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영탁 상표권 분쟁, 상표법을 알면 더 쉽게 보입니다. - 영탁 막걸리 상표권 분쟁의 이슈와 쟁점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가수 영탁과 예천양조측은 상표권 분쟁에서 비롯하여, 진실공방까지 확전 양상에 있습니다.
관련하여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복잡한 상표 제도는 그 진실을 쉽게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KBS 방송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기초로 상표권과 관련된 이슈와 쟁점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상표출원'은 자신이 등록받고 싶은 표장, 상품, 당사자의 이름과 주소 등의 서류를 제출하는 것입니다.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서, 실제 구매까지 해야 물건의 소유권을 가지는 것처럼 상표도 '등록 단계'까지 이어져야 권리가 발생합니다.
즉, 누구든지 상표출원을 할 수 있지만 모든 상표출원이 등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출원된 상표가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하여야 '상표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예천양조'는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였고, 상표권을 획득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예천양조는 '영탁'이라는 명칭에 대해서 상표출원을 하였습니다.
예천양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백구영 회장의 이름 끝 자인 ‘영’과 탁주의 ‘탁’을 합친 이름을 합쳐서 만든 명칭이고, 우연히 가수 영탁의 예명과 동일한 것일 수 있습니다.
팬들은 2020년 1월 23일 가수 영탁이 TV 조선의 ‘미스터트롯’ 막걸리 한잔 부르고, 5일 뒤인 2020년 1월 28일 예천양조가 '영탁'을 출원한 점에서 의도성이 있다고 위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표법에서는 스스로 창작한 단어라는 이유는 법적으로 정당한 사용권한을 인정하지도, 권리를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당사자가 상표를 창작한 것인지는 이번 특허청의 심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수적인 쟁점입니다.
대신, 특허청은 상표가 등록되는 시점에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는 유명인의 성명, 예명 등을 포함하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특허청은 예천양조의 상표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가수 영탁의 예명인 '영탁'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절하였습니다. (상표법 제34조제1항제6호)
상표법은 유명인의 성명, 예명 등을 포함한 상표에 대해서 유명인이 상표 등록을 동의한 경우에는 상표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은 유명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를 존중하여 당사자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상표권은 다른 지식재산권과 달리 수십 년, 수백 년간 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등록받은 상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표권자에게 강력한 권리가 인정되는 만큼, '당사자가 상표 등록을 동의'하였는지 여부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천양조는 가수 영탁의 상표 등록 동의서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광고모델 계약'을 하였다는 것이 '상표 등록을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허청은 광고모델을 계약하여 상표를 '사용'할 수 있더라도, 상표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로부터 '별도의 상표 등록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며 예천양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광고 계약 한 번으로 수십 년간 내 이름을 상표로 사용하는 것은 다소 불합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특허청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상표를 상표권으로 보호받는 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상표권'을 획득하고,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상표권'을 획득하지 않고,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천양조측의 보도자료에서 설명하는 것도 '상표를 등록받지 않고, 상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상표 사용자의 자유이다'라는 취지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만약, 가수 영탁이 상표권을 획득하였다면, 상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달라집니다.
유명인의 성명과 예명을 사용하여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경우, 상표를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상표의 사용이 부정한 경쟁의 목적을 가지는 경우, 상표를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전제조건이 성립하는지 여부에 따라 상표를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달라지게 됩니다.
예천양조는 위 전제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상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가수 영탁과 예천양조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됩니다.
상표출원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경우 상표 등록을 받지 못할 뿐입니다.
선출원주의에 따라 가장 먼저 상표출원한 자가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레이스에서 이탈하는 경우 다음 타자에게 기회가 돌아옵니다.
먼저 출원한 사람이 이번과 같이 상표등록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차순위 출원인에게 기회가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들 간에 계약관계가 있었더라도, 또는 타인의 이름을 상표출원하더라도 상표출원을 한 행위 그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해당 상표들은 특허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여 상표권을 획득하지 못할 뿐입니다.
예천양조의 '영탁' 상표권 등록은 실패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가수 영탁은 상표권을 획득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예명을 상표출원한 것으로 유명한 타인의 성명, 예명인지 여부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표법은 동업, 고용 등의 계약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상표를 알면서 상표출원하는 것을 상표등록 거절이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표법 제34조제1항제20호)
이는 상품의 종류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막걸리 등의 주류 상품'에 대해서는 출원 당시 광고 계약을 통해 예천양조의 '영탁' 상표 사용 사실을 알면서 출원한 것이므로, 해당 규정이 적용되어 상표권을 획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장품 등의 기타 상품'에 대해서는 계약과 관련성이 적어, 상표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