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 지식재산 이야기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덮죽 상표권(Trademark) 분쟁과 같이,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특허출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5개국(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의 IP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나아가 주요국의 메인 플레이어들의 특허출원 전략을 함께 살펴보고자 해외 IP 분석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2016년 9월에 애플(Apple)사에서 출시한 에어팟(AirPods) 제품과 관련한 특허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매년 9월이 되면 애플이 출시하는 신제품이 무엇인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지난 2016년 9월 7일에는 아이폰 7, 애플워치 2 시리즈와 함께 에어팟 1을 출시하였고, 에어팟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애플사의 특허출원 이력을 검토하면, 이러한 에어팟 출시에 앞서 애플은 2015년 9월 28일에 미국에 "Wireless ear buds with proximity sensors(근접 센서들을 가지는 무선 이어 버드)"라는 명칭의 특허출원을 먼저 하였다는 점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IP 전략 수립 TIP]
IP 관리 시스템이 잘 구비된 기업들은 제품 출시에 앞서 가장 먼저 특허출원을 준비하게 됩니다. 제3자가 제품을 분해하여 모방하는 경우에도 "특허출원일자"를 기준으로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제품을 공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후 애플은 최초 출원일인 2015년 9월 28일로부터 1년이 지나기 전인 2016년 9월 21일 파리협력조약(PCT, Patent Cooperation Treaty)에 의한 국제출원을 하여 특허를 획득하고자 하는 개별 국가의 IP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IP 전략 수립 TIP]
PCT 국제출원을 하는 경우에 해외의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기업은 ⅰ) 어느 국가에서 특허를 획득할 것인지 ⅱ) 개별 국가의 시장 상황과 시장 변화 ⅲ) 경쟁사의 제품 출시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획득하고자 하는 IP의 대응 전략을 변경하여 최적화된 IP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에어팟과 관련한 수많은 IP들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 권리를 획득한 "근접 센서들을 가지는 무선 이어버드"와 관련한 특허들(특허 ①, ②, ③)을 위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5년 9월 28일 자 미국 특허출원을 기초로, 국내에서는 특허 ①(KR 10-1978903 B1), 특허 ②(KR 10-2071684 B1), 특허 ③(KR 10-1978903)의 순서로 특허를 획득하였습니다.
[IP 전략 수립 TIP]
하나의 제품에 하나의 IP만을 획득할 수도 있지만, 동일한 기술에 대해 권리범위를 다르게 설정하여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IP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특허를 획득하는 특허 전략을 수립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특허의 권리범위는 물건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회피설계를 막기 위해서는 동일한 기술에 대해 여러 IP를 획득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해당 기업의 IP 예산, 특허발명이 핵심 제품인지 여부, 후속 제품의 출시 계획, 경쟁사의 IP 현황, 특허 권리범위 등을 종합하여 세밀하게 IP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애플사에서는 특허 ①(KR 10-1978903 B1)를 획득한 동일한 일자에 특허 ②를 출원하고, 특허 ②(KR 10-2071684 B1)를 획득한 동일한 일자에 특허 ③을 출원하는 방식으로 에어팟과 관련한 IP 포트폴리오를 변형, 확장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IP 포트폴리오의 분석은 보다 세부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작업이지만, 간단하게 특허 ① 내지③의 대표 청구항을 살펴보더라도 나중에 획득된 특허 ③으로 갈수록 보다 강력한 권리로 권리범위가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획득된 특허 ①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허 ①을 획득하기 위하여 애플은 OA(Office Action)이라고 불리는 특허청 심사관님들의 의견제출통지에 대응한 의견서/보정서 제출을 통해 거절이유를 극복하고 권리를 획득하였습니다.
2018년 11월 30일자에 발행된 의견제출통지서에서 특허청은 애플의 출원발명이 인용발명 1(미국 등록특허공보 US 8259984 B2) 및 인용발명 2(미국 공개특허공보 20130279724 A1)에 의해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허법상에서는 출원발명이 선행기술들에 비해 개선된 기술적 특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특허를 허여하고 있기 때문에(특허법 제29조제2항), 애플은 2019년 1월 31일자로 출원발명이 인용발명 1 및 인용발명 2와 다르다는 주장을 함과 동시에, 청구범위에 대한 보정을 수행하여 최종적으로 특허 ①에 대해 차별화되는 기술적 특징을 인정받고 권리를 획득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출원발명의 기술적 특징이 무엇인지, 선행기술들과의 공통되는 부분과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수행되어야 합니다.
