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스타트업 특허, 심사기간 단축의 득과 실은?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스타트업, 혁신기술에 대해 우선심사를 확대하여 심사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이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치열한 기술경쟁의 시대에서 속도전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원천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심사기간 단축으로 인해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 생각지도 못한 아킬레스건이 생기지 않을지도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특허 심사에는 약 11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한 번에 심사를 통과하면 1년의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좋은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협상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특허를 획득하기까지 보통 2년 정도의 시간이 소모됩니다.
1년을 기다리는 일,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다음 달 매출과 회사의 상황을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2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가혹합니다.
왜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될까요?
통계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2020년 국내의 특허출원 건수는 약 22만 건, 심사관수는 932명입니다.
어림잡아 심사관 1인의 심사 처리량은 연간 약 200개에 달합니다.
발명자가 수개월에서 수년을 걸쳐 고민한 발명을 이틀에 하나 꼴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심사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특허 하나를 검토하는데 하루도 사용하지 못합니다.
심사 인력의 부족은 심사가 지연되는 하나의 원인입니다.
그리고, 반도체, 자율주행, 인공지능, AI, 나노기술 등 점차적으로 기술이 어려워지는 점도 심사기간 지체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심사관이 발명을 이해하고, 전 세계 기술들을 검토하고, 특허를 부여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4차 산업의 시대에 기술의 고도화도 심사기간이 늘어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심사'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달리 특허 심사 절차는 당사자와 심사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행됩니다.
▶ 발명자가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
▶ 대리인(변리사)이 기술을 이해하고 특허 문서를 작성하는 단계
▶ 심사관이 비슷한 기술이 없는지 심사하는 단계
▶ 발명자가 자신의 발명의 독창성을 설명하는 단계
▶ 심사관이 발명자의 주장을 다시 검토하는 단계
▶ 심사가 종료되어 '기술의 특징'을 법적으로 보호받는 단계
발명자나 대리인이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글로 정리하고, 특허 문서를 통해 내 기술의 독창성을 설명하게 됩니다.
내가 하나의 스마트폰을 개발하였더라도 화면의 터치 기능을 강조하거나, 카메라 성능을 강조하거나, 튼튼한 내구성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출시한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 카메라 성능이라면, 특허 문서에 카메라의 구조와 기능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특허 문서를 작성 수 있습니다.
기존에 세상에 없었던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스킬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심사관은 발명자가 제출한 특허 문서를 이해하고, 세상에 비슷한 기술이 없는지,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등을 검토합니다.
리서치 과정에서 비슷한 기술이 발견되었다면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통해 협상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번에 나온 카메라는 렌즈만을 바꾼 것이다.', '중국에 있는 스마트폰과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였다.'는 등의 검토 의견을 제시합니다.
당사자는 심사관의 의견이 타당하지 않다면, 차이점을 다시 강조하며 최종 타협안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스마트폰은 렌즈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카메라인데, 우리 기술은 렌즈가 좌우로 움직이는 카메라이다.'
심사관이 최종 타협안에 수긍하여야 비로소 특허 심사는 마무리되고, 특허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타협안으로 자신의 기술을 보호받는 것입니다.
핑퐁(ping-pong) 게임처럼 당사자와 심사관의 커뮤니케이션이 수개월간 지속되기 때문에 심사에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특허청은 속도가 중요한 기술분야와 기업들의 발명에 대한 심사를 다른 심사보다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우선심사'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의 확인을 받은 기업, 4차 산업과 관련된 기술 등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보다 비즈니스모델(BM)이 중요한 스타트업들이 속도전에서 밀려나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번 정책안에서 스타트업, 혁신기술에 대해 우선심사를 확대하는 것은 제도의 공백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심사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심사가 확대되면 일반심사의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관 인력 충원'은 심사 품질을 유지함과 동시에, 일반심사의 기간도 확보하는 한 쌍의 대책으로 보아야 합니다.
기업들은 빠른 특허 심사를 통해 조기에 특허를 확보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허를 현물출자에 사용하여 기업의 자산가치를 늘리거나, 가치평가를 통해 담보대출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등록특허는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산입니다.
하지만, 특허가 등록되었다는 것은 '권리가 확정'되었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시장의 상황이 변화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술 트렌드가 달라지더라도 확정된 권리를 변경할 수 없게 됩니다.
많은 대기업들이 특허 심사를 최대 3년간 신청하지 않고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선심사를 통해 권리를 획득하게 되면서 자신의 기술을 '조기에 공개'하여야 합니다.
몇 개월 뒤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자신의 특허에 의해 새로운 특허를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빠른 심사 이면에는 권리가 확정되고, 자신의 기술이 조기에 공개되는 아킬레스건이 존재합니다.
상황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심사기간 단축'의 득과 실을 신중하게 고민하여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