민들이 기대하는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요즘 제가 생각하는 그 역할은 '시민이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알고 싶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알아야 하는 내용을 고르는 건 취재 대상을 선정하는 문제입니다. 말초신경을 자극할 뿐 내용은 없는 기사(도 아닌 것) 말고 마땅히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합니다.

알고 싶게 전달하는 것은 요즘 시민들의 미디어 이용 방식에 맞춰서 쉽고 친절하고 투명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뉴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늦게나마 관심을 갖게 된 주제에 대해 기사를 찾아보면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단편적인 조각들만 떠돌아 다닙니다. 그마저도 끝까지 읽기 싫게 정리돼 있습니다. 


7~8년 전 쯤 한 프로젝트에서 '왜 한국 언론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는지'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진단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한국 사람들은 콘텐츠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콘텐츠는 공짜라는 의식이 강해서 뉴스로 돈을 벌기 어렵단 겁니다.


그런데 요즘 유튜브, 넷플릭스, 멜론, 웹툰 등 한국 사람들도 콘텐츠에 돈을 엄청나게 씁니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보면 광고만 보고 오면 볼 수 있는 영상인데 굳이 후원을 하는 시청자가 많습니다. 내 시간을 재밌게, 알차게, 만족스럽게 채워줘서 고맙단 겁니다. 어떤 시청자는 "오늘의 시청료 내고 먼저 나가볼게~"라고 하더군요. KBS가 들으면 뒤집어질 일입니다. 요즘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도 용돈을 충전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BJ에게 쏘는 게 아주 일상적인 일입니다. 이제 한국 사람들은 좋은 콘텐츠에 돈을 얼마든지 쓸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 왜 뉴스는 아직도 돈을 못 벌까요. 시민들이 돈을 내기에 뉴스 콘텐츠의 수준이 한참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훨씬 친절하고, 쉽고, 재밌고, 투명한 콘텐츠가 얼마든지 있는데 1400자 짜리 텍스트 기사, 1분30초 짜리 방송 리포트에 돈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보통 언론사에서 뉴스 품질을 끌어올리자고 하면 10배 더 취재하고, 10배 더 기사를 잘 써서 제작합니다. 같은 포맷 안에서 말입니다. 이제 그 문법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끝까지 읽지 못하는 수준인데도 거기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다른 잘 나가는 콘텐츠를 보고는 "언론사의 뉴스가 저렇게 수준 낮아선 안 된다"고 손가락질 합니다.


그래서 '시민이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알고 싶게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시즌1에서 현실의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면, 시즌2에선 그 처방을 실현해보는 작은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대단한 성공을 내기보단 "이렇게 작은 변화만으로도 시민이 기꺼이 뉴스 콘텐츠에 지갑을 열더라"는 첫 사례가 돼 보고 싶습니다. 몇 가지 시도를 구상 중인데 준비가 어느정도 되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열심히 달려온 올해는 잠시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곧 신혼여행을 갑니다^^) 2022년부터 새로운 콘텐츠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동안 관심 가져주신 독자님,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과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아래 도서 정보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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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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