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세계로 들어가자

by 손자몽

카페인이 없는 티 위주로 마시던 사람에게 커피 맛을 잡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추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순간에 결정해야 한다.

커피를 머신 바스켓에 얼마나 담을 것인지(도징량), 얼마나 가늘고 혹은 굵게 그라인딩 할 것인지, 그에 따라 몇 초에 맞춰 추출을 끝낼 것이며, 또 몇 그람을 에스프레소로 최종 추출할 것인지. 여기에 따라 커피의 농도, 향미, 부정적인 끝 맛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커피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초보에게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내린 에스프레소로 계속 맛을 보았으니 카페인 과다로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거렸다. 심장이 두근대니 온 몸이 뒤틀리고, 마음이 불안정해지면 실수도 잦아져 괜히 선생님 눈치가 보이고, 화장실이 랩실 안에 있으니 소리마저 신경 쓰였다. 참고 참았다 수업이 끝난 후 근처 역 화장실로 뛰어가기도 했다.


카페를 오픈 한 이후에도 화장실 달려감은 늘상이었다.

다양한 취향을 맞추기 위해 카페에서는 고소한 블렌드, 산미있는 싱글, 브루잉 원두 몇 가지를 사용했다.


아침마다 고소한 블렌드, 산미있는 싱글 아메리카노와 라떼의 맛을 아이스로 각각 잡았다. 운 좋게 한방에 합격이라면 다행스럽게 총 네 잔. 물론 다 마시지는 않고, 음료로 만들어 한 두 모금 맛을 본다.

그런데 어제와는 다르게 부정적인 맛이 느껴지거나 농도, 바디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몇 잔을 더 내려본다. 그러니 오픈을 준비한 후 화장실로 와다다다 달려가는 나. 열정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정말 급해서 달려갔다.


로스팅한 날짜가 바뀌어도 블렌드나 싱글 아메리카노, 라떼를 각각 맛보았고, 브루잉도 마찬가지이다.

브루잉은 500g씩 주문했는데, 로스팅한 날짜가 바뀌거나 새로운 원두를 사용하기 전에 가스가 빠지는 디개싱을 본 후 아이스와 핫으로 각각 내려본다. 원두의 특색이나 로스팅 포인트에 따라 브루잉 레시피도 달라진다.


특히나 연하지 않으면서도 부정적인 맛없이 충분하고 풍부한 맛을 뽑아내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었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맛에 대해서는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함께 내려보는 것이 즐거웠다. 또 좋은 로스터리의 원두를 사용했기 때문에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되었고.


그런 세월을 보내다 보니 나도 카페인에 중독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오전 중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희미한 두통이 서서히 찾아온다. 여행 중에는 카페부터 들러야 했다. 터덜터덜 카페로 아침부터 찾아오는 손님들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반 잔 정도 들이켰을 때, 시야가 밝아진다. 몸에 카페인이 작용했구나! 심장은 다소 두근대기도 하지만 활력까지 느껴지니 커피 한잔이 주는 느낌이 바로 이것이구먼. 그런데 하루에 한잔 정도이니, 맛없는 커피를 마셨을 때의 분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렇게나 복잡하고도 감각적인 커피의 세계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