[IP 전략 수립 TIP]
특허청의 의견제출통지에 동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발명이 인용발명들과 다르다는 점을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특허 전략적으로 모든 부분에 대해 반박하기보다는, 핵심적이지 않는 일정 부분의 판단은 양보하고 사업의 핵심이 되는 기술적 내용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대리인인 변리사들과 발명자의 미팅 과정에서 해당 기술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수행하게 되고, 그 결과를 기초로 최종적인 권리를 획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IP를 많이 다루지 않는 기업에서는 등록이 되었다면 절차가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달리, IP를 많이 다루어 본 기업에서는 '조금 더 권리를 넓게 획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출원 시점과 등록 시점의 시장 상황을 비교하여 '지금 시장 trend에 맞게 권리를 최적화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른 경쟁사가 있는 경우 향후의 분쟁을 대비하여 '타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공격형 IP, 방어형 IP를 추가적으로 획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등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IP 포트폴리오를 다시 점검하는 식으로 연속적인 IP 획득 사이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플도 특허 전략적으로 다양한 측면의 사업성/시장성/권리성/기술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고, 특허 ①을 획득한 이후에도 시리즈로 특허 ②, 특허 ③을 획득한 것입니다. 에어팟 시리즈의 전세계적인 인기가 지속된다면 향후 특허 ④를 획득하는 시도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선 이어폰을 원활하게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휴대폰 단말기와 통신이 원활하게 수행되어야 하고, 신체에 접촉하는 경우 그 신호를 잘 감지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또한, 통화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스피커와 이를 제어하는 제어 회로의 구성이 잘 연동되어 신호를 주고 받아야할 것입니다.
애플은 본 특허에서 에어팟의 수많은 기술적 특징 중에서도 근접 센서(Proximity Sensor)와 관련한 기술에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즉, 광원(light source)이 외부 물체로 광을 조사하고, 반사된 광을 센서(sensor)로 검출함으로써 귀에 에어팟이 잘 접촉되고 있는지, 제품을 착용하는 단계인지, 하나의 이어폰만 제거한 것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종래에 사용되던 무선 이어폰의 디자인을 변경시킨 것 이외에도 광 기반 근접 센서를 포함하는 무선 이어폰을 특허출원의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따라서 에어팟 내부의 센서에서는 레이저 다이오드 등의 광원을 통해 물체로 빛을 조사하고, 물체로부터 반사되거나 산란되는 광량을 센서를 통해 측정하고, 이를 통해 물체까지의 거리, 물체의 위치 등을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광 기반 근접 센서가 획득한 데이터를 처리하여, 에어팟이 귀에 정확하게 착용되었는지, 스템으로 불리는 기둥 부분에만 접촉하여 사용자가 에어팟을 만지고 있는 것인지, 에어팟을 귀에서 제거하여 이어폰 작동을 중단시킬 것인지 등의 고차원적인 연산을 제어회로에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에어팟의 기술적인 내용과 특허 권리범위는 동일하게 작성될 수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다르게 설정될 수 있습니다.
[IP 전략 수립 TIP]
앞서 말씀드린 시장의 변화, 경쟁사의 존재, 국가별 제도/문화의 차이, OA 대응 과정, 넓은 권리 획득을 위한 전략적인 표현 생략 등에 따라서 권리로서 획득되는 청구항 부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허 권리범위를 판단하는 과정은 보다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분석이 요구되지만, 간단하게 아래와 같이 청구항 표현을 기초로 권리의 강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애플의 특허 ①에서는 청구항 1항, 청구항 11항, 청구항 16항에서 청구항의 표현을 다르게 하여 특허를 다양한 관점에서 획득하였습니다.
애플은 청구항 1항에서는 하우징, 스피커, 외이 센서, 이주 센서, 가속도계, 제어 회로를 구성으로 포함하도록 청구항을 작성하였으며, 청구항 11항에서는 제어 회로, 무선 회로, 하우징, 스피커, 제1 근접 센서, 제2 근접 센서로 발명의 구성을 다소 상이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청구항 16항에서는 다소 공격적으로 하우징, 스피커, 제1 근접 센서, 제2 근접 센서, 제어 회로만으로 청구항을 작성하였습니다.
