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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Apr 14. 2024

애매한 재능과 싸워본 적 있나요?

『애매한 재능』, 수미

책의 제목 때문에 집어든 것 같다. 애매한 재능. 사실은 웬만한 사람들에게 와닿을 주제다. 천재는 성큼성큼 앞서가니 눈에 띄기도 쉽지만 범재야 어디 그런가. 세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무언가를 움켜줘고 고군분투하거나, 그런 것도 없이 주어진 삶을 사는 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애매한 재능의 작가 수미는 중고등 시절 백일장에서 상도 타고 친구들 사이에서 팬픽으로 인기를 끌며 나름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를 졸업한 뒤 희곡도 쓰고, 대필작가도 하고, 마트에서 물건도 팔고, 학원에서 가르치기도 하고 <경남도민일보>에 칼럼도 쓰며 살고 있다.  


이 책은 쓰는 사람으로 사는 기쁨과 슬픔에 대해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재능은 재능이로되 그렇다고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어놓지 못하는 재능을 가진 자의 마음을 솔직한 언어로 써 내려간다. 결혼과 출산으로 글쓰기를 이어가기 힘든 시절을 지나며 여성으로서의 삶도 풀어놓는다. 그런 고백이 좋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된다.   



나에게 애매한 재능이라 생각하는 것 역시 이 책의 작가처럼 글쓰기다. 오랜 시간 해 왔기에 이제는 내가 만약 큰 병에 걸리면 '투병기를 쓰고 죽어야지' 하고 생각할 정도로 밀접해있지만 쓸 때마다, 읽을 때마다 기쁜데 슬프다. 보람찬데 아쉽다. 잘 쓴 줄 알았는데 허점 투성이라 괴롭다. 


애증의 관계인 글을 오늘도 쓴다. 쓰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쓰다 보면 어디로든 가고 있겠지. 시나브로 나아가겠지. 이런 믿음이면 충분하겠지. 타고난 게 아니라면 재능이란 원래 애매함에서 시작하는 거겠지. 그런 마음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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