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에게 해로웠던 적이 있긴 한가요.

독이 든 행복이라 일컫는.

by 파인트리

당신은 기억하실까요.

언제 한번 당신에게

은방울꽃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야.'

혹시 꽃말도 기억하실까요.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

눈부신 꽃말과는 모순되게

어린 싹과 꽃에는

강한 독성이 있습니다.


독을 품은 당신은

나에게 행복이었기에

나는 기꺼이 독을 넘겼습니다.

허나 당신은 뒤늦게

당신의 독이

치명적일까 두렵다며

서서히 저에게서 멀어졌습니다.

함께 추억을 만들자던 당신은

나에게 추억이 되었고,

나는 저항 없이

당신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이미 스며든 당신은

나에겐 그리

해롭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나에게 해롭다 느껴졌나요.

그래서 저로부터 멀리

떨어지신 건가요.


당신은 느끼셨나요.

나는 단 한 번도

무뎌진 적 없습니다.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에게서 멀어진 적 없습니다.

나는 단 한 번도

익숙함에 익숙해진 적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단 한 번도

위태로운 적 없었습니다.

줄곧 초연하게

당신을 유지했습니다.

떠난 당신을 비겁하다 나무라지 않아요.

여전히 내 꽃밭에는

진한 향기를 띄며

꽃이 피고 있습니다.

나는 그저

은방울꽃이 다시 피는 봄에

운명의 해후가 있길 바라며

틀림없이 행복해질

새로운 계절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아직도 나에겐

당신이 번지고 있습니다.


- 파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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