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가게 사장님들이 고객으로

by 손자몽

가게가 쭉 이어진 길에서 카페를 하고 있다 보니 근처 가게의 사장님들과도 지나가다 자주 마주친다. 화장실달려갈 때나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 등.


그런데 우리 가게는 아침에 열어 저녁 즈음 마무리되고, 나는 아이가 마치는 4시 전에는 퇴근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가게를 여는 음식점 사장님들과는 교류가 적었다. 거기에다 그리 친화적인 사람이 아니다 보니 짧은 인사 외에는 날씨 이야기 밖에 할 것이 없네. 다른 사장님들은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한다던데 나는 몇 년째 짧은 인사만 나누고 있으니, 가끔은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헌데 주변 사장님들이 생각보다 가게에 점점 자주 방문해 주시는 것. 커피는 매일, 또 하루에도 몇 번씩, 일하면서 꼭 필요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땡 하면 아이를 픽업하러 달려가야 했고, 밤에 술을 마시러 나오거나 하는 일도 없었으니 그 사장님들의 매장에 방문하는 일이 없었다. 아요, 참 난감한 상황.


그래서 주변 사장님들이 커피를 사러 오시면 서비스를 자주, 매번 드렸다. 티 한잔을 더 드린다던가, 디저트류도 함께 드시라고 드린다던가. 가게를 하는 입장에서 그분들의 매출도 올려드리고 싶은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그저 생각해 낸 작은 방책.

다행히 직원, 알바 친구들이 가끔 그 매장들이 놀러 갔다. 그럼 꼭 서비스를 받았다고 했다. 내가 받은 서비스는 아니지만 그 사장님께 감사했고, 놀러 간 친구들도 고마웠다.


주변 사장님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우리 가게 장사의 정도. 하지만 나는 속 빈 눈알을 하고서 엉거주춤한 포즈로 인사하고 호다닥 가니 ‘저기는 손님이 있는 것 같은데 좀 어떤가?’ 궁금해도 알기가 힘들었을 터. 그래서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많이 묻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 사장에 그 직원이라고 대체로 그 부분에 있어서 과묵했던 직원들 감사.


주변 사장님들과 크게 인연을 만들지 않은 것은 내 성격도 있지만, 말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있었다. 이 매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결국 나의 입에서 밖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은데, 원천봉쇄라고나 할까.


가게를 하다 보니 단골 분들이 본인의 직업을 밝히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생각보다 근방에서 가게를 하는 사장님들도 많았다. 치킨 사장님, 운동 센터를 하시는 사장님, 갈빗집 사장님, 꽃집 사장님, 타로 사장님, 크로켓 사장님, 빙수 사장님, 바 사장님 등.


이런 사장님들과 대화를 할 때면 시즌 따라 장사 추이에 대해 서로 정보를 나누기도 좋았다. 속 다 내어놓고 하는 이 장사라는 것을 함께 해나가고 있는 동지애가 있어서 더욱 마음이 갔다고나 할까? 그래도 말조심은 늘 필수다.


인스타 계정을 만든 후 이 동네에서 운영되는 가게 계정을 엄청나게 많이 팔로우했다. 타고 또 타고 가서 또 팔로우하고. 그리고 그 가게의 인스타 스토리에 좋아요를 엄청 연달아 눌렀다. 나의 무지막지한 좋아요 공격에 그분들도 우리 가게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직접 매장에 오시지까지. 이렇게 이어진 경우가 무척 많았다. 새로 가게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추천.


지금도 아이 수영 끝나고 집으로 걸어올 때, 옛 매장을 지나온다. 나야 이제는 다 내려놓고 속앓이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저녁 장사를 하는 주변 사장님들의 분주함이 보이기도 하고, 속상함이 보이기도 한다. 마음이 아릿해지는 저녁길이다.

작가의 이전글진한 커피 vs 양 많은 커피 선택은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