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블리언니가 살아가는 법 시즌 TWO> l 블리 언니의 좌충우돌 성장기
1. 어렸을 땐 상장폭탄으로 당당한 효녀로 자라던 븐니가, 커서는 외박을 시도해요.
"엄마에게,
이건 아이크림, 필요하면 쓰고 필요하지 않으면 돌려줘
나 오늘 저녁에 집에 없어"
-며칠 전 여름-
집에 있는 시간이 답답하여, 잠깐 나가려는 김에 정말 몇 년만에 요즘, 생활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해서 쓰지 않던 편지를 쓰기로 했는데, 이 편지를 주면 너무 가깝게 다가올까봐 조금 부담스러워서 줄까 말까, 마음 속으로 조금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여유가 생겼으니까 한번 편지를 남겨보자 하고, 편지를 잘 보이는 곳에 남기고 집을 빠르게 나섰다. 뭐, 따로 "편지를 봐달라, 편지가 TV 앞에 있으니 확인해보아라"라고 말하지 않아도 청소귀신으로 이미 거실에 무언가 물건이 있으면 1등으로 발견하는 엄마 씨는, 편지를 내 확인도 없이 확인하더니 아이크림이 그렇게 부드럽고 잘 발린다면서 감동의 메시지로 답변을 해주었다.
사실은, 그 편지를 몰래 두고 왔으니까 확인을 안 할 줄 알았는데, 누구보다 재빠르게 확인하여 크림이 좋다고 하니, 안줬으면 어떡하나 할뻔한 생각도 들고, 왜 또 허락없이 편지를 뜯어보았는지 화도나면서 어찌되었든 전달이 되었으니 다행이란 기분이 들었다. 또한 어린 시절에 정말 예뻤던 엄마 얼굴이 생각나면서 나한테 잔소리 하는 건 정말 넌덜머리가 나서 죽겠지만, 엄마가 더 예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내 물건을 함부로 치우지 않았으면 좋겠네, 하는 생각이 교차적으로 들면서 앞으로도 조금씩은 이런 선물을 전달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엔, '엄마바라기'로 누구보다도 엄마의 슬하 밑에서 엄마의 기쁨이 되곤 한 다븐니였는데, 어느 새 나이를 먹고 어엿한 성인이 되어보니 누구보다도 엄마의 말을 반대로 들어가고 있기도 했다. 아니면, 어렸을 때 너무 말을 잘들어서 그 에 대한 화딱지가 지금 치밀어 올라 이렇게 엄마의 말을 반대로 들으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이런 말을 미안하지만, 엄마의 성격이 호랑이같이 호탕하고 야무진 것은 좋지만, 세상엔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데 우리 엄마의 성격은 자식을 이겨 먹어서, 나는 그 그림자 밑에서 자라 온 것이 생각해보면 조금 힘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에 못지 않은 사랑도 많으셨지만 말이다.
2. 가족과의 시간은 좋지만, 이제는 함께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시간을 마련해요.
그렇게 엄마와의 조금은 멀어진 거리 속에서, 어쩌면 이게 적정온도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올 초엔 신년축복기도회를 같이 다녀왔다. 우리 집은 주일에 말씀을 듣고 있기 때문에 신년축복기도회, 송년 예배 같은 것에 참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엄마랑 집 안에서 매일 꽁냥꽁냥 서로 깐족거리면서 싸우다가 오랜만에 예배당을 가자니 조금 기분이 오묘하기도 했다. 그 순간에, 말씀을 다 듣고 차를 타고 집에 오는데, ㅎㅎㅎ 엄마가 깜짝 놀란 모습이 생각나서 아직도 기억에 나는 장면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그러니까, 엄마는, 내가 말씀이 끝나면, "오늘 말씀이 좋았다, 오늘 교회온 것 좋았다"등의 얘기를 할 줄 알았나본데, 나는, 정말... 엄마에게, "저 앞에 헌금 봉사하던 사람, 번호 알아올 수 있어?ㅋㅋㅋ" 라고 운전하는 엄마 에게 *소리를 날려, 엄마에게 빅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물론, 돌아오는 답변은, "상상 초월이다, 넌 진짜 ㅎㅎ, 난 보지도 못했는데 괜찮았니?"라는 답변이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또 서로의 생활에 집중하기 바쁘니까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지켜보고 있기도 하다. 서로의 취미, 서로의 생활, 서로의 감정을 지켜주며 선을 넘지 않기 위하여.
3. 그래도 눈 뜨면 보고 싶은 것은, 나의 웬수같은 가족들 뿐이라는 걸, 명심해요.
그리하여, Freedom을 추구하는 븐니공주의 자유로운 일상 속에선, 이제 부모님의 자리는 그리 크지 않은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래서, 븐니는 요즘 아장아장 걷는 아기새처럼,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어른이 알아야할 것들을 아장아장의 걸음자세로 배우면서 조금 더 근육을 기른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다가, 막상 가족들과 오랜 시간 안 보고 있는 날이 생긴다면, 바로 아침에 가족들의 출근하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렇게 가족이 보고 싶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엄마를 조련한다고는 하지만, 이 열정가득한 심장을 가진 븐니는 말이다, 가족을 사랑하는 순정파 캥블리임이 틀림 없는 것 같기도 하다. ㅎㅎ
이번 6월을 되돌아보면, 나름 현실에 치열하게 적응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살아본 듯 한데, 그 속에서는 힘든 날 힘들다고 하소연 받아주는 가족이 있고, 기쁜날엔 기쁘다고 내 소식을 알아주는 가족이 있기에 그 날들을 잘 보내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내가 야무지게 잘 살아가는 것도 있고, 말이다. 아무튼, 가족을 대하는 것이나, 성격이나 태도나 그런 것들이 요즘에는 어린 시절과 다르게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 븐니 성질이 조금 사납다는 것....? ' ㅋ.ㅋ 물론, 다정다감한 부분도 있지만, 쿠쿠, 더 하고 싶은 말들은 생략하고 할만하않을 생각이다. #장마 라면서, 비가 생각보다 안오는 듯 하다.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