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흩어진 언어 속에 담긴 마음

by 윤슬


5253879_uploaded_5453621.jpg?type=w966 © Kashur Pilot, 출처 OGQ




첫 만남부터 그의 언어는 흩어져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말들로 맥락은 끊겼고, 대화로 상담을 이어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보호자에게 조심스레 의사를 전했지만, 그가 유일하게 안정을 찾는 곳이 상담실이라는 이유로 보호자는 간곡히 부탁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그와의 몇 번의 만남. 상담 시간 동안 그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그의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파편화된 언어 너머로 그가 전하고 싶은 마음이 읽히기 시작했다.


‘날 떠난 사람들이 보고 싶어요. 너무 외로워요. 사람이 그리워요.’


그것은 사무치는 그리움과 상실감이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면서, 그 누구와도 닿지 못하는 고립 속에서, 그가 얼마나 사람의 온기를 갈망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그제야 그가 왜 이곳에서 안정을 찾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은 그가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였던 것이다.


몇 번의 만남 후,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었다. 증상이 악화되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는 보호자의 연락을 받았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현대 이상심리학에서 조현병은 현실 검증력과 병식(자신의 병을 인식하는 것)의 부재를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정신장애로 분류된다. 우리는 이를 '정상'과 '이상'이라는 잣대 위에 두고, 치료와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경계선 앞에서 나는 미묘한 불편감을 느낀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고유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단지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의 세계에 ‘이상’이라는 낙인을 찍어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나의 약자가 쏟아내는 그 절절한 호소를 마주하며 나의 마음도 한동안 쓸쓸해졌다.


그는 이제 입원치료를 받으며 약물로 증상을 다스리고, 소위 '정상'이라 불리는 이들과 더 많은 교집합을 공유하는 세계로 돌아올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타인과 연결될 기회도 많아지겠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그가 머무는 그 세계가 이전보다 조금은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는 것. 그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수가 소수를 규정하는 그 차가운 시선 속에서, 그의 진심마저 ‘이상’으로 치부할 수는 없으리라. 비록 문장은 흩어졌을지언정, 그 안에 담긴 것은 누구보다 선명하고 정상적인 인간의 마음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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