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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이사왔다>와 문양이의 한(恨)

[송븐니의 키워드로 영화 읽기] l 윤아&안보현 배우의 코믹영화.

■키워드-문양이의 한(恨) **스포 있음**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나는 소녀시대를 좋아한다. 소녀시대에서는 윤아, 유리, 서현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나와 동갑인 윤아 님을 좋아한다. 윤아 님이 출연한 이 영화, <악마가 이사 왔다>는, 영화 <엑시트>의 감독인 이상근 감독의 작품으로, 마냥 유치한 '귀신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의 스토리와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로 생각 없이 보았다가 '오~ 조금 감동적인걸~?'이란 느낌을 받으며 끝나는 영화다. 그만큼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엔, 말랑말랑해진 마음을 만날 수 있는 감동이 있는 영화다. 즉, 윤아(선지 역)라는 귀신(?)과 그의 곁을 지켜주는 길구(안보현)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이다. (이 영화는 사실, 리뷰를 작성하려고 한건 아니고, 오랜만에 머리 식힐 겸 영화를 틀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감동도 있어서 글을 쓰게 됨 -_-;;;)


선지해장국 먹고 싶어 지게 만드는 이 여자주인공 (윤아)의 이름은 선지인데, 선지는 새벽 2시만 되면 다른 인격? 혹은 다른 악마에게 조종이 되어 잠을 자지 못하고 마치 '몽유병'처럼 일어나서 그녀의 인간 아빠인 장수(성동일 배우)를 끊임없이 바쁘게 만든다. 이 2시만 되면 빙의가 되는, 새벽의 귀염뽀짝한 악마-실제 악마는 이렇게 아름답거나 순수하지 않아요, 여러분, 속지 마세요-선지에게 좋아하는 빵을 먹여 달래기도 하고,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기분을 달래주기도 하는 등의 아빠로서의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쩐지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는, 이 아빠(성동일 배우)보다 길구 (안보현 배우)의 서포트가 더욱 부각되기 시작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 <악마가 이사 왔다>에서 정말 재미있는 부분은, 낮에는 청순가련형의 대명사처럼 빵집에서 일하는 선지(윤아 배우)가 새벽 2시만 되면 파격적인 의상과 표정으로, 길구(안보현 배우)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꽤 여러 번 나오는데, 이런 부분들에서 윤아 님이 눈을 부라리면서 연기를 하는데 그 모습들이 압도적으로 유쾌해서 로코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렇게 밤만 되면 제2의 인격이 오는 듯이 변화하는 선지(윤아 배우)의 모습 앞에서, 순한 강아지처럼 귀를 쫑긋쫑긋 세우면서도 도움을 주려고 하는 길구(안보현 배우)의 모습이 약간 귀엽고도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왜냐면? 여자친구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모습과 도움을 주려고 하는 그 모습 자체가 그냥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_♡


한편, 어느 날, 이 선지해장국님,, 아니 악마가 들린 이 선지(윤아 배우)에게 다른 영혼이 씌여있다는 것을 눈치챈 한 퇴마사 비슷한 사람이 나오는데, 이 사람과 안보현의 대립 속에서 선지의 몸을 빌려 쓰는 그 정체불명의 영혼에게 위협적인 일이 닥치게 된다. (퇴마사가 직접 퇴마 의식을 진행하려고 한다.) 길구(안보현)는 이 계획이 진행된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고, 미리 설치해 놓은 위치정보를 따라서 그게 선지이든, 선지에게 눌어붙은 정체 모를 귀신이 든 간에 일단은 그 의식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시간을 보낸 '2시의 선지'를 구출해 낸다. 이 과정에서 그 원한 많은 새벽 2시의 영혼은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살아있는 게, 고통인 시절이었어.
계속된 흉작과 돌림병으로 곡소리 안 들리는 집이 없었지.


라고 운을 띄우며, 이 선지의 몸에 붙은 '문양'이라는 영혼은 과거에 잠들어야 했는데 잠들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며 몇 대를 거쳐 자신의 영혼을 타인에게 기생하며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억울하게 죽었던 이유와, 평온하게 잠들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하지 못한 상황과 환경들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길구(안보현 배우)에게 들려준다. 즉, '문양'이는 자신의 모든 이야기와 편히 잠들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돌게 된 한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차분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며 정체 모를 퇴마사에게서 구출해 준 길구(안보현 배우)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길구는 이 '문양'이라는 귀신(?) or 귀염뽀짝한 악마(?)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그가 예전에 묻혀있던 장독을 찾아서 문양이에게 이를 선물로 주며, 이제 아프지 말고 편안히 쉬라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지: 왜 이렇게 까지 해? 내가 그렇게 불쌍해?

길구: 싫어, 네가 이렇게 그냥 사라지는 건 싫으니까.
다 잊고 좋은 대로 갔으면 좋겠으니까.

들킬까 봐 고개 돌려 웃고, 내가 피곤해하면 일부로 자는 척하고
말라버린 꽃에 물도 주는 너 같은 악마가 어디 있냐?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난 네가 아팠던 거 힘들었던 거 다 잊고
이제 그냥 편해졌으면 좋겠어.

그동안 많이 외롭고 힘들었지?

고생했어..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그만 울어.

이제 이름 말해줘, 네 진짜 이름 말해줘.

선지이자 문양: 나는, 내 이름은 문양이야.
문양이..

길구: 문양, 문양이, 되게 예쁜 이름이다.
문양아 준비 됐어?

선지: (끄덕끄덕)


과거에, 조선시대로 추정되는 사회에서의 '문양'이는 역병으로 인해 가족들을 잃고 어떤 의식의 희생양이 된 부분이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길구 (안보현 배우)는 "그동안,, 많이 외롭고 힘들었지..?"라는 대사로 정말 힘들게 다른 사람의 몸에 붙어 이 세상을 떠돌고 있었을 사람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며, 다시 장독으로 들어가 이제 그 떠도는 혼을 잠재울 것을 권유한다. 어차피 '보름달'이 뜨면 이 세상에서 사라질 존재였던 귀신 '문양'이는 웬 횡재로 이런 길구 같은 사람을 만났는지를 잘 모르겠지만, 그가 건넨 말, 따뜻한 위로, "이제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듣게 되었을 때의 그녀의 마음속 한은, 잔잔히 녹아내리지는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나가며, 세상 속에서 내가 험한 일을 당하고, 마음속에 한(恨)이라는 정서가 쌓여갈 때, 누군가가 "많이 힘들고 괴로웠지, 이제 괜찮아질 거야"라고 다정한 한마디만 전달해 준다면, 내 마음의 한은, 어떤 사람의 마음의 한은 그렇게 시퍼런 멍으로 자리잡지 않고, 포근한 눈길 위의 뽀송한 눈처럼 녹아내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을 몇 번씩 돌려보면서 큰 감동을 받은 부분이 있다. 전반적으로 재미와 유쾌함이 주를 이루지만, 마지막에 감동한 줄이 더해져 인상적이었던 영화 <악마가 이사 왔다>를 캥블리족 대표이사 송븐니 작가가 추천해드립니댜..v.v


◎이 리뷰는 <송븐니의 키워드로 영화읽기>의 한 작품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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