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J-커브로 성장하는 스타트업, '맞춤형' 특허 전략은?
*저서 <스타트업 특허 바이블> 및 IP Daily 기고 내용을 편집하여 다시 작성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은 우리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입니다. 상대속도의 물리 법칙처럼, 인플레이션의 경제 원리처럼 우리는 세상의 변화에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고,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모여 "J-커브"라는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에서도 자신의 포지션(Position)에 따라 다양한 변화의 시도가 필요합니다. 시장 상황에 맞추어 조금씩 성장 전략을 바꾸면서 J-커브의 기울기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고민하여야 합니다.
"한 달 먼저 출시한 경쟁사의 제품이 히트를 쳤다면?"
"투자 유치로 자금이 풍부해졌다면?"
"시제품의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였다면?"
변화의 시그널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포착해서 경영전략에 반영해야 하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스타트업의 성장 주기"와 "스타트업의 투자 단계"에 관한 이론은 스타트업의 특허 전략을 결정하는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성장에 있습니다. 새롭게 창업한 기업을 모두 스타트업으로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확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스타트업으로 정의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성장 주기와 패턴은 기존의 대기업과는 다릅니다.
벤처캐피털(VC)과 엑셀러레이터(AC)의 투자자는 매출액의 규모보다는 매출액의 성장률과 사용자의 유입률을 스타트업의 미래가치를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빠른 성장"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물론, ESG와 같은 사회경제적 가치나 인력 구성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BM의 타당성도 검증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성장성", "시장 확장 가능성"은 중요한 지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자의 눈에는 안정적인 연 매출 10억 원보다, 연 매출 1억 원에서 1년 뒤에 연 매출 5억 원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매력적이기 마련입니다. 2년 뒤, 5년 뒤의 매출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매출과 이익보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게 됩니다. 쿠팡이나 마켓컬리와 같은 유니콘 기업도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가치를 인정받아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남깁니다.
스타트업 비즈니스에서 전통적인 부동산 임대업보다 플랫폼을 통해 시장 확장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프롭테크 기업이 투자자에게 주목받습니다. 당장 매출이 높은 렌트카 업체보다 신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성장할 공유차량 플랫폼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고,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찾아 나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데스 밸리(Death Valley)를 넘어서는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은 시장을 탐색하며 초기의 인력 부족과 자금 부족을 이겨내야 하는 생존의 현장에 있습니다.
투자자의 도움으로 기반을 다지고, 시리즈 A의 단계부터 시리즈 B, C를 넘는 과정에서 자금을 수혈하고, 그다음 단계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기업의 가치를 높여 나가는 것이 정석적인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입니다.
"하워드 러브의 <스타트업의 J-커브> 이론"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창업 시작(Create), 시제품 출시(Release), 변화와 전환(Morph), 비즈니스 모델 최적화(Model), 스케일업(Scale), 수익창출(Harvest)의 6단계를 지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J-커브를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엑싯(Exit)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을 이어 나가게 됩니다.
1단계: 창업 시작(Create)
2단계: 시제품 출시(Release)
3단계: 변화와 전환(Morph)
4단계: 비즈니스 모델 최적화(Model)
5단계: 스케일업(Scale)
6단계: 수익창출(Harvest)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가변성과 변동성은 스타트업의 특허 관리 난이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입니다.
고객의 반응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검증되고 수정됩니다. 스타트업은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변화의 모멘텀을 가지고 있습니다.
1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도 정책의 변화로 인해 사업의 방향을 대폭 수정해야 했던 <타다>의 사례는 스타트업이 맞닥뜨리게 되는 냉혹한 비즈니스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객의 반응이 나타나더라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시장의 무반응은 더욱 가혹합니다. 세상을 바꿀 서비스라고 생각했던 대작이 실패하게 된다면,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지 새로운 BM을 모색할지 진지한 고민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허의 관점도 경영의 관점과 이어집니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맞춰서 특허 전략도 끊임없이 조절되어야 합니다.
‘스타트업 성장의 1단계’는 창업의 초기 가설을 탐색하는 데 많은 역량이 집중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탄생한 아이디어는 추후에도 활용될 수 있는 기업의 지식재산의 원천입니다. 모든 아이디어들이 사업화로 이어질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닙니다. 사업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다고 하면 그다음 아이디어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를 특허로 획득하는 것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가설을 이루는 핵심 기술요소를 나열한 이후에, 내부적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특허 획득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의 2단계’는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출시하여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시기입니다.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에서 제안된 상품 개발의 방법론과 일맥상통합니다.
고객들의 반응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회사의 전체 리소스를 활용하여 최고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의 반응이 없게 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하여 최소한의 기능을 발휘하는 제품으로 자신들의 가설을 검증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시제품도 핵심 기능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 테스트 과정에서 조심해야 될 부분들이 많습니다.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공개하는 순간 제품이 노출되게 되므로, 시제품 출시 이전에 특허출원을 통해 시제품이 노출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구비하여야 합니다.
스스로 공개한 기술은 자신의 발목을 잡는 방해물이 될 수 있습니다. 특허 제도의 불가피한 속성을 이해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합니다.
이때에는, 임시 명세서 제도와 같은 특허 제도들을 활용하여 잠재 시장들에 대한 특허 전략을 유동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의 3단계’는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형하거나 보완하는 시기입니다.
고객의 피드백과 데이터는 사업의 방향을 바꾸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고객의 이 선호하는 요소를 반영하여 프로토타입을 개선하는 시도를 지속합니다.
최종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피드백에 의해 결정됩니다. 초기에는 대표자도, 연구원도, 마케터도 시장의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피벗(Pivot)하는 단계까지 의도적으로 권리 획득을 지연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개인발명가 제롬 레멜슨(Jerome Lemelson)이 활용하였던 잠수함 특허(Submarine Patent) 전략과도 유사합니다.
의도적으로 특허등록을 지연하고, 변화하는 사업 방향에 따라 특허 명세서를 보정하거나, 별도의 특허출원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발맞춰 특허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 성장의 4~6단계’는 마켓 테스트를 성공하고 본격적인 제품 양산으로 매출 확보하고 사용자를 늘리는 시기입니다.
투자를 받아 자금력을 확보한 스타트업은 정량적인 특허 풀을 형성하여 포트폴리오를 강화해나갈 수 있습니다.
하나의 화살로 과녁의 중앙을 맞추는 확률보다, 여러 개의 화살을 구비할 수 있는 자금적 여유를 적극 활용하는 시기입니다.
정성적으로 강한 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여야 합니다.
마켓 테스트를 성공하고 시장에서 자리잡은 선두주자를 따라 많은 모방 제품이 등장하게 됩니다. 경쟁사에게는 비슷한 제품을 출시할 유혹을 막을 수 있는 특허를 보유하도록 디테일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바람의 세기를 계산하고, 과녁과 내 위치를 바꿔보면서 내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입니다.
매출이 증가하면서 특허 포트폴리오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반하여 시장에서 특허 분쟁 리스크를 대비하는 스타트업 맞춤형 전략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 특허 바이블>은 예스, 교보, 인터파크 등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