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븐니의 키워드로 영화읽기> l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키워드-신하의 도리.
주말에, 강풍을 뚫어내고 5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오랜만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왔다. 보고 온 대부분의 후기에서 나는 이미 그 내용이 슬플 것이다, 라는 풍문을 많이 들었기에 이번 만큼은 절대 울지 않고 시니컬한 자세로 영화를 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극장가에 입장했고, 울지 않았다. 왜냐면 그 전날, 영화 <소주전쟁>으로 유해진이, '종록'의 재무이사로 나오는 역할을 보고 한창 즐긴 후에, 다시 유해진이라는 배우를, 보니 유쾌하고 친근한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번 <왕과 사는 남자>의 신하 '엄홍도'로 연기하는 유해진을 만나게 되니 색다른 느낌과 또, 재치있고 익살스러운 유머를 던지는 그의 역할에 많은 웃음을 느낄 수가 있기도 했다. 어느 영화에서나, 분위기를 한 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그의 유쾌함의 바이러스에 극장가를 찾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 ㅎ.ㅎ
영화는, 수양대군과 이홍위, 단종 대에 일어난 이야기를, 역사적 자료와 각색을 통해서 설명해주는 듯 했다.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이정재'의 수양대군, 즉 세조를 인상깊게 기억한 적이 있다. 그로 인해서, 나에게 세조= 이정재다. (?) ㅎㅎ 세조의 중심 책사, 지금으로 말하면 Brain이라 할 수 있는, '한명회'의 기세가 하늘을 찔러, 유배 간 단종을 억누르려 하는 연기를 볼 때, 왕권과 신권이 재편되는 상황을 보는 것이 기가막히게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왕권 계승'의 일종의 변칙을 주었던 그들 세력에 대한 정당성과 삼강의 도리에 흔들린 사건은 아닌지를 생각해보게 되면서 영화를 보게 된다. 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기본 도리인 군위신강의 뼈대가 흔들려 버린 상황 속에서, '한명회'의 기세는 어린 단종을 누를 만큼 대단했고, 기세 넘쳤다.
따라서, 이런 상상도 해보게 된다. 단종의 아버지 문종이 살아있었더라면, '한명회'에게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 단종의 할아버지 세종이 살아있었더라면, '한명회'에게 무슨 표정을 지으며, 대사를 남겼을 까. 적장자(嫡長子)의 혈통을 이어받은, 문종의 아들,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하고 권력을 잡아 쥔, 자신의 둘째아들과 '한명회'에게 세종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해주고 싶었을까 하는, 것들을 생각해보면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조용한 청령포의 산을 보며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죽은자가 무덤에서 살아나온 위인은, '예수님'밖에 없으므로 이미 돌아가신 가족들을 꺼내어 상상하는 것 역시 예의는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세조의 역사적 업적 역시 살펴보아 그 치적을 살펴보면, '6조 직계제'를 다시 실시하여 왕권을 강화하고 '경국대전'의 편찬을 추진하는 등의 왕권강화 및 국가기틀을 다져나간 부분이 있다.
하지만, 훗날, 숙부가 조카를 정치적으로 축출한 결과가 된, 더 이해가 쉽게 말하면 한 가족 중에 자신의 바로 윗 형의 아들을 폐위시켜 유배보낸 뒤, 왕위를 계승한 것이라는 것을 볼 때, 아빠의 동생에게, 아빠의 동생의 세력에게 밀려나게 된, 어린 단종의 마음은 서슬퍼런 멍울 하나 새겨졌고, 단장지애의 애끓는 슬픔이 스며들었을 듯 싶다. (실제, '사육신 사건'등으로 그를 복위하려는 내부의 움직임도 있었으나, 발각되어 도리어 죽임을 당하는 일들이 일어났고 이로 인하여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해 영월로 유배시킨 후, 1457년에 사사했다.) 영화에서는, 금성대군의 역할도 나온다. 마냥 슬픈, 신파극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복위를 도모하며 기량있는 말들과 군사들의 짜임새있는 정열도 나와서 오랜만에 '사냥본능'이 있는 븐니언니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사극의 장면들도 종종 등장했기에 만족감을 주었다.
영화 속의 가장 핵심 줄거리는, 유배간 단종(박지훈 배우)와, 엄홍도(유해진 배우)의 티키타카이자, 왕과 신하의 '군신유의'였다. 영월로 유배를 간, 단종(박지훈 배우)에게, 엄홍도라는 촌장은 왕좌에서 내려와 이제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 '단종'의 새로운 지역에서의 신하이자,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삼촌이자, 아버지 같기도 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 속에서, '한명회'는 유배를 내려온 단종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아직도 왕위에 있는 줄 아냐고"말이다. 어린 나이에, 지지세력의 기반이 약해, 유배를 오게 된 '단종'의 입장을 생각해본다면, 늘 하는 생각이지만 도대체 그 조선시대의, '왕좌'라는 것은 어떠하기에 이렇게 혈통도, 세력도, 인물 관계들도 피비린내 진동하게 잔혹하게 재편되는지에 대한 '왕좌의 무게, 권력의 피바람'이라는 게 다시 한번 느껴지기도 했다. 쓸쓸했고, 길지 않은 유배 생활에 신하 '엄홍도'의 왕을 위한 달콤하면서도 충성스러운 귓가를 울리는, 말소리가 궁금하다면, 왕의 총명한 눈빛을 가진 어린 단종의 모습이 궁금하다면은, 영화 <왕과사는남자>를 보아라.
“왕은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그의 눈빛은 끝까지 범이었고, 왕이었다.”
◆<송븐니의 키워드로 영화읽기>, '왕과사는남자'와 신하의 도리 편은 븐니작가의 시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