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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아닌 후기

미키17을 보고 나서

by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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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을 봤다.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잔인함이 익숙해져 양심의 가책 따윈 느끼지 못하는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을 봤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막바지 나샤의 대사이다. "쟤네한텐 우리가 외계인이야. 네가 모습이 이상하다고 외계인이라고 말하는 쟤들한테는 우리가 외계인이라고! 네가 뭔데 쟤네들을 죽일지 말지 결정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이런 뉘앙스의 대사였다. 그 대사를 듣는데 울컥했다. 인간이 뭔데 살아있는 무언가의 생명을 앗아갈 결정을 하는지 그런 자격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정복과 지배를 위한 학살은 인간의 DNA에 새겨진 본능일지 알고 싶어졌다. 평화로운 갈라파고스 섬에 쳐들어가 섬에 살던 동물들을 무작위로 죽이고 무분별하게 실험 대상으로 삼은 다윈과 선원들이 생각났다. 동물원에, 수족관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떠올랐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우생학을 운운하며 성매매 여성, 범죄자, 장애인, 유색인종 등을 차별하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이 시대의 차별을 생각했다.


이 세상에 인류의 탄생보다 동물의 탄생이 먼저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지능이 더 높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을 죽일 권한을 갖는다. 생태계를 파괴할 권리를 갖는다. 미래에 지구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간들은 또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설 것이다. 새로운, 제2의 지구를 찾으면 인간은 그곳에 정착할 것이다. 그곳에 정착할 권리는 어디서 생겨난 건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서도 인간은 또다시 파괴를 일삼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인간은 상상력, 즉 관념으로 인해 인지 혁명을 일으켰고 발전했다고 한다. 현재 인간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인간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충분히 만들었다. 더 이상의 발전은 인간의 욕심이고 이기심이다. 이제 인간은 상상력을 멈추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욕심을 내려놓고 지구를 지키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과도한 상상력과 발전이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을 멸망의 길로 몰아넣고 있지 않음을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를 보고 나니 상념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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