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커피 vs 양 많은 커피 선택은 불가

by 손자몽


기본적인 갈증 해소, 카페인 충전을 넘어 맛을 찾는 사람에게 커피의 농도는 정말 중요하다. 가끔 어느 카페의 후기 등을 보다 그런 멘트를 자주 만난다.


“커피는 너무 맛있는데 세 모금이면 끝나요. 양이 너무 적어서 정말 아쉬웠어요.”


이 분의 아쉬움이 무엇인지는 잘 알겠다. 나도 이제 돈을 내고 음료나 커피를 사 먹으려 하니 양이 적으면 그 즐거움이 짧아 그 마음에 크게 공감.


하지만, 양이 많은 커피 그리고 맛있는 커피는 어쩌면 함께 존재하기가 힘든 것이라고 생각된다.


포터필터에 담기는 원두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보통 커피머신의 포터필터에는 18g에서 22g 정도까지 담는다. 이것도 정말 넓게 잡은 것. 포터필터에 안에 꽂는 바스켓의 크기에 따라 담을 수 있는 커피양이 정해져 있는데, 가장 큰 바스켓을 써서 커피를 꾹꾹 담아 23g을 담았다고 가정하자.


2샷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는데 20초에서 40초 사이에 끊는다. 대략 에스프레소를 25g에서 진짜 많게는 50g, 60g까지 뽑기도 한다. 이 부분은 원두 상태와 바리스타의 입맛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에스프레소의 양이 많다고 해서 진한 맛이 나는 것이 아니다. 길게 뽑을수록, 에스프레소 양이 많아질수록, 커피 성분보다는 물이 그냥 콸콸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물이나 우유에 맛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맛집의 라떼는 오히려 원두는 더 담되, 에스프레소는 더 짧게 추출해서 진득한 맛을 낸다. 에스프레소의 양이 적으니 그에 맞는 물이나 우유의 양도 절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바닐라라떼라던가 말차에스프레소라떼 등 다른 맛들이 첨가된다면 조금 더 양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맛으로 따지자면, 우리가 참을 수 없는 그 밍밍한 커피는 결과적으로 컵도 작을 수밖에 없다. 얼음으로 꽉꽉 채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여름 거리를 걸을 때, 저가커피의 큰 컵을 들고 있다면 정말 절대반지를 얻은 기분이다. 하지만 당연히 연할 수밖에. 1샷만 넣어 그 큰 잔을 채우는 곳도 많고, 에스프레소 양을 늘리기 위해 아주 다크한 원두로 길게 뽑았으니 꿀렁꿀렁 춤추듯이 물과 함께 내려오는 그 에스프레소의 흐물거리는 맛에 커피가 밍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꼭 큰 잔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샷추를 마신다. 아이스티의 시원한 단맛에 가려진 샷을 거의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카페에 가서 나도 똑같이 손님들처럼 요청할 용기는 없다.


“원두 몇 그램 담으시나요? 그리고 아이스라떼에 우유 몇 그람 넣으세요? 그럼 저는 우유 160g만 넣어주시고요. 샷은 25초에 끊어주세요.”


그냥 오늘 내가 선택한 커피에 담긴 저 바리스타의 온기와 열정에 감사하며,

“잘 먹었습니다.”

하고 잔을 모두 비우고 나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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