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카디건 탄생기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나는 자잘한 실수를 많이 한다.
날씨가 따뜻해졌다. 그래서 나는 금요일부터 주말에는 울 빨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웨터류의 빨래를 차곡차곡 모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세수도 하지 않고 산발을 한 채 베란다로 나갔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울 세제를 넣었다. 전원 버튼을 눌렀다. 세탁기가 빨래를 시작했다. 여기까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평화롭게 시간이 흘렀다. 빨래를 돌린 지 30분, 나는 깨달았다. 울 코스가 아니라 자동코스로 빨래를 돌렸다는 걸. 산책을 나가기 위해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물을 한 잔 마실 동안 아무 생각이 없었다. 빨래가 몇 분 후에 완료되는지 보기 위해 베란다로 머리를 빼꼼 내민 순간이었다. '아- 나 세탁 코스 설정을 안 한 거 같은데? 내 무의식이 내 손을 움직여주지 않았을까? 아- 세탁기 안에 들어있는 물이 온수가 아니라 냉수여야 하는데.................... 하하 망했다' 내 무의식은 내 손을 움직여주지 않았고, 정말- 정말로- 자동코스로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물 온도가 30도이고 헹굼과 탈수가 4번씩 실행되는 일반 세탁 코스.. 세탁기에 찍힌 남은 시간은 20분.. 이미 헹굼이 두 번이나 반복되었을 시간.. 나는 되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다. 나는 결과를 빠르게 수긍했고, 나의 털실 옷들이 강하게 버텨주기를 바랐다.
'얘들아, 스파르타 알지? 세상은 강해야 살아남아'
빨래가 완료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세탁기에 다가갔고 옷을 하나, 둘 꺼내서 널었다. 역시 세상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다행히 내 털실 친구들은 강했다. 대부분 형태가 온전했다. 딱 하나만 빼고.
몸통은 진한 보랏빛과 청록빛을 섞어놓은 듯한 색을 띠고 팔과 어깨 부분에 갈색선으로 포인트를 준, 언니가 언젠가 선물로 사준 카디건이 희생되었다. 이 친구의 허리길이는 허리 밑까지 내려와 엉덩이까지 살포시 덮어주는 길이였다. 그런데 이 녀석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다시 태어났다. 허리길이가 줄어들어 입으면 배꼽이 보일 거 같았다. 팔 길이도 줄어서 손목이 엣지있게 보일 거 같았다. 7부 카디건이라 칭하면 될까. 균형 있게 줄어들었으면 어떻게든 입어보겠는데 약간의 오른쪽, 왼쪽 비대칭을 가졌다. 아쉬운 마음으로 이 녀석을 입을 수 있을지 아니면 보내줘야 할지 이제 나는 고민을 해야겠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살면서 실수를 무수히 한다. 셀 수 없이 한다. 나는 실수를 끊임없이 한다. 그래서 가끔을 즐겁고 가끔은 슬프다. 오늘은 웃펐다.(웃기고 슬펐다) 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귀여워진 카디건을 재활용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