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븐니 나라에 송븐니 곤듀> l 발음이 왜이래유?
고등학교 시절, 통학버스를 애용하던 송븐니 곤듀
어린 시절에, 나는 학교와 집의 거리가 항상 멀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걸어서 30분~ 40분, 중학교 시절에는 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가는 시간 기본 40분, 고등학교는 심지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사립학교로, 언덕을 거쳐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학교를 다녀야 했다. 그리하여 고딩시절에도 집과의 거리는 거의 40분~ 50분, 그러다보니 어린 시절에는 학교에 가까운 거리에 사는 친구들이 조금 부러웠던 듯싶다.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체력을 길러주기도 하지만 자칫 근육을 잘 못쓰다가는 '무다리'가 될 수 도 있는 언덕을 오르자니 체력적으로 힘든 기분이 들었다. 그리하여, 당시 학생들을 안전하게 학교까지 데려다주시는, 유치원 친구들이 타고 다니는 것 같은 (?) 대형, 노란 버스를 타면서 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그 통학버스에는, 같은 동네의 친구들이 타기도 하고, 같은 반 친구들이 타기도 해서, 친구들이 대충 어느 곳에서 사는지, 언제 타는지, 내리는지를 다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정감이 들었고, 우리의 노란 통학버스를 아껴주며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타고 등학교했던 추억이 있다. 기사분들은 가끔, 우리가 제시간에 맞추어 나오거나, 시험이 끝나서 조금 일찍 끝나는 날들에는, 피자를 사주시기도 하고, 응원을 해주시기도 했으며, 속도를 내어 더 빠르게 집까지 운전해 주시기도 하였다. 그렇게, 학교-집 밖에 모르던 고등학교 시절, 블리는 야자시간에 종종 사라지기도 하고 친구랑 같이 친구네 동네에 내리기도 하고, 집 앞에도 내리기도 하기에, 기사님께서 종잡을 수 없는 블리의 종착지가 헷갈리셨던지..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다해야, 오늘은 어디서 내리니?"
저기, 저 똥쌍피 앞이요.
당시에는 이사를 한 시점이라서, 새로운 동네를 어떻게 설명할지 어려움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설명하기 쉬운 선술집 같은 가게가 있기에 생각 없이 "똥쌍피 욥!"이라고 외쳤는데, 순간 친구들이 원래 고등학교 시절에는 조금 말이 없기도 했고, 나름의 여고에서도 '도도함'을 이미지 메이킹하고자 노력했던 블리가 갑자기,, 고스톱 할 때 치는 그 화투의 패, '똥쌍피'를 부르니 순간 모두가 폭소를 했다. 국어의 음운 체계에서도 안울림소리의 된소리로 구분되는, 쌍 디귿과 쌍시옷을 동시에 발음하는 '똥쌍피'. 그 발음이 쎈 똥쌍피를 정적이 흐르는 시간에 대답하니, 순간 이 모든 것이 너무 절묘하게 웃음의 포인트로 작동하게 되었나보다. 그 대답을 들었던 같은 반 친구들과 기사님들 모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반응으로, "다해야 화투 쳐?"라면서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내리고자, 그리고 쉽게 설명하고자 가까운 가게 이름을 말한 것뿐인데 된소리의 강한 발음과 센 억양의 단어이자, 화투의 똥쌍피가 연상이 되면서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뿌듯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 가게의 이름이 똥쌍피였던 것은 신의 한수였다!♥)
그 똥쌍피 사건 이후에, 장난기 심한 친구들은, '다해야 오늘은 어디서 내려?'라면서 나를 졸졸졸 놀리기도 했다. ㅎ.ㅎ 그래서, 가끔 이렇게 '도도함'을 유지하시는 중에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하여 나름의 멘트를 고민하기도 하고 더 재미있는 멘트를 날리고 싶어서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대학시절에는 빛을 발하여 조금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었던 듯 싶다. 더불어, 항상 친절하신 기사님에게 안전하게 데려다 주시고 우리의 통학시간을 함께해주시는 마음에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도 남기면서, 그 시절의 통학시간을 행복하게 보냈던 듯싶다. 지금도 가끔, 고등학교 시절의 통학길을 지나는 날이 있으면 '똥쌍피 사건'이 생각나면서 그때 함께 피곤했던 아침에 만나고, 공부 다 끝난 저녁에 얼굴 마주 보고 인사건 내면서 서로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함께 했던 날들이 아릿하게 생각나는 순간이 있다. 입시라는 목표 아래에 눈코 뜰쌔 없이 바쁘게, 잠도 못 자고, 치열하게 보낸 우리들의 시간에 노란 통학 기사님이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 시간이었는지, 함께 목표를 같이 이루어가던 친구들이 있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끼는 날이면, '똥쌍피'를 되뇌이 곤 한다.
너의 패는 무엇이니?
사람들은 흔히 고스톱이나 카드 게임을 하는 상황 이외에도, "너의 패는 무엇이니?"라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통제 혹은 대비를 하는 심리가 있는 듯 보인다. 나는 그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세련되고 멋있고, 섹시하거나 전문적인 패가 사실은 많이 없는 듯싶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내 삶의 가장 강력한 패를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언제든 꺼내볼 수 있고 힘든 순간에도 나를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바꿀 수 없는 성실했던 어린날들의 소중한 추억이 나의 가장 강력한 인생의 카드인 듯싶다. 이 카드는, 큰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 현재의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해결방안을 빠르게 찾아내도록 발현시키는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삶도, 먼 훗날 돌아보면 추억이 되고 지나간 과거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을 가장 행복하고 성실하게 살아내려고자 실제로 다채로운, 많은 노력을 한다. 나의 패가 너무 비루하지는 않게 되도록! :)
*<송븐니 나라에 송븐니 곤듀>, 저기, 똥쌍피요~! 편을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