[IP 전략 수립 TIP]
특허심판이나 특허소송에서 자신의 권리가 되는 부분은 "청구항의 표현"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심판이나 소송의 승패를 결정하게 될 수 있으므로 특허 명세서에서 가장 신중하게 작성되어야 하는 부분이며,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아래의 비교 자료에서 기술적 내용과 청구항 표현이 어떻게 매칭되는지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특허의 권리를 판단하는 방법 중 하나는 특허청과의 OA 대응 과정에서 출원인이 제출한 의견서 및 보정서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애플이 획득한 특허 ①의 보정 전 청구항 1항을 살펴보면 하우징, 스피커, 외이 센서, 이주 센서, 가속도계만으로 청구항을 작성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정 후 청구항 1항과 비교할 때, 의도적으로 발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추가하지 않음으로써 특허권을 넓게 획득하고자 시도하였습니다.
이후 특허청의 진보성(특허법 제29조제2항) 위반의 거절이유통지에 대응하여, 애플은 보정 후 청구항 1항에서 특허청이 제시한 인용발명 1과의 차이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제어 회로와 관련한 표현을 추가하였고, 외이 센서와 이주 센서의 종류를 광 기반 근접 센서로 한정하였습니다.
에어팟에 포함된 센서는 광 기반 근접 센서에 관한 부분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과 제어 회로에서 에어팟의 위치를 판단하고 귀에 접촉하였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애플이 획득한 특허 ①의 권리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허의 권리를 판단하는 방법 중 또 다른 하나는 선행기술과 해당 특허를 비교 분석하는 것입니다.
심사 과정에서 제시된 인용발명 1(미국 등록특허공보 US 8259984 B2)와 애플의 특허 ①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측면에서 애플의 에어팟은 인용발명 1로 제시된 무선 이어폰과 외관이 다름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에어팟은 유선형의 콩나물 형상으로 되어있지만, 인용발명 1은 갈고리 형태의 귀 걸개와 바디가 연결되어 있고, 바디의 모습도 돌출된 형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소비자들도 두 제품의 디자인에 대한 혼동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특허는 제품의 외관이 아닌 "기술적 사상"에 대한 것이므로, 양 발명을 기술적 관점에서도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플의 특허 ①은 본체에 센서, 오디오 포트가 포함되어 있는 것에 기술적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인용발명 1은 무선 이어폰과 연결된 귀 걸개와 결합되어 있지만, 이를 제거하면 귀 걸개를 뺀 바디 형상과 그 기능은 애플의 특허 ①과 유사한 측면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발명의 원리를 비교해보면 애플의 특허 ①은 본체에 오디오 포트와 센서가 포함되어 센서를 통해 신체(귀)의 접촉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오디오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귀 걸개를 제거한 인용발명 1에서도 바디 내부의 센서에 의해 신체의 접촉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스피커를 통해 음향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에어팟에서는 외이 센서와 이주 센서의 종류가 광 기반 근접 센서라는 점과, 위 근접 센서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를 제어 회로에서 처리하여 에어팟의 위치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여 등록받게 되었지만, 향후 분쟁의 과정에서 위 부분은 다시 검토될 여지가 있으로 집중하여 살펴볼 대목입니다.
저도 매일 사용하고 있는 애플의 에어팟 제품에 대해 IP 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소개해드리고자 이번 글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제품과 특허로서 바라보는 제품을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실 수 있도록 특허출원 경과의 관점, 기술적 관점, 특허적 관점에서 간단한 설명을 곁들여 살펴보았습니다.
국내의 실무자, 연구자분들께서도 선진국의 IP들을 위와 같은 관점으로 특허들을 비교 분석해봄으로써, 향후 연구 결과의 IP 방향성에 참고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의 IP 전략 수립을 위해 기업의 상황과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위와 같은 테크니컬한 분석은 IP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작업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정당하게 연구하고 개발한 기업의 기술을 강력한 IP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글은 해외 주요 IP를 소개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어떠한 법률적 자문이나 법적 효력을 가지는 행위를 의도하지 않습니다.
* 본 글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활용하여 발생하는 모든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