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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Jan 06. 2021

삶의 인상적인 순간들

2021년 새해를 맞으며

인생을 돌이켜보았을 때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언제였을까.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을 때, 처음으로 큰 상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눈 떠서 눈 감을 때까지 공부만 했던 고등학생 시절, 입사 이후 속앓이 하던 무언가를 잘 해냈을 때...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했던 순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런 순간들이 많을수록 그 해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유독 작년은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가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때문인지, 나의 안일했던 마음 때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가는 것도, 맛집에 가서 줄을 서고 음식을 맛보는 것도... 생각해보면 당연하고 일상적으로 느꼈던 것들인데 작년 한 해는 그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었다. 일상을 누리지 못하고 나서야 이런 일상의 작은 경험들이 내 삶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몸을 웅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한 살을 더 먹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했다. 한창 많은 것을 경험할 시기에 소중한 1년이라는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는 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핑계지만 말이다. 어떤 상황에 있든 나를 채워갈 수 있는 것은 많았고, 환경을 탓하며 시간을 흘려보낸 것은 결국 내 책임이다. 그래도 가시지 않는 아쉬운 마음은 한창 뛰어 놀 나이의 어린아이들과, 수능이라는 큰 시험을 앞뒀던 수험생들, 대학에 막 입학해서 새내기의 기쁨을 누려야 했던 대학생들, 중요한 시험이나 입사를 앞두고 있던 사람들,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 모두가 힘들었을 시간들을 떠올리며 위안을 삼았던 것 같다.


2021년 나의 목표들..


올해는 또 어떻게 보내야 할까? 사실 올해 계획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글을 적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새해라고 지인들에게 새해 문자도 보내고... 나름 만다라트로 계획도 세워보고... 마음도 다 잡아보지만 왠지 모르게 올해는 새해 같지가 않다. 그냥 하루하루의 연장선 같다. 나이를 먹은 것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아직도 내 자아는 수능 공부를 하던 고등학생 시절에 머물러 있나 보다. 그때를 기준으로 나이를 얼마나 먹었는가를 계산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아직 어린데.. 나는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안됐는데.. 하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순간인 것이다..ㅠ


수학에 젬병이었던 내가 고2 때 극적으로 교내 수학 시험에서 2등을 하고, 수학선생님의 격려와 아이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았던 때가 기억난다. 그 이후로 수학 1등급도 맞아보고, 나도 노력하면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수능 때는 2등급을 받았지만..) 그 희열이 아직까지도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모양이다. 그 이후로 아예 노력을 안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치열하게' 살았던 기억은 꽤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올해 목표는 내 삶에 '인상적인 순간'을 남기는 것으로 정했다. 무작정 열심히 살자는 게 아니라, 내 인생에 있어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성취감을 얻고 싶다. 그것이 경험이든, 성과든, 돈이든, 무엇이든 간에. 내년 새해에 다시 일기를 쓸 때는 한 해 동안 해낸 것들을 막 자랑하는 글을 올리고 싶다. '저 이런 것도 했고, 이런 것도 했어요~ 잘했죠~?' 유치하지만 꼭 그러고 싶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나 목표도 조금씩 변해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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