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커피 관련 자격증을 땄다며 지난 글을 썼지만, 원래는 실제 카페일을 하며 경험을 쌓기 위해 바리스타 2급과 1급을 순차적으로 딴 후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려 했다. 워낙 카페 경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 두 자격증만 취득하면 어느 정도 뽑아주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첫 번째로 연락이 온 곳은 집 앞에 새로 생기는 작은 빵집이었다. 젊은 부부였는데 커피와 빵 포장 정도를 맡아줄 사람을 구했다. 그들은 나에게 크게 궁금한 게 없었지만 자신들의 비전은 즐겁고 길게 이야기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있냐고 해서, 저 깊은 곳에서 끄집어낸 질문이 겨우 커피머신은 무엇이냐였다. 언제부터 출근하면 좋겠다는 합격 뉘앙스를 풍겼고, 나는 손이 아주 빠르다며 마지막 어필에 들어갔다. 그런데 며칠 뒤, 크게 알바가 필요 없을 것 같다는 문자가 왔다. 그 문자에도 나는 행운을 빈다며 정성껏 답했다.
두 번째로 연락이 온 곳은 집에서 좀 떨어진 핫한 카페였다. 40대 초반 아줌마를 뽑을까 싶었는데 면접 보러 오라는 문자가 와서 여러 번 눈을 끔뻑였다. 나름 나 바리스타야 라는 느낌이 들도록 셔츠도 다려 놓았고, 교통이 좀 불편한 곳이라 자전거 바퀴에 바람도 넣어두었다.
면접 당일, 비가 많이 내렸다. 야호! 어쩔 수 없이 비옷을 입고 자전거를 탔다. 안경에 물이 세차게 내리쳤다. 안경잡이에게 제일 싫은 상황. 머리가 젖은 채로 면접을 아주 간단히 보았고, 평일 근무라 바쁘지 않을 것이라며 언제부터 또 출근하라고 했다. 이 정도면 면접 프리패스상인가! 내리치는 비에도 안경을 손으로 닦아가며 즐겁게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놈의 문자. 또 며칠 후에 간단한 문자가 왔다. 사장님이 바쁘지도 않은 평일에 무슨 알바를 또 구하냐며 채용 자체가 취소되었다고 했다. 그럼 처음부터 왜 구했냐!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지금에서야 사람도 써보고 해서 인건비가 가장 큰 몫이고 고민이라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이런 문자에 좌절감을 꽤 느꼈다.
마지막 퇴짜!
대미를 장식할 곳은 근처에 새로 생긴 대형 빵집이었다. 나름 빵 명장의 집이라고 유명한 곳이라 나도 바쁘게 한몫할 기대감을 갖고 면접을 갔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아주 진하게 내려앉은 매니저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곳의 주인인 빵명장님이 자꾸 매니저를 불렀다. 그러다 매니저님이 나를 빵명장님에게 추석 지나고 일할 사람이라고 소개를 했다. "아 그래요 그래 열심히 해요. 추석지나고 출근해요."
오잉 또 면접 중 합격. 주변인들에게 자랑도 좀 하고, 긴장이 많은 나는 추석 연휴를 좀 두근대며 보냈다.
대망의 출근일! 근무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갔다. 빵집에 불이 다 꺼져있었다. 내가 너무 빨리 왔나 싶어서 계속 주변을 서성였는데,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크아이 매니저에게 전화하고 문자를 해도 답은 없었다. 그 사이에 빵집이 문을 닫은 거였다. 세상에나 말이라도 해주지! 한동안, 아니 지금까지도 그 근처를 가면 그때가 생각나 기분이 나쁘다.
이렇게 세 번의 퇴짜를 거쳐 나는 카페 알바 구하기를 그만둔다. 없는 연에 매달리지 않았고, 자격증과 집에서 연습을 하며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하기 시작했고, 결국 더 빠르게 카페를 차리게 된다.