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빵 한 조각으로 주말은 완성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다면 딱 한 글자로 답할 수 있다.
"빵."
밀가루를 물 또는 우유와 반죽해 약간의 이스트를 넣은 단순한 맛부터
설탕과 버터, 생크림 등이 풍부하게 들어가 고소하고 깊은 맛,
단팥 앙금이 듬뿍 들어가거나 계란 프라이와 딸기잼 등이 어우러진 (한국식) 빵 등
빵이라면 거의 가리지 않고 맹렬히 달려드는 사람이 바로 나다.
빵이 너무 좋아서 가끔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당근 케이크를 한번 구워본 후에는 들어가는 부가재료를 최소화한 통밀빵만 굽는다.
어마 무시한 설탕과 버터(또는 기름)이 사용된다는 걸 알게 되어
선뜻 먹기엔 엄두가 나질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밀빵을 만든다 한들,
딸기잼과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 먹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내 비논리(?)에 웃음이 난다.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5년간 거의 같은 체중을 유지 중이다.
운동과 적정한 식이요법 덕분인데
유독 빵 앞에선 무너진다. 빵 먹는 순간만큼은 다 벗어던지고 싶다.
그래서 평소에 절식과 운동을 하는 것일지도. (빵을 먹는 순간, 그때의 행복은 양보할 수 없기에)
통밀빵의 매력은 뻑뻑한 밀도에 있다.
오직 물과 이스트, 밀가루 알갱이가 만나 이루는
굵고 거친 맛으로 가득 찬 이 빵은
굽고 나면 겉면이 돌처럼 딱딱하다.
전투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겉면에 톱날로 된 빵칼을 욱여넣어 힘겹게 잘라낸 후
하얀 크림치즈나 꿀, 잼을 발라 먹으면 요즘 말로 존맛(존중하는 맛 ^^)이다.
여기에 차가운 버터만 더 추가해서 발효 없이 구우면 '스콘'이다.
요즘에는 노브*드에서 나오는 스콘 믹스를 자주 애용한다. 건포도만 몇 알 추가하면
가게에서 파는 맛 부럽지 않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빵 앞에서 너그러워지진 않는다.
'피자빵', '소시지빵' 류는 왠지 손이 선뜻 가질 않는다.
밀가루 도우 위에 각종 채소와 치즈, 햄 류가 들어간 피자빵은
빵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도우가 조연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반드시 빵이어야 한다.
잼이나 청, 크림치즈는 주연을 받쳐주는 빛나는 감초 역할이어야 한다.
때로는 주연의 무대 독식(단독 공연)도 좋다.
오직 빵맛으로도 나를 사로잡아야
나는 비로소 그 덩어리를 '빵'으로 인정한다.
내일은 주말이다.(글을 쓴 시점이 5월 20일 금요일)
주말 아침엔 인근에 전날 남은 빵을 반값 할인으로 파는 명장의 빵집이 있다.
오전 8시 30분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면
부지런한 사람들이 반값의 행복을 사려고 줄지어 서 있다.
내일 나도 그 줄에 끼어
주말의 기쁨을 사려고 한다.
보드랍고 향긋한 흰 빵을 씹으며
한껏 나른하게 늘어지는 것을 즐길 것이다.
그때 비로소 '아, 주말이다'라고 느끼며.
그 순간을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금요일 오후를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