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고 싶다. 그 마음이 자꾸 발목을 잡는다. 글 쓰는 거 참 재밌다 하던 마음은 어디 가고, 내 글은 너무 구려, 내 생각은 너무 얕아. 빨리 더 잘 쓰고 싶어. 빨리 다음 단계로 건너가고 싶어 하며 조바심이 난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일주일에 5kg 감량했어요! 100일 만에 수능 대박! 같은 건 글쓰기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다.
매번 미숙함에서 도망치며 살아왔다. 나는 잘 못해서 안 할래 ~ 하며 오락실에서 친구들이 농구공 넣는 게임 하는 걸 구경만 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보고 기가 죽어서 영어회화 학원 수업을 빠졌다.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 그만큼 좋아하니까. 글쓰기를 오래오래 하고 싶다.
엄마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유화로 캔버스 하나를 완성하는데 최소 몇 주가 걸린다. 어떤 그림은 몇 달째 현재 진행형이다. 계속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물감을 쌓고 쌓고 때로는 구도와 색을 아예 엎어버린다. 초반엔 ‘음 저건 별론데’ 속으로 생각하던 그림도 매일 조금씩 바뀌다가 어느 날 보면 확 좋아져 있다.
나는 그게 잘 안된다. 좋아할수록 잘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지는데 어떡해. 날고 기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내 문장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고, 내 실력의 구림을 마주하는 게 참 어렵다. 엄마는 어떻게 매번 새로운 캔버스를 마주할까?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못 그리는 걸로 스트레스받으면 본인만 힘들지. 좋으니까 그리는 거 아니야? 엄마는 너무 재밌어. 엄마한테 그림은 숨이거든. 그림 그릴 때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아.”
엄마의 말은 수능 만점 학생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같은 말로 들려서, 속으로 ‘그래서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중얼거리게 된다. 대신 엄마의 그림을 떠올려본다. 형체 모를 낙서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내가 직접 봤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