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영어와 관련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창피한 경험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5년 전... 옛 남자 친구와 고양이 카페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어서 신발장에 넣으려고 하는데, 두 명의 외국인이 실수로 나를 밀쳤다. 백인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어찌나 굳었던지! 그 친구들이 미안하다고 "I am so sorry."라고 하는데 나는 괜찮아 that's okay의 th의 소리만이 떠올랐고.... 머리가 새하애져서 "thank you, thank you."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인식도 하지 못한 채 안으로 들어갔고, 좀 시간이 지나서야 'thank you라고? 고맙다고???' 내가 뭘 이야기했는지 깨닫고는 엄청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었다. 그 친구들은 한국인의 고도의 비꼼으로 받아들였으려나? 돌아가면서 둘이 '쟤 왜 고맙대? 몰라.'라고 이야기했을 것만 같아 여전히 낯부끄러운 기억이다.
생각해보면 영어로 프리토킹을 하는 건 언제나 자신 없는 영역이었다. 잘하고 싶어서 영어회화 동아리에도 들어갔지만, 머릿속에서 한참이나 문장 구조를 생각해야지만 영어가 나왔고 답답한 마음에 결국엔 한국어만 더 쓰다가 나온 거 같다. 영어 발표 시간에도 대본을 달달 달 외워야지만 말할 수 있었고, 내가 영어를 한국어처럼 내뱉는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고, 친해진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영어 영화와 드라마도 당연히 자막만 뚫어지게 보느라 장면을 놓칠 때도 있었고, 내가 자막 없이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 적조차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정말 한국어만큼 영어가 편하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낯선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단어가 기억이 안 나서 답답해지기는 한다. 이것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에게 답답함이 들 때도 있지만, 이제는 영어를 사용해서 외국인들과 소통을 하고 친구가 되는데, 그리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깊은 주제들, 사회, 철학, 역사, 교육 등에 대해 무리 없이 대화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영화와 드라마도 자막 없이 즐긴다. 그리고 이건 3개월 만에 아무런 돈을 들이지 않고 가능하게 만들었던 성과이다. 영어회화 때문에 학원을 간다고? 나는 중급 정도의 실력을 쌓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독학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사교육으로 돈을 낭비하지 말자.
(*사실 영어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했기에 초보자가 아니었습니다. 듣기와 읽기는 가능한데, 말하기가 안 되는 이들을 위한 방법입니다. 초보자를 위한 방법은 추후에 풀어보고자 합니다!)
나는 밀리의 서재를 이미 구독하고 있어서, 거기에 있는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이라는 책을 사용해서 쉐도잉을 했다. 우리는 왜 쉐도잉을 해야 할까? 나에게 쉐도잉의 목적은 일상 표현에 대한 정확한 발음의 터득이었다. 발음이 중요할까? 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나는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우리는 우리가 발음할 수 있는 소리들만 인식할 수 있다. r과 l의 차이를 발음하지 못해 인식하지 못하면 듣지도 못한다. 결국 내 리스닝에 영향을 준다.
2) 혀의 근육이 그 발음을 어떻게 내는지 기억해야지만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바로 말할 수 있다.
3) 자신감 문제. 내가 말한 것을 외국인이 이해하지 못해 What? 을 듣는 걸 반복하다 보면 영어로 말하고 싶은 동기가 굉장히 줄어든다(경험담) 그들은 우리의 자신감을 꺾기 위해서 what을 하는 게 아니다. 정말 이해를 못 해서다.
우리는 그동안 수능, 토익, 토플에서 항상 너무 어려운 단어들과 문장들만 접했다. 하지만 그런 단어와 문장을 일상에서 사용하는가? 아니다. 우리는 apple의 발음부터 제대로 하고 있는가? Can I help you? 에서 help는 어떻게 발음하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가? 우리가 소통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문장들부터 제대로 발음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1시간~3시간 정도 회화책으로 한 강에서 두 강씩 쉐도잉을 했다.
난이도는 아래에 있는 바와 같았다.
A. Ryan! Look who's here
B. Good to see you. What a small world.
A. Long time no see. How have you been?
B. I'm doing great. You haven't changed a bit.
A. Nice talking to you. Say hello to your wife.
B. Catch you later. I'll keep in touch.
(출처: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1강, 문성현)
이런 식으로 한 강에는 세 번씩 말을 주고받는 dialog, 그리고 거기에 나온 표현과 연관된 대화가 세 개 정도 포함되었다. 한 문장 혹은 그 문장을 잘게 쪼개서 구간반복을 하면서 계속 반복을 했다. 처음에는 이런 간단한 문장들조차 발음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한 문장을 100번 넘게 반복한 적도 있었다. 따라 말하고, 혼자 말하고, 다시 그냥 듣기만 하다가 또 말해보고, 녹음해서 말해보고 하면 느낌이 모두 다 달랐다. 계속 반복할수록 내가 어떤 발음을 놓치고 어떤 강세와 억양으로 말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다음은 반복이었다. 내가 그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고 A, B 역할을 동시에 하면서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정이 덧입혀져야 우리의 기억이 더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반복을 위해 중요한 팁이 있다. (우기부기님 영상을 통해 많이 배웠다)
명함 박스를 사서 칸을 나눈다. 망각곡선을 활용해서 반복을 하는 거다.
첫 번째 칸은 매일 반복
두 번째 칸은 2일마다 반복 + 첫 번째 칸에서 통과한 거
세 번째 칸은 4일마다 반복 + 두 번째 칸에서 통과한 거
네 번째 칸은 7일마다 반복 + 세 번째 칸에서 통과한 거
다번째 칸은 14일마다 반복 + 네 번째 칸에서 통과한 거
여섯 번째 칸은 21일마다 반복 + 다번째 칸에서 통과한 거
일곱 번째 칸은 60일마다 반복 + 여섯 번째 칸에서 통과한 거
이렇게 반복을 하면, 큰 스트레스 없이 장기기억화되고, 장기기억화된다면 생각을 거치지 않고 표현이 튀어나올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표현들을 내 혀가 기억을 해야만 다른 말들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책에 있는 표현들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따라서 좀 더 일상에서 사용되는 표현들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일상적 영어에 귀를 트기 위해 빅뱅이론과 프렌즈도 틈날 때마다 보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표현들을 내 혀와 귀가 기억한 이후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다음 글에서 풀어보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