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먼 미래의 이야기이자, 나와는 관계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재택근무는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나 내 삶에 들어오게 되었다.
마음을 졸여가며 출근을 하던 날들을 지나, 정부 방침에 따라 주 1-2회 정도 재택을 하기 시작했고,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심해지기 시작한 7월 중순부터 풀(Full)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집에서 일한다는 건 어떨까? 너무 편하고 좋지 않을까? 하며 품었던 약간의 설렘과,
재택이라고 별 거 있겠어? 어차피 일하는 건데 장소가 집일 뿐이야.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약 두 달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는 점이다!
별 차이 없을 것 같았지만 온전한 재택근무는 삶을 바꾸기에 충분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길진 않지만 그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보며,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슬기로운 재택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1. 출퇴근 & 준비 시간 NO
매일 아침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용모를 가꾸며 겉모습 치장에 힘을 뺄 필요가 없다. 출퇴근 길에 지하철 자리에 앉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고, 왕복 몇 시간을 대중교통에서 보낼 필요가 없으니 만사가 평화롭다. 그저 내 스케줄에 맞춰 일어나 씻고, 밥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근무 준비를 하면 끝이다. 사실상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만약 앞으로 재택근무를 중단하게 된다면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울 것 같다. 다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할 생각 하면..ㅠ (일단 생각하지 말자..)
2. 소비 ↓
화장품, 옷 등 겉으로 보이는 것에 쓰는 소비가 줄고, 매일 사 먹던 점심과 저녁값도 집에서 해결하니 식비도 줄었다. 되려 취미 생활이나 재택 용품에 돈을 쓰게 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지출로 보았을 때는 나가는 금액이 줄었다. 하지만 요건 케바케일 수도 있겠다 싶은 게.. 회사에서 점심을 주는 경우, 배달을 많이 시켜먹는 경우에는 돈이 더 나갈 수도 있겠다. 또, 지출이 줄어드니 평소에 사지 않았던 것들에 눈이 가고, 나를 위한 가치 소비(?) 같은 명목으로 사게 되는 것들도 있어서 조절을 잘해야 한다. 해외여행을 존버하고 있는 1인으로서.. 이럴 때 바짝 모아 두자 다짐해본다.
3. 건강 관리의 중요성↑
고되긴 하지만 매일 출퇴근을 하며 몸을 움직이게 되는데, 집에만 있으니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든다. 일부러 장 볼 때 배달 대신 마트도 가보고, 집 앞 산책도 하지만.. 확실히 출퇴근하던 때보다는 몸이 약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집에서 홈트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혼자서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고.. 운동을 끊자니 사람이 많은 곳은 걱정되어 등록을 미루게 된다. 규칙적으로 먹고, 먹는 양도 줄어서 살은 빠졌지만 근육도 같이 줄어든 느낌이어서 건강관리는 정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핑계 대지 말고 더 움직이고, 잘 챙겨 먹자!
4. with 스마트폰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서 생긴 시간에 좋은 취미 생활이나 운동을 하면 좋으련만.. 게으른 몸은 누워서 스마트폰과 한 몸이 되려 한다. 유튜브, 넷플릭스가 코로나가 시대에 괜히 폭발적으로 성장한 게 아니다 싶다. 특히 나처럼 TV가 없는 집은 더더욱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오래 하면 눈에도, 손목에도, 뇌에도 여러모로 안 좋은 점이 많으니,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사용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해보자. 슬기로운 재택 생활의 시작이 될 것이다!
5. 사회적 교류↓
오랜만에 출근을 하면 만나는 이들이 꽤나 반갑다. 사람들과 엮이는 것이 스트레스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자주 보지 못하니 할 이야기가 쌓이고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그나마 가끔씩이라도 만나던 친구들도 못 만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가끔씩 외롭기도 하다. 전화로라도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주말에 본가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있으며 이런 감정들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은 하루에 한 번도 말을 안 하는 일이 생기니(!) 스스로 감정 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6. 모든 것은 집에서 시작해서 집으로 끝난다.
일마저도 집에서 하니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모든 것이 집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 보니 '집'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집에서 요리도 하고, 운동도 하고, 여가생활도 즐기려니 좀 더 넓은 공간이 있었으면 싶고 더 예쁘게 꾸미고 싶어 진다. 하지만 현실은 원룸... ㅠ 상상이나마 집 안에 큰 스크린과 빵빵한 스피커가 있는 영화관, 운동할 수 있는 운동방, 오늘의 집에 나올법한 예쁜 공간들이 있다고 떠올려본다. 열심히 일해겠다는 자극제로 충분하다^^
사실 뻔한 이야기이긴 한데.. 몸소 체험해보니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앞으로 얼마간 재택근무를 더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점들을 감사히 여기며.. 할 일은 다해내는 책임감 있는 직장인의 모습을 잃지 말자. 편안함에 취해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되니까! 모든 직장인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