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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Aug 12. 2019

[도서] 말 센스

말 센스가 없는 나에게 주는 선물.


나는 평소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표현되기도 하고, 횡설수설하다가 나중에 '이렇게 말할 걸.' 하고 후회하는 일이 많았다. 반면에 ‘글’은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다듬을 수 있고, 생각했던 바를 좀 더 만족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부담을 덜 느끼는 소통 방식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글보다 '말'로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다듬고 다듬어서 최상의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적절한 표현을 해내는 일. 그 일이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늘 부러워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나는 빚을 갚기는커녕, 조금 과장해서 없던 빚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 수준의 대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난 대화를 잘 못 해'라고 생각하다 보니 내가 뱉는 말에 자신이 없어지고,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상대방의 반응이 어떨지 미리 예상하여 눈치를 보고, 하고 싶은 말들을 목 뒤로 삼켜내는 일이 많았다. 그럴수록 말수는 점점 줄어갔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재치있게, 타이밍을 잘 맞춰서 이야기하는 ‘센스’를 갖고 싶다는 욕망을 늘 가지고 있었다. 나처럼 말을 잘하는 팁을 얻고 싶어서 이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귀띔해주자면, 이 책은 '센스 있게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진정한 '대화' 방법을 알려주는 책에 가깝다.


'말 센스'는 경청하고, 질문하고,
공감하고, 배려함으로써
상대가 하고 싶었던 말, 망설이던 말,
감춰뒀던 말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말 센스는 '내가' 말을 할 때 어떻게 할지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말 센스는 오히려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대화하는 동안 나의 말, 태도로 하여금 상대방이 솔직하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말 센스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그동안 엄청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유머러스하게 말을 표현하고, 소위 예능인들이 그렇듯 대화 중에 잘 치고 빠지면 되는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핵심은 따로 있었던 거다.


나는 평소 대화 중 지루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내가 관심 없는 이야기를 할 때는 간간이 미소를 짓거나 끄덕이지만, 사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큰 반응을 해주는 사람들을 보면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반응하면서 대화를 잘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을 보인 것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되려 그들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던 내게 있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내게 가르쳐줄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뼈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 문구였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대방이 누군지에 따라 귀를 열기도 닫기도 한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대화에 엄청나게 집중하기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도 하듯이. 상대방이 내가 관심 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도 정말 재미없게 말하는 사람이거나, 말을 횡설수설하는 경우에는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영혼 없는 리액션으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든 적이 꽤나 많을 것이다.


상대방의 뇌 속에는
나의 뇌가 가지지 못한 지식,
통찰력, 공감력, 창의력,
유머감각, 표현력이 무궁무진하다.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제대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많은 보물들을 버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존재는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지닌 복잡한 존재이다. 어떤 한 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전부 설명할 수 없고,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상대방의 지위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서, 외모에 따라서, 말하는 모습이나 말투에 따라서 그 사람을 쉽게 판단 짓고, 태도를 바꾸기도 한다. 위의 말처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과 지식, 경험과 같은 '보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인데도 말이다.



대부분 당신은 상대의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비교함으로써 상대를 이해하려 든다.
이것이 당신이 생각하는 전부라면,
당신은 마치 상대가 당신 자신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그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
따라서 당신 자신의 경험에 문의하는 것이
진정한 이해를 위한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위에서 했던 실수와 더불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로는 나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있다. 물론 사람이라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나라면 이럴 때 이랬을 것이다,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전부여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정리하면,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는 그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그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 말을 이해할 때는 내 입장에서 생각하여 판단하지 말고, 온전히 그의 말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여 되새겨 보지만, 경청하지 않는 습관은 몸에 베어 쉽게 고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대화 습관이 어땠는지,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를 되짚어볼 수 있었기에 분명 전과는 다른 마음 가짐을 갖게 된 것 같다. 내 얘기만 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잘 들어줘야지.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말고 잘 들어야지. 이렇게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상대방과의 대화가 재밌고, 유익하게 느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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