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이 없는 하루
닌텐도 스위치를 끊어야 하는 일상에 대하여
수많은 변명 속에 외면한 삶이 얼마였던가. 변명은 명탐정 코난에서 변장술이라도 배워온 듯 모습도 제각각이다. 보통은 구구절절하고 때론 그럴듯해서 이해할 뻔하다. 가끔은 귀여운 변명이 관계를 말랑하게 만들 때도 있다. 겉으로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알면서 눈 감아주는 상황들, 주로 옳고 그름을 심각하게 따지지 않는 사적 관계에서 일어난다.
말랑한 이점(?)이 있지만 변명이 없는 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싶다.
시작은 지난 5월 생일 선물로 받은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이란 게임이었다. 침대 밑 서랍에 방치된 닌텐도 스위치를 꺼냈다. 전작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워낙 재밌게 해서(풀 스토리를 세 번 돌렸다) 기다리고 있던 와중이었다. 닌텐도에서 'Nintendo Direct'라는 발표 행사를 정기적으로 하는데 매번 이 게임은 런칭한다고 한다고 말만 하고 일정을 미뤄왔다. 하지만 게임 칩를 넣고 start 버튼을 누르고 난 후 일정을 미뤄준 닌텐도에게 감사했다. 게임이 작년에 출시했다면 내 책은 영영 내지 못했을 지도. 활동 무대는 하늘과 지하까지 넓어졌고 전작의 백 년 후라는 설정도 재미있어서 더 알고 싶었다.
회사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게임만 두드린다. 어지간했으면 고양이 살구가 침대로 찾아와 놀아달라고 칭얼댔을까. 계획 했던 글쓰기 책 읽기는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지워졌다. 일곱 살 때, 부모님이 내 방 한 쪽에 작은 TV를 놓고 팩 게임을 연결해주었다. 당시에는 게임이 카세트테이프처럼 생긴 '팩' 안에 담겨 있었다. 다른 게임을 해보려면 친구에게 팩을 서로 교환 하곤 했다. 그 때 점프를 하며 벽돌을 깨고 버섯을 누르던 슈퍼 마리오를 처음 만났다. 부모님이 그 때 게임기만 주지 않았더라면...지금 닌텐도에 아예 빠지지 조차 않았을거란 또 변명이 생각난다.
이렇게 출근하면서 닌텐도를 끊겠다 다짐해본다. 동생 방에 넣어두고 자물쇠도 잠궈달라고 할까...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잠깐 쉬는 것이다.
언제까지 변명만 할 것인가!
닌텐도 스위치와 젤다를 끊고 글을 써보자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