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넷플릭스 "수리남"을 통해 살펴는 브랜딩의 필수 상식 - 나라 이름을 상표로 사용할 때 생기는 일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추석에 개봉한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 <수리남>이 화제입니다. 인구 50만의 남미의 작은 국가 수리남에서 활동했던 한국 출신 마약왕의 실화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드라마에서 수리남의 대통령과도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한인 마약왕을 잡기 위한 국정원의 비밀 작전이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하정우 배우와 황정민 배우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도 수리남의 이국적인 배경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제목인 <수리남>은 실제 국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드라마를 두고 다양한 설전이 오가고 있습니다.
현직 수리남 장관은 수리남을 폭력과 마약이 가득한 부패 국가로 그려낸 드라마로 인해 국가 이미지를 헤치게 되었다고 한국 정부와 시리즈 제작사에 법적 대응을 할 것을 예고하였습니다.
가상의 국가가 아닌 실제 국가의 이름을 드라마 제목으로 설정하며 생긴 문제입니다.
해외의 제작사가 <대한민국>을 제목으로 느와르 장르의 드라마를 제작한 경우를 대입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국가 이름을 콘텐츠 명칭으로 두면서 지식재산(IP) 분야에서도 또 다른 이슈가 생깁니다.
"지명이나 국가명"을 제품/서비스의 명칭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브랜딩 관점에서도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누군가 <수리남>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더라도 이를 제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넷플릭스가 <수리남>의 명칭으로 상표권 획득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표법은 <백두산>, <남대문>과 같은 지명을 사용하거나, <대한민국>, <차이나>와 같은 국가명을 사용한 상표는 누구든지 독점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 "지명과 국가명"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입니다.
<수리남>은 실존하는 국가 이름을 제목으로 두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리즈의 마케팅 효과를 누렸습니다. 현지 마약왕이 실제 활동한 국가가 <수리남>이라는 점도 관객의 호기심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실제 국가나 지역 이름을 사용하면서 상표 획득이 힘든 상황입니다. 브랜드 관리가 어려워지는 맹점이 있습니다.
넷플릭스도 <오징어 게임>에 대해서는 상표 등록을 통해 시리즈명을 보호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수리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상표출원을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넷플릭스의 내부 지식재산권 팀과 마케팅 팀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참신함과 실화를 바탕으로 드라마의 정체성을 살릴 것인지, 나중에 메가 히트 드라마가 된 경우 콘텐츠 지식재산(IP)을 보호하는 방안을 찾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을 것입니다.
<수리남>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콘텐츠의 지식재산(IP)과 브랜드의 문제는 더욱 커져나갑니다. 한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비슷한 상표법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더라도 콘텐츠 지식재산을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게 됩니다.
상표와 브랜드는 고객의 인지도를 자양분으로 삼아 생명력을 얻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이 인기를 얻을수록 브랜드 가치는 높아지고, 사람들이 남미의 작은 국가의 명칭으로 잘못 인식할 가능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수리남>의 인기에 따라 대중들이 황정민 배우의 "밥은 잘 잡쉈어?"라는 유행어를 떠올리고, 꽃무니 셔츠를 입은 국정원 직원 박해수 배우를 떠올린다면 드라마 분야에서는 <수리남>의 브랜드 가치를 보호해줄 필요성이 높아집니다.
상표법도 실제 상표 사용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표 등록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상표법 제33조 제2항)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국가명이 가지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K2"라는 등산용품 브랜드도 처음에는 파키스탄에 위치하는 에베레스트의 최고봉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숙명에 처해졌었습니다.
소비자에게 선택받은 브랜드가 생명력을 얻게 되고, 법적으로 다른 경쟁사의 브랜드 모방 행위를 막아주겠다는 지식재산 제도의 소리 없는 외침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브랜드의 운명도 결국 소비자에게 달려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