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게 어지간히 마음이 쓰이는 일인가 보다. 일기처럼 편하게 쓰자고 마음을 먹어도 여전히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쁜 직장인의 나날들을 보냈고, 얼마 전 재택근무도 종료가 되어 다시 회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이미 재택의 여러 장점들을 경험한 동료들은 출근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심한 반발감을 느꼈지만, 나는 어쩐지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재택근무가 우리에게 예고 없이 찾아왔듯, 출근으로도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재택근무로 인한 장점들이 너무나 많고, 재택근무를 중단해야 하는 사유에 대한 회사의 설명이 부족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그렇게 작년, 재작년과 사뭇 다른 회사 생활과 형편, 경제 상황 속에서 평가와 연봉 협상에 대한 시기가 다가왔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돌려 돌려 좋게 말하려는 상사의 말을 듣고 나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작년에 했던 약속들은 깨지고, 1년 동안 열심히 고민하고 일했던 순간들이 현실적인 상황에 묻힌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고 분했다. 내가 해 온 것들이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린 것 같아서.
이런 감정들이 들 때마다 내가 왜 일하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곳에 계속 남아있을 이유가 있나? 그런데 다른 곳에 간다고 그게 다를까? 오히려 더 갈리기만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깨진 지 오래고,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데 그만큼의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참 난감하다. 갑자기 일을 줄일 수도 없고, 대충 할 수도 없고.
안 그래도 나태해져 있던 마음에 이런 생각들이 가득해지니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일해보려고 하는 마음들이 바싹 타버렸다. (올해 초 봤던 사주에서 올해는 일하기 싫은 해라고 하더니..세상에나 이렇게 딱 맞을수가)
이제 무슨 동력으로 남은 23년을 나아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