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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빨간 나

내성적인 사람

by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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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아는 얼굴들을 여러 번 마주쳤다. 한 번은 상대가 날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도 익숙한 얼굴이라고 생각했을 뿐 그가 누군지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후 알았다. 내가 1년 정도 꾸준히 다녔던 병원 의사쌤이었다는 걸. 주말이었고, 식당이었으니 반가운 누군가를 만나러 왔겠지. 피곤했던 일주일 중 유일하게 쉬는 날이니 날 알아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적인 관계는 여러모로 지칠 수 있으니까. 식사 후 카페로 이동했다. 지인이 빵도 맛있고 커피도 괜찮으 집이라고 나를 데리고 갔다. 거기서 나는 일적으로 엮인 사람과 마주쳤다. 지난번엔 내가 사장이었고 그가 고객이었다면 이번엔 반대였다. 나는 부끄러웠다.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얼굴이 빨개졌고 같이 갔던 지인이 내 목까지 다 빨개졌다고 말해줬다. 나는 빨개진 얼굴로 웃으며 '자주 올게요'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편하게 오세요'라고 말했다. 얼굴이 더 빨개지는 게 느껴졌다. 지인은 내가 엄청 부끄러워한다며 웃었다. 나는 내성적 인간이라 누군가 날 알아보면 창피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는 길로 다닌다. 강아지와 산책할 때도 사람이 없는 길로만 골라 다닌다. 전에 산책할 때마다 마주치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과 마주치면 항상 스몰 톡을 해야 해서 조금 힘들었다. 불편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분의 집안 사정과 강아지로 인한 힘든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언니가 일하는 나 대신 강아지를 데리고 운동장에 갔다. 거기서 언니는 그분을 마주쳤다고 했다. 우리 강아지를 알아보셨고 내가 요즘 안 보인다고,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된 거냐고 물었다고 했다. 언니는 내가 바빠서 산책을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고 둘러댔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분께 조금 미안해졌다. 미안할 일은 아니지만 그분과 마주치는 게 불편해서 다른 길로 다닌다는 걸 안다면 서운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오직 그분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다니는 길을 바꾼 건 아니었다. 그냥 한적한 길이 달리기도 좋고 산책에 집중하기도 좋아서 바꾼 것이다. 그래도 내일은 전에에 다니던 길로 가봐야겠다. 만약 그분을 마주친다면 반갑게 인사해 드려야지. 내일은 얼굴이 빨개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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