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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인호 변리사 Aug 06. 2023

시총 1조 팹리스 유니콘 '파두', IPO 살펴보기

특허와 기업 분석

시총 1조 팹리스 유니콘 '파두', IPO 살펴보기

반도체 업계에 몸값 1조 원 대어 '파두'가 코스닥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  '파두'는 SSD 컨트롤러를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 설계기업이다. 


서울대에서 20년 넘게 메모리·스토리지 아키텍처를 연구한 컨트롤러 전문가 남이현 박사와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서 반도체 부문을 이끌던 이지효 파트너가 의기투합해 2015년 7월 설립했다. 


Series A, B, C 단계의 투자 라운드를 생략하고, Pre-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는 몸값을 인정받고 단숨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 예정이다. 


한국의 팹리스 스타트업 중에서는 최초로 유니콘으로 인정받아 더욱 화제이다. 


시총 1조 유니콘 '파두', IPO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 팹리스(Fabless) 기업이란?


'팹리스(Fabless)'는 반도체를 직접 제조(Fabrication) 하지 않고,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을 말한다. 반도체 칩은 설계, 제조, 패키징, 테스트 등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팹리스 기업이 반도체를 설계하고, 파운드리 업체는 생산 외주를 통해 협력하여 최종 제품이 완성된다. 


국내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이나, 해외에서 마이크론이나 인텔과 같은 기업과 같이 종합 반도체 업체(IDM)로 분류되는 기업이 외주 없이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설계, 제조, 패키징, 테스트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은 소수이다. 


먼저, 반도체 생산설비(Fab)를 구축하기 위해 수십 조원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반도체 제조 공장 하나에 약 20조 원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 생산능력(CAPA) 확보를 위해서 여러 개의 공장을 짓게 된다는 그 비용은 천문학적 금액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에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위해 300조 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인데, 이는 2022년 대한민국 GDP의 15%의 규모에 달하는 비용이다(2022년 한국 GDP는 약 2150조 원).


비용의 장벽을 넘어선다고 해도, 제조 기술력의 격차가 또 하나의 진입 장벽을 만든다.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가지고, 자본을 확보하더라도 반도체를 정교하게 제조할 기술력이 없다면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 5nm 반도체 선폭으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칩을 개발하더라도, 결국 트랜지스터의 선폭을 정교하게 구현하는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머리(설계 능력)가 좋더라도, 운동 신경(제조 능력)이 떨어진다면 달리기 시합에서 뒤처지는 것과 같다. 


반도체 8대 공정이라고 불리는 웨이퍼 제조, 반도체 전공정(산화, 포토, 식각, 박막, 배선 공정), 반도체 후공정(EDS, 패키징 공정) 각각에 대해서도 수십 년간 발전시켜 온 공정 기술과 노하우가 존재한다.  


대만의 TSMC의 파운드리 기술력은 중국이나, 미국과 같은 G2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되어 있다. TSMC(대만)는 2023년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의 약 6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2위는 삼성전자(한국)가 약 13%, 글로벌파운드리(미국)가 약 7%로서 뒤따르고 있다.


스타트업은 제조 기술보다는 반도체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TSMC와 같은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 파두의 주력 제품은 데이터 센터에 사용되는 SSD 컨트롤러


파두는 데이터 센터에 특화된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다. SSD 컨트롤러를 주력 제품으로 한다. 2021년에 51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2년에는 564억 원으로 10배의 매출액 증가를 보였다.


'SSD(Solid State Drive)'는 하드디스크(HDD: Hard Disk Drive)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데이터 기록/저장 장치이다. 반도체를 통해 데이터를 저장하므로, 자기 디스크를 이용하는 HDD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더를 읽고 쓸 수 있다. 소음도 작기 때문에 최근 판매되는 대부분의 노트북, 컴퓨터는 SSD를 탑재하고 있다. 


기존의 시장에서는 비용을 강점으로 HDD가 시장의 주력 제품이었다면, SSD의 제조 단가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SSD가 HDD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SSD는 일반 소비자용, 데이터 센터용과 같이 B2C 제품과 B2B 제품군으로 나뉘어 판매되는데, 파두는 기업용 제품군으로 시장 초기 진입 전략을 세웠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산업의 발전은 이러한 데이터 센터의 수요를 더욱 늘릴 예정이다. 


SSD 컨트롤러는 SSD의 동작을 제어하고 최적화하는 제품인데, SSD의 저전력, 저발열 성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출처: 파두 IR Book 2023



■ 파두의 지식재산 확보 동향 - 기업이 성장하며 IP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파두는 2015년 설립 이후, 메모리 컨트롤러와 관련된 다양한 특허를 획득하였다. 2023년 8월 6일 기준으로 13개의 등록특허를 보유 중이다. 


특허출원 일자를 기준으로 2019년 4건, 2020년 5건, 2022년 4건의 특허를 신청하였고, 대부분이 등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출원된 특허는 비공개 정보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 IP 권리화를 진행 중인 특허도 다수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특허청 키프리스


그러나, 1조 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기술 기반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보유 특허의 수는 적은 편이다. 특허 활동이 기업 내부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Pre-IPO 이전에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거나, 수익이 크게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허를 비용 활동으로 인식한 것일 수 있겠다. 특허에 대한 관심과 인풋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핵심 기술을 노하우로 간직하는 전략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H/W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제품의 다양한 특면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제품의 각 요소를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제품 변형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S/W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특허 공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공개 risk와 특허 획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더욱 세심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파두는 IR에서 기존 아키텍처 대비 '고성능/저전력/소형화'가 가능하게 하는 SSD 컨트롤러 HW 구조를 강조하였다. 메모리와 통신하는 가속기 HW가 핵심 구조로 제안하였다. 


데이터 기록, 메모리 제어 방법, 통신 인터페이스 구조, HW 입출력단에 형성되는 신호 변화 등과 같이 다양한 관점으로 보유 IP의 정량을 늘리고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출처: 특허청 키프리스, KR 10-2088944

이제는 대기업이 된 LX 세미콘의 성장 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 


LX 세미콘은 TV나 스마트폰 등 디스플레이용 핵심 반도체 부품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국내 1위 팹리스 업체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동작을 제어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C)을 설계하고, 주요 매출도 DDIC에서 나오고 있다.


팹리스 기업은 초기 단계에 단일 제품군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고,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나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LX 세미콘의 파두의 성장 전략과도 닮아 있다. 


파두 IR 자료에 따르면, 파두는 미국 시장을 우선으로 데이터센터 업체를 타깃으로 매출액과 제품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AI, CXL 등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를 통해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포부를 내세웠다. 


파두는 전력반도체(PMIC), 통신반도체(NIC, CXL Switch), 연산반도체(트랜스코딩, AI), 메모리 스토리지까지 다양한 연구개발(R&D)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력반도체 부문은 세계 주요 시스템 반도체 회사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노리는 제품이기도 하다. 


두 기업은 반도체 섹터 내에서 타깃으로 하는 '디스플레이패널컨트롤러(DDIC)'과 'SSD컨트롤러'로 제품군이 다르고, 시장 동향에서도 다른 면이 있다. 그러나, 컨트롤러의 제품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이라는 점에서 닮은 점도 많다.  


파두의 상장 이후에, 팹리스 기업의 성장 초기의 높은 PER이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출처: 하이투자증권 LX세미콘 분석 리포트(2023.05.)


글. 손인호 변리사. Copyright reserved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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