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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 Feb 21. 2021

이슬아,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책과 글과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문장들 

헤엄출판사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01.


풍경의 한 조각

광활함 속 작은 존재의 행복


내가 누구인지가 전혀 중요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아무것도 아니고 그저 풍경의 한 조각이라서 오히려 뛰는 가슴을 지그시 눌러야 할 정도로 행복한 순간 아시죠?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중


광활한 자연을 바라보다가 느껴지는 안도감. 이 구절을 읽으며 떠오르는 날이 있어요. 어느 날,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림 같은 공원에서 하루를 보냈었어요. 몇백 년을 족히 그 자리를 지켜온 푸르른 나무들과 자연의 웅장함에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 공원에서 저는 그 그림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었죠. 


하지만 그것이 나를 조급하게도, 불안하게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나를 편안하게 했죠. 특별한 존재이고 특출 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를 광활한 자연 앞 작은 그대로 존재해도 된다는 데에서 오는 행복함. 그 행복함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자주 이런 장소를 찾아가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느끼게 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겠어요. 내가 우뚝 서지 않아도 조그마한 나를 그대로 들어내고 받아들여지는 기쁨을 자주 누리려는 시도를 놓지 않을 때, 우리는 자신을 더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Photo by Matias North on Unsplash


02.


독서의 종류

어떤 독서를 하고 있나요?


나를 채우는 독서 말고 나를 비우는 독서도 있다. 어떤 책들은 과거의 나를 점점 줄여나가도록 돕는다. 새로운 나 혹은 새로운 존재가 되자고 등을 쓸어준다. 그래 봐야 나는 영영 나고 겨우 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 이상의 무언가가 되고 싶어서, 잠깐이라도 다른 존재의 눈을 빌려 세계를 보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것일지도 모른다.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중 


어떤 이유로 독서를 하시나요? 작가는 이렇게 말해요. "그래 봐야 나는 영영 나고 겨우 나다." 사실 책을 읽는다고 해도 나는 같은 나죠. 그렇지만 공감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번뜩이거나, 주인공의 삶 속으로 흠뻑 빠져들어가는 경험을 우리는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이런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매체는 참 다양하다는 생각에 기뻐요. 책뿐만 아니라 대화나 영화를 통해서도, 또 다른 어떤 콘텐츠를 통해서 우리는 그렇게 '나' 밖의 타인의 세상을 궁금해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이러한 순수한 궁금증을 가지고 타인의 삶을 알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해요. 



Photo by Kat Stokes on Unsplash


03.


글과 삶

서로를 돕는 글쓰기와 삶의 관계


그녀가 사는 삶과 그녀가 쓰는 글이 서로를 돕는 과정을 본다.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중


글쓰기는 나의 삶을 돕고, 또 나의 삶이 나의 글쓰기를 돕고 있다니. 


저는 머릿속이 생각으로 점점 복잡해져 엉망징 창일 때, 글을 쓰기 시작해요. 느끼는 대로 쓰다 보면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경험해요.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저는 다시 삶으로 돌아가 집중해야 할 일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삶을 살아가다가, 작은 영감이나 시선을 끄는 것을 보면 기록으로 옮겨요. 그리고 시간이 날 때, 되돌아보기도 하고 그 시작이 한 편의 글이 되기도 하죠. 처음에는 부끄럽기만 하던 나의 글도, 점점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그렇게 나의 영역을 확장시켜 가는 과정이 나를 성장시키고 더 깊은 단계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 같아요. 이런 의미서 저에게 참 와 닿는 구절이에요. 나의 삶과 글쓰기는 서로를 도우며 하루를 살아내게 하는구나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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