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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 Mar 03. 2021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Photo by Anthony DELANOIX on Unsplash


01.


놓아주는 용기

붙들고 있던 것을 놓아주는 것


새들을 허공에 날아가게 하라
너의 새는 돌아올 것이니

왜 붙잡으려고 하는가? 떠나는 것은 떠나게 하고, 끝나는 것은 끝이게 하라. 결국 너의 것이라면 언젠가는 네게로 돌아올 것이니. 고통은 너를 떠나는 것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네 마음에 있다. 놓아 버려야 할 것들을 계속 붙잡고 있는 마음에.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우리가 찾는 것이 우리를 찾고 있다 中


최근에 집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한 마리 콘도의 <the life-changing magic of tyding up>을 읽었는데, 요점이 이 구절과 참 맞닿아있어요. 집 정리의 시작은 버릴 것을 결정하는 것에 있다는 말


아무리 좋아 보였던 옷이나 물건도 이미 그 의미를 다한 것이라면 고마웠다는 진심 어린 말과 함께 보내주는 것에서 집 정리가 시작된다고 해요. 그리고 그렇게 나에게 참 의미 있는 것들만 남아있는 방을 되찾게 되면, 비로소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도요. 


떠나보내야 할 것은 늘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 늘 미숙하게 느껴져요. '내가 더 노력해야 했나'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까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지나가버린 버스도, 선택하지 않은 길도 보내주는 용기를 갖고 싶습니다. 나에게 필요했던 만남이었고, 최선을 다해 그 시간을 함께했다면, 보내줘야 할 때는 그렇게 보내주는 모습이 진정 아름다울 것입니다. 이 구절처럼 진정 나와 함께할 새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요. 


Photo by Sergey Shmidt on Unsplash


02.


한걸음의 용기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 중이라면


힌디어에 '킬레가 또 데켕게'라는 격언이 있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 When it flowers, we will see.'라는 뜻이다.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므로.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 中


보이는 성과는 없었지만 열심히 산 당신의 하루의 끝에 읽어주고 싶은 문장입니다. 


저는 과정 속 배움의 즐거움이나, 성장하는데서 오는 짜릿함, 저를 뿌듯하게 여기는 마음이 참 중요했는데, 언젠가부터 결과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이 참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참 멋있는 도전이라는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약간의 비웃음이 담긴 리액션을 받기도 해요. 그런 반응에 회의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음 역시 부인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타인의 반응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지는 시기가 오는 것을 경험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오늘도 한걸음을 걸어가 나만의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낼 것이고, 그 꾸준함이 어쩌면 피어나는 결실보다 나에게는 더 의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Photo by Farsai Chaikulngamdee on Unsplash


03.


꾸밈없을 용기

본연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의 아름다움


타인을 만날 때 습관적으로 꾸미거나 과장된 진심을 보이는 이들과 달리 그는 나를 대하는 데 조금의 가식도 없었다. 다정했지만 굳이 내 호감을 사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 또한 그의 앞에서 자신을 꾸미거나 본연의 나와 다른 모습을 드러내 보일 필요가 없었다. 그는 나를 보고 웃을 때는 진정으로 웃고, 반길 때는 진정으로 반겼다. 우리는 아침마다 갠지스 강가에 앉아 있곤 했는데, 바바지는 나와 함께 있을 때는 온전히 나와 함께 있었다. 나와 달리 그는 마음이 다른 대상으로 배회하는 법이 없었다. 어떤 의도나 기대 같은 것이 섞여 있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느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 中


꾸며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감정 소모가 큽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화는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른 채 몇 시간이고 신나게 떠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주 빠른 속도로 에너지를 소모하곤 해요. 


누군가 저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너무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다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조금 지켜보면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그 시간을 즐겨보라고. 이 구절을 읽으며 더욱더 그런 용기를 내고 싶어 졌습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나의 모습에 적합한지, 나를 꾸며 보여주기를 원하는 모습만 보이려는 긴장이 우리를 피곤하게 합니다. 


과연 웃을 때는 진정으로 웃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작가는 이런 진정한 모습을 가진 사람을 묘사하며, 사랑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진정한 사랑은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고, 그러려면 나 역시도 가면 없이 상대를 대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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