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바꾼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또 변화가 있는지
올해 1월 1일부로 팀장이 되었다.
사실 PM이라는 새로운 직무를 맡은지도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뉴비인데, 거기에 팀장이라는 새로운 영역까지 맡게 된 건 꽤나 신나면서도 두려운 일이었다.
막 팀장 제안을 받았을 때 느낀 기분은 당혹감이었다.
내가 아주 좋아하던 그 당시 팀장님의 퇴사 소식에 뒤이어 받은 제안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팀장님이 퇴사하시는 것만으로도 슬프고 당황스럽고 두려운데, 그 자리를 내가 메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면서 감사하기도 했다. 결국 어찌 됐건 그 간의 내 모습을 보고 팀장 자리를 맡겨봐도 괜찮다고 생각해주셨다는 거니까.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든든하고 안심되니까 고마웠다.
조금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그날은 아주 많이 걸었다. 저녁 피티가 끝나고 헬스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걸었고, 그러고도 심란한 마음이 좀처럼 풀리지 않아 한강을 걸었다.
문득 나보다 팀장의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친구가 떠올랐다. A님은 어떤 마음으로 처음 팀장 제안을 수락했냐고 연락을 했다. A는 자기는 정말 별생각 없었다고, 그냥 신났다고 했다. 어 나 일 잘하나 보네! 그래서 시키나 보네! 오케이! 하고 시원하게 수락했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실제로 해보니 어땠어요,라고 물으니 육 개월간 정말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울기도 많이 울고, 결국엔 다시 팀원으로 돌아갔다고. 하지만 그러고 육 개월 뒤에 다시 시작한 팀장은 다시 할만하더라고. 정말 배운 것이 많다고.
그러고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런 고민을 진작부터 하고 있는 당신은 잘할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잘할 거라는 느낌이 온다고.
그 다정함 덕분에 용기가 났다. 평생 팀장이 되고 싶지 않느냐고 하면 그렇지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어차피 언젠간 팀장이든 실장이든 조금 더 큰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준비가 됐어! 하는 마음은 평생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혹은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을 때 아무도 내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지금 타이밍에 용기를 내는 게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기회를 잡아보고, 잘 한 선택으로 만들면 되지 않겠냐는, 아무튼 그런 명언 같은 다짐도 했다. (그간 책에서 트위터에서 온갖 짤에서 봐온 명언이랄지 밈이랄지는 이럴 때 쓰라고 봐왔나 보다) 그리고 좀 더 저년 차일 때 하고 하는 실패가, 고년차에 하는 실패보다 안전하지 않겠냐는 방어기제도 세워봤다. 에이 어차피 회사에서 시키는데 다 이유가 있겠거니, 잘 못하면 알아서 내게 준 권한을 거둬 가겠거니. 그냥 하는 데만큼 해보지 뭐,라고 마음먹었다.
타고나기를 자기 검열 많은 쫄보라, 분명 나의 결정에 대해 나는 두고두고 의문을 품겠지만. 그래도 이미 하기로 한 거 어쩌겠나. 그냥 일단 해봐야지